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저스웨거(Jesuswagger) 비와이가 '쇼미더머니 시즌 5'에서 우승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기독교 색채를 거르지 않은 가사가 연일 화제였다. 자기 생각과 가치관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힙합 신에서 신앙고백적인 가사를 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활동을 펼치는 래퍼가 많다.

생각해 보면 힙합 신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비와이가 존재했다. 조PD와 YDG가 그렇다. 조PD는 'Church 2 da streets'라는 곡을 헤리티지와 함께 불렀다. 이 곡은 청소년부, 청년부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YDG는 '흉배미니스트리'라는 팀을 꾸려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하고 있다. 성경 말씀으로만 랩 가사를 쓴다. 일리네어 콘서트에서 '예수, 보혈, 구원' 등의 가사를 내뱉으며 지저스웨거임을 드러낸다.

▲ YDG는 흉배미니스트리라는 팀을 꾸려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흉배)

지저스웨거? 비와이만 있던 건 아니다

10월 3일 홍대 인근에서 열린 '수상한 거리' 축제에서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가 기독교와 힙합에 대해 강의했다. 남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함께 많은 힙합 아티스트를 인터뷰하고 있다.

남오성 목사는 자신이 인터뷰했던 래퍼들을 소개했다. 이들 중에는 기독교인인 래퍼도 있고, 아닌 래퍼도 있다. 정상수, 비와이, 심바자와디, 아이삭 스쿼브, 타이미, 허클베리피, 오왼 오바도즈가 전자에 속하고 제리케이, 딥플로우는 후자에 속한다.

전자는 주로 가사에 기독교 언어를 녹여 냈다. 주님, 예수 등 종교 색채가 드러나는 단어를 사용한다. 제리케이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기독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웃 사랑에 초점을 맞춰 랩을 한다. 최근에 발매한 앨범엔 콜센터 직원의 애환을 담았다. 소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컨셔스 랩(Conscious Rap)이다.

딥플로우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남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일상과 동떨어진 노래만 하지 말고 제리케이와 딥플로우처럼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울 수 있는 노래를 하기 바랐다.

남오성 목사는 교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두 사람을 더 소개했다.

'1way'다. 1way는 JR엔터테이먼트가 홍대에서 정기적으로 열었던 '4 christ show(포크쇼)'에 몇 차례 참여했다. 공연 목적은 전도다. 홍대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초청한다. 가사에는 기독교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음악이 좋아 관객은 아무 불편함 없이 받아들인다. 이 공연으로 전도한 경우도 꽤 있다.

'미스터탁' 서종현 선교사는 '제리케이'와 비슷한 타입이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어 역사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다룬 랩이 꽤 있다. 자본주의 문제점을 짚는 노래도 꾸준히 발표했다.

▲ 남 목사는 교회 안 래퍼들에게 개인 신앙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가사로 쓸 것을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개인 신앙만 담은 랩에서 탈피하라!

남오성 목사는 비와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몇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이원론에서 일원론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원론은 하나님 영역과 마귀 영역이 충돌한다는 뜻이다. 우리 하나님은 마귀와 싸우며 쩔쩔매는 분이 아니다. 욥기를 보면 하나님이 마귀를 부리시고 마귀는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 성경은 하나님과 마귀가 따로 통치하는 세상을 말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개인적 가치가 아닌 총체적 가치를 언급했다. 기독교인 래퍼 가사를 보면 대부분 자신의 죄, 구원에만 머물러 있다. 남 목사는 성경 속 이야기를 언급하며 하나님의 관심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담겨 있음을 강조했다.

주기도문의 주어는 '나'가 아닌 '우리'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고 적혀 있다. 하나님의 관심사가 '내'가 아니라 '세상'에 있다는 뜻이다.

성경 맥락도 그렇다. 구약은 이스라엘 민족 이야기이고, 신약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 교회 이야기다. 남 목사는 기독교인 래퍼들이 개인 신앙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성경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공동체·사회·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사에 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래 가사 이야기도 꺼냈다. 기독교인 래퍼들은 대부분 교회 안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 남 목사는 교회 밖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교 언어보다 예수의 가치를 담아낸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믿음, 구원, 소망 같은 교회 언어 대신 예수님이 살아 온 삶, 예수가 지향했던 가치, 고통받는 자를 대한 태도 등을 중점적으로 쓰라고 권했다.

"이 조언이 비단 힙합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종교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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