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뉴스앤조이>가 만난 9번째 래퍼.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돌려대라는 성경 말씀에서 영감을 얻어 예명을 '오왼'이라 지었다. 본인의 곡 'City' 뮤직비디오 서두에는 "이 비디오를 전 세계 모든 팬들과 예수님께 바친다(This video is dedicated to all the fans around the world and Jesus)"는 문구가 나온다.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비와이, 나플라, 루피 등과 함께 손에 꼽히는 한국 힙합 신의 유망주다. 분명한 메시지, 정확한 딜리버리, 다양한 비트를 넘나드는 표현, 뛰어난 랩 실력으로 유명하다.

그의 소속사 메킷레인레코즈(MKIT RAIN Records)에서 그를 만났다. 실제 만나 보니 외모에서 교회 오빠 냄새가 묻어나진 않았다. 목덜미에 기도하는 손과 집 주소로 타투를 새겼다. 빡빡 민 머리, 코걸이가 눈에 띄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풀어놨다. 본인 랩처럼 진중하고 묵직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는 빅퍼즐아카데미 남오성 대표가 진행했다.

▲ 오왼 오바도즈는 비와이, 나플라, 루피와 함께 힙합 신의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Soo.pia(킥&스냅)]

- 자기소개 부탁한다.

올해 26살, 오왼 오바도즈다. 마태복음 5장 39절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 편도 돌려대며"에서 오른쪽, 왼쪽을 따서 '오왼'이라고 지었다. 계속 맞아도 더 베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었다. 그런데 막상 짓고 나니 힘들다. 준다는 게 쉽지 않지만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바도즈는 과다 복용이라는 뜻으로 내 음악을 과다 복용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늘 음악을 좋아했다. 힙합에 관심이 생긴 건 어릴 때 엄마 따라 미국 동부 뉴저지에서 살면서부터다. 그곳은 음악과 힙합이 문화적으로 자연스럽다. 옷도 큰 옷을 입고 다니는데, 다들 형한테 물려받은 옷을 입는다. 나도 엄마 친구 아들이 입던 옷을 물려 입었다. 처음에는 그게 '힙'스러운 건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흑인, 멕시칸 친구들을 만나면서 힙합하면 떠오르는 돈, 명예, 여자 자랑하는 랩에 노출이 잦았다.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2005년 한국에 돌아왔다. 친형도 음악을 하고 있어서 부모님이 내가 음악하는 걸 반대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음악 대신 농구를 했다. 농구부 생활 중에 코치한테 폭행당하고 인격 모독, 폭언도 들었다. 그게 힘들었다. 결국 농구도 그만뒀다. 부모님이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는 대신 대학은 가라고 했다. 1달 공부해 총신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믹스테이프는 2014년 3월, 군대 다녀와서 냈다. 군대에서 생각이 많았다. 잡생각 대신 그간 작업한 것들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대 제대 후 직접 프로듀서랑 녹음실 알아보고 자정부터 새벽까지 매일매일 작업했다.

- 사람들이 올드 스쿨 힙합(Old School Hiphop·1990년대 초 이전의 힙합의 장르), 컨셔스 랩(Conscious Rap·사회 메시지를 담은 랩)이라고 평가한다.

영향을 받긴 했지만 올드 스쿨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진 않다. 미국에서는 카니예 웨스트가 찬사를 받는다. 그가 찬사를 받는 까닭은 올드 스쿨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스를 뽑아서 프레시하게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남들보다 앞서 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보를 세상에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처럼 하나에만 박혀 있지 않고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싶다.

컨셔스 랩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치, 사회 이슈를 아직 다루진 않았다. 대신 사람들이 일상에서 스쳐 가는 사실, 감정, 기분을 음악으로 만든다. 예로 전철을 탈 때 어떤 사람은 안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어깨를 밀며 들어온다. 그때 왜 저 사람은 먼저 저렇게 들어오지, 생각이 든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 전철 안 사람들을 봤는데 다들 이어폰 꽂고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스크린 중독 같았다. 추억을 남길 때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런 점이 의아해 '바보 상자'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런 점을 컨셔스 랩이라고 봐 주는 거 같다.

▲  쇼미더머니 시즌 3,4에 참여한 그에게 시즌 5에 나갔냐고 물었다. 오왼 오바도즈는 "가지 않았다. 나갈 생각 없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퀄리티 있는 음악을 팬들에게 선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가사에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힙합 대신 문화라고 말한다. 힙합이 우리 것이 아니고 힙합 문화가 아직 한국에 정착되지도 않았다. 공연을 하면서 특히 MC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누군가는 'Move the Crowd'라고 하는데, 나는 'Move the Culture'라고 한다. 주변에 힙합을 좋아하면 좀 더 문화를 알려 주고 전파해 달라고 요청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 아티스트가 영향을 받은 래퍼가 누군지 알려 주고 레코드샵이나 공연에도 데려다 달라고 한다.

