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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추행' 죄 둘러싼 교회의 오해
현행법으로는 성폭력당한 동성애자 사병도 처벌…미국에 없는 미국서 들어온 법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3.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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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또는 준군인(군무원과 사관학교 생도 등)에 대하여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군형법 제92조의 6 추행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이 조항은 지난해 7월 28일 헌법재판소에서 5대 4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추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까닭에 동성 간 성추행 혹은 성폭력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군대 내 강간 혹은 강제 추행은 이미 별도의 처벌 조항이 존재한다. 따라서 '추행'이라 이름 붙은 이 조항은 동성 간 성행위를 '추한 행위'라 지정하여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군형법 제92조 6이 기독교 전통을 따르던 미군에 있던 '소도미(sodomy)' 조항을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3월 19일, 향린교회가 마련한 사순절 특강에서 '군은 나를 죄인으로 규정했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희망을만드는법'은 기업·장애·성소수자 등 다양한 인권 영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다.

한가람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가 3월 19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강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가람 변호사는 군대 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폭력도 군대에서는 '군이라는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문제시되지 않고 변화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국가 안보와 연결하면서 군대 내 인권을 향상하려는 모든 노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군형법 92조의 6이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되면,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성소수자 상관이 부하에게 강제로 항문 성교를 강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군 기강이 악화돼 우리나라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논리다. 다음은 개신교인으로서 반동성애 운동을 펼치는 길원평 교수(부산대 물리학과) 포함 교수 286명이 연명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다.

"항문 성교는 유사 성행위로서 쾌감을 동반하므로 군대 내의 항문 성교가 합법화되면 은밀하게 군인들 사이에서 항문 성교가 확산될 우려가 매우 높고, 결국 한국 사회 전체로 동성애가 급격히 확산될 것입니다. (중략) 군대 내의 항문 성교를 허용하면 전투력이 약해집니다. 항문 성교를 하다 보면 걸핏하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변실금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변실금으로 고생하는 군인이 과연 얼마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가람 변호사는 이런 인식이 군대에도 어느 정도 퍼져 있다고 했다. 이는 남성 동성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등장이 다른 남성들의 극단적인 공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른 남성이 나를 다루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이들에게는 공포로 작용하는 것이다. 동성애가 들어오면 성폭력이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에이즈에 전염될 거라는 생각이 성소수자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런 공포감은 군대 가는 남성 동성애자를 '가해자'라고 상상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현실은 반대다. '동성애자 때문에 무서워서 군대 못 가겠다'고 하는 사람 있는가. 남성 동성애자는 군대에서 '아웃팅' 당하지 않을지,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지 고민한다. 동성애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겪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그건 오히려 반동성애 운동 진영의 적극적인 활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형법 '추행' 죄는 성인 사이 합의된 성관계라 하더라도 그게 동성 간이면 형사처벌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군형법 제92조의 6은 성인 사이 합의된 성관계라 하더라도 그게 동성 사이면 형사처벌한다. '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부대원 두 명이 서로 호감을 느꼈다 가정하자. 이 두 사람은 부대 내에서 비밀스럽게 만나다 휴가를 얻어 부대 인근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동성 간 성행위도 했다. 나중에 부대에 이 사실이 발각되면 두 사람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가람 변호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A 대위는 같은 부대 병사 B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B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문을 잠그고 '너 동성애자 아니냐'고 물으며 B에게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며 위협했다. A 대위는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B를 강제로 추행했다. 동성애자인 B 사병은 바로 '성폭력당했다'며 신고했다.

사회였으면 A 대위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헌병대가 와서 A 대위를 체포했는데 일반 사병인 B까지 체포했다. 왜?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군형법상 '추행' 죄를 적용했다. 둘 다 똑같이 구속당했고 같은 일수만큼 형을 살고 나왔다. 성폭력 피해자인 동성애자를 처벌한 것이다."

한가람 변호사는 동성애 때문에 군대에서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편견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에서 행한 연구들은,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성폭력을) 일으키기보다 동성애 혐오주의자가 동성애자를 욕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남성 간 성폭력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성폭력은 위계상 계급이 높은 이가 낮은 이에게 행하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도 한국교회와 여러 기독교 시민단체는 조직적으로 "항문 성교 허용하면 내 아들 군대 안 보낸다"와 같은 말을 퍼트린다. 조직적으로 각 도시에 현수막을 걸고 "군형법 '추행' 죄가 폐지되면 동성애가 확산되고 군 기강이 무너져서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고, 이는 김정은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논리를 편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보수 개신교가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고 있지만 조금씩 변화도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사회는 변하고 있다. 올해 군형법 '추행' 죄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에 서명해 준 사람이 1만 2,207명이다. 놀라운 것은 교회 단위에서 이 서류에 서명해 보내 준 곳도 있었다. 교회가 차별과 증오에 앞장서기 보다 사랑을 더 많이 보여 주고 든든한 연대자가 되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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