▲ 동성애를 다뤄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에스비에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이다. 경수(좌)와 태섭은 가족에게 커밍아웃한 커플이다. (사진 제공 에스비에스)

"가장 큰 고통은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보다 세상을 속이고 있다는 거야." 에스비에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태섭은 경수에게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말한다. 다르게 태어난 것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들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를 속이는 자기혐오가 그를 가장 누른다는 것이다. 김수현 작가는 동성애자를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부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평을 들었다. 드라마 덕에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을 해봤다는 것이다. '내가 동성애자라면, 나의 가족이 동성애자라면 어떨까.'

이 질문을 기독교인에게 가져가면 더욱 논란이 첨예하다. 동성애는 죄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과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는 입장, 그리고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는 논쟁에서 벗어나 동성애자를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있다.

▲ 에스더기도운동은 게시판에 길원평 교수가 쓴 글을 올렸다. 길 교수는 다음의 드라마 평점을 매기는 곳에 낮은 점수를 주라고 했다. (에스더기도운동 홈페이지 갈무리)
드라마 방영에 관해 에스더기도운동와 한국교회언론회,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 보여준 행보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관점을 잘 보여준다. 에스더기도운동은 지난 5월 12일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회원들에게 에스비에스에 항의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낼 것을 독려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가 쓴 글을 올렸다. 글에서 드라마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서 점수를 낮게 줄 것을 독려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5월 12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논평을 발표해, 동성애 미화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고 방송사는 상업 목적으로 동성애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두 단체가 속한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국민연합)은 5월 27일 <조선일보>, 28일 <국민일보>, 6월 4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는 제목으로 광고를 내, 동성애를 조장하는 에스비에스 시청을 거부하고 광고를 안 내는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의 이용희 교수는 동성애가 죄라며, 그 근거를 성경에서 찾았다. 남자와 동침하는 것이 가증한 것이라는 레위기 말씀을 근거로 삼았다. 이용희 교수는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주장은 동성애자들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기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부작위 죄를 짓는 것이고, 도리어 말하는 것이 이들이 동성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동성애가 끼치는 사회․국가적 악영향이 심각하다며 가장 큰 문제를 에이즈로 꼽았다. 동성애가 많은 사람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들 중 양성애자가 많아 에이즈 확산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우리신학연구소 등이 속한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차세기연)는 동성애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여준다. 차세기연은 오랜 시간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벌여 왔던 단체들이 모여 결성됐다. 차세기연에 속한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는 지난 2003년 한기총이 동성애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에 좌절해 청소년이 자살하자 한기총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차세기연은 이번 동성애 드라마에 관련해서도 이들은 보수 기독교계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6월 7일 성명서를 발표해, 국민연합의 에스비에스 시청 거부 운동이 '종교의 편협한 논리로 예술 창작 활동의 권리와 시청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국민 기본권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몰상식의 소치'라고 했다. 또 신앙과 성경을 폭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용서하기 어려운 범죄 행위라고 했다. 편협한 잣대로 신의 생기로 창조된 인간을 혐오스러운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범죄라는 것이다. 차세기연은 국민연합이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산되게 하고, 동성애 혐오증에 입각한 활동으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종교의 사회적 공공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차세기연 임보라 목사는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 것은 성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한다고 했다. 그는 소돔과 고모라 멸망은 소돔이 나그네를 홀대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은 결과로 봐야 한다며, 동성애 반대 구절로 소개되는 레위기 등도 원어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성서에서 금하는 돼지고기는 먹으면서 동성애만 금지하는 것은 이에 대한 편견이라고 했다.

임 목사는 동성애를 하면 에이즈가 걸린다는 주장도 잘못된 통계에 근거한 말이고, 동성애 공포증에서 비롯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동성애의 원인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중도적 입장은 동성애는 죄이지만 죄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동성애자 청년들을 가까이서 상담해 왔던 한국라브리 성인경 목사는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 따지지 말고 동성애가 순리인지 역리인지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성 목사는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입장은 에스더기도운동의 이 교수와 같았지만 표현 방법은 달랐다. 성 목사는 "동성애를 죄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제하라"며 그런 식의 표현은 동성애자의 마음을 닫게 한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를 환경의 영향을 받아 뒤늦게 생기는 것으로 보며, 동성애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는 사랑하되 그들에게 진리를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랑으로 하는 말과 정죄하는 말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먼저 사랑으로 포용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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