내 나름대로는 문화를 움직여 보려고, 뱉은 말은 지키려고 한다. 직접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서 올리기도 하고, 주변에 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도와 음악도 만든다. 그런데 아직까지 오왼이 뭘 했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

- 한국의 예술 문화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배 만드는 건 잘할지 몰라도 문화는 후진국이라고 생각한다. 래퍼 외에 댄서나 그래피티스트도 잘 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춤으로 인정받으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는 누나가 있는데, 하루는 한 기관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학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을 가르치는데 학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황당하다.

-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해 보자. 시즌 3, 4에 나와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림자도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래퍼만 행사에 초청되고, 실력 있어도 대중성이 없는 래퍼는 공연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쇼미더머니로 돈벌이가 좋아졌다. 대신 신이 망가진 부분도 있다. 나간 사람을 욕할 순 없다. 다른 가수들처럼 페이나 공연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거다. 그런데 신에서 되는 사람만 늘 해 왔다. 비유를 들자면, 땅은 비옥한데 집은 안 짓고 이만 쑤시고 있던 꼴이었다. 그러다 쇼미더머니로 하늘에서 집이 떨어지니까 모두 이 집을 갖겠다고 싸우는 것 같다. 이를 누구 잘못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쇼미더머니 시즌 3에 나오고 한국 힙합 신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 레이블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콜라보도 했다. 덕을 봤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나갈 생각은 안 한다. 쇼미더머니 출연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한 거 같다. 방송으로 뜨고 나서 좋은 음악을 못 내면 결국 사라진다. 주변에서 방송 출연하고 작업 안 하고 클럽에 놀러 다니는 래퍼를 종종 봤다. 나는 연예인이 아닌 래퍼로 있고 싶다.

- 이제 첫 단독 콘서트도 연다.

6월 5일(일)에 한다. 내 이름을 걸고 처음 하는 단독 콘서트다. 지금 정규 앨범도 준비하는데,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12곡 정도 만들었는데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서 15곡에서 20곡은 들어갈 것 같다. 오히려 정규 앨범보다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는 데 더 부담이 크다. 이번 공연에서 머릿속으로 구상해 둔 거를 최대한 잘 구현해 내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욕심이 많다. 남들과 똑같아 보이고 싶지 않다. 공연 보러 온 사람들에게 제대로 준비한 공연으로 머리 한 대 맞은 거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

▲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는 교회에 나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교회는 출석하지 않지만, 여전히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지키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기독교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교회는 언제부터 다녔나.

모태 신앙이다. 아버지는 이번에 장로가 되셨다. 미국에 있을 때는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사람들이 와서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교회 들어올 때나 나올 때 앞뒤가 똑같았다.

그런데 한국 와서 본 교회는 미국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 앞뒤가 다르기도 하고 실제 교회 안에서 상처받은 일도 있었다. 교회를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한국에서는 아직 못 찾았다. 그래도 항상 내가 도에 어긋나는 실수를 했다 싶을 때는 하나님이 먼저 생각난다. 교회에 나가진 않지만 예수님은 믿는다. 하나님이 나에게 메시지와 미션을 주셨고, 지금 그 미션을 차분히 해 나가고 있다.

- 예수님을 언제 어떻게 경험했나.

한국에서 방황하면서 교포들과 많이 어울렸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을 피해 몰래 간 교회에서 주보를 봤다. 주보에 예수님이 양을 끌고 가는 그림이 있었다. 길 잃은 어린양을 인도하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써 있었다. 보자마자 무릎 꿇고 통곡했다.

그때부터 이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명동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스피커로 예수 믿으라고 말해야 할까. 내 방식대로 찬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항상 옆에 있는 분이 온전하게 나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가끔은 내가 이 정도를 받아도 되나란 생각이 든다. 동시에 받아도 마땅한데, 예수님은 내가 견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신다. 나를 잘 모르는 학생, 직장인, 누구든지 내가 잘못하면 만인에게 질타를 받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에 꼬리표가 붙는다. 내가 맞다고 말해도 대중이 아니라고 하면 돌팔매질 맞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예인이니까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행복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자부하려면 이 수순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증오가 아니라 다른 이를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억울해 잠도 못 자던 적도 있지만 성경에서 늘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으니 따라가려 한다.

- 비와이처럼 음악에 신앙을 녹여 볼 생각은 없나.

생각은 많이 했다.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 천국을 연상케 하는 소리를 노래로 만든 게 있다. 천국 올라가서 문 열릴 때 이런 느낌일 거 같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신이 비트를 들려 주었다). 메시지와 작품 둘 다에 욕심이 있어 직접적이기보다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사람들은 편견과 착각으로 나를 볼 때가 있다. 문화에 대해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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