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타이미, TV 속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강렬하다. "내 랩이 걔네 아가리 때려 박는 못과 망치", "다 씹어 버릴 테니 너네 X같은 손가락질"이라는 가사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Tymee’s back'으로 시작하는 디스 랩은 무대를 보는 사람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유의 저음과 속사포 랩은 남성 래퍼 못지 않은 강한 에너지를 보여 준다. 이 때문에 그는 '언프리티랩스타' 출연 후 사람들에게 '기 센 언니'로 통한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4월 16일, 홍대에서 만난 타이미에게서 욕 잘하는 언니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TV에 나오는 분위기랑은 다르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랩할 때랑 평소는 좀 다른 거 같아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작년 초 언프리티랩스타로 세간에 알려지긴 했지만, 타이미는 여성 래퍼가 희귀했던 15년 전부터 힙합 신에서 랩을 해 왔다. 그녀의 예전 곡 중에는 기독교 신앙을 표현한 노래도 있다. 여성 래퍼로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힙합과 신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인터뷰는 빅퍼즐아카데미의 남오성 대표가 진행했다.

▲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17살부터 활동했다. 15년간 네퍼, 이비아, 타이미라는 예명으로 랩을 해 왔다. 예명을 바꿀 때마다 랩 톤과 스타일이 모두 달라졌다. 늘 자기 색을 담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사진 제공 아싸커뮤니케이션)

네퍼, 이비아에서 타이미까지

"요새는 TV에 힙합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노래가 나오면 음원 순위도 높은 편이다. 힙합이 많이 대중화했다. 옛날에는 힙합 좋아한다고 하면 깡패 보듯 했다. 어른들은 특히 더 그랬다. 욕과 담배, 마약까지 할 거 같은 이미지였다. 여자가 무슨 랩을 하냐고 그랬다."

그가 힙합 신에 입문할 때만 해도 래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여성 래퍼를 보는 시선은 더 곱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가식 없는 타이미의 랩을 보며 속시원하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욕하는 여성 래퍼를 상스럽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대중도 거부감 없이 이런 모습을 받아들인다.

타이미는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로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 갔다. 무대 위에서 남성 래퍼가 큰 몸짓과 함께 멋진 랩을 하다가 여성 래퍼가 나오면 그 자체로 공연을 신선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같은 내용의 랩을 하더라도 여성의 목소리 톤, 무대 위에서 보이는 몸짓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타이미는 꼭 섹시 콘셉트로 무대를 꾸미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타이미는 세 가지 예명을 거쳤다. '네퍼', '이비아', '타이미'다. 이름이 달라질 때 음악 색도 달라졌다.

믹스테이프 개념이 없던 2000년대 초, 네퍼로 활동했다. 래퍼가 직접 녹음한 곡을 공유하는 음악 사이트 '밀림닷컴'에 올렸다. 그의 이름과 노래 제목은 높은 순위에 올랐다. 로우 톤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잡았다. 피처링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타이미는 "네퍼 때에는 내 음악이라고 할 만한 게 많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네퍼로 활동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면 발전이 없을 거 같았다. 틀을 깨부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2009년 이비아로 데뷔했다. 랩 톤부터 시작해서 가사 스타일, 비주얼까지 많이 바꿨다. 네퍼 색깔을 잃어버리니 욕을 많이 먹었다. 그렇게 4년 가까이 활동했다."

이비아는 그를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오게 했다. 로우 톤 대신 하이 톤 랩을 했다. 네퍼가 힙합 여전사 이미지였다면 이비아는 큐티하고 섹시한 이미지였다. 가사도 가볍게 듣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네퍼를 좋아한 팬들은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래퍼 졸리브이(Jolly V)가 이비아 활동을 저격한 디스 랩을 만들기도 했다.

반대로 가벼운 내용의 랩을 하는 이비아를 좋아하는 팬도 많았다. 그는 네퍼를 좋아한 팬들의 마음을 알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여전하다. 래퍼로서 해 볼 만한 도전이었다고 여긴다.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나와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비아 생활을 마치고 타이미로 나오기 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전공을 살려 미술 학원에서 잠깐 일하기도 했다. '나를 찾고, 내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4년 쇼미더머니3와 2015년 언프리티랩스타1에 출연했다. 음악에 구속되어 살다는 뜻의 타이미(Tymee)로 대중과 만났다.

랩 톤과 비트가 이전과 달리 많이 잔잔해졌다. 2013년 '타이미' 첫 싱글 앨범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한 감성곡 '한강 위에서'를 발표했다. 2015년에는 양희은 노래 '엄마가 딸에게'에 피처링으로도 참여했다.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감성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 타이미와 잘 맞았다. 그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 타이미는 모태 신앙이다. 언프리티랩스타1에서 '디스 랩'으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기독교인으로서 디스 랩을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 (사진 제공 아싸커뮤니케이션)

모태 신앙 타이미, 디스 랩 고민하다

타이미는 모태 신앙 기독교인이다. 자신이 만난 예수님을 표현하는 CCM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요새는 기타도 배운다. 이비아 시절, CCM 앨범은 아니지만 앨범 트랙으로 '1/10'이라는 곡을 수록했다. 노래 중 직접 녹음한 기도문을 넣었다. 첫 앨범이 나오면 한 트랙을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타이미는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가사를 직접 쓸 수 있는 게 감사했다.

그는 갓난아기 때부터 나간 교회에 계속 출석하고 있다. 언더에서 래퍼 생활을 할 때도 교회에 나갔다. 교회에서 힙합 활동을 부정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프리티랩스타1에 나오고 나서는 청년부 예배 때 특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목사가 언행에 대한 설교를 했다. 기독교인으로서 밖에서 사용하는 말에 신경 써야 한다는 설교였다. 당시 방송에서 디스랩을 했던 타이미는 뜨끔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디스할 때 내가 이렇게 사람을 미워해도 되나 싶었다. 나는 예수를 닮고 싶은 사람인데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곡을 만드는 게 괜찮은가 싶었다. 괴리감과 모순을 느꼈다. 래퍼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가사에 담기 때문에 더 괴리감을 느낀 거 같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친구들에게도 묻고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은 결론 났다. 이것도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안 좋은 모습도 있었을 거고 마음고생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는 거고, 그때 힘들었기 때문에 주님을 더 찾았다."

타이미에게 예수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예수를 부모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있으면 응원하고 나쁜 길을 가면 바른 길을 가도록 붙잡는 부모처럼 본인이 잘못된 길을 가면 바로잡아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다. 생각이 정리된 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예수는 타이미의 '존재의 기반'이었다. 예수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마다 많이 의지하고 힘을 얻었다. 주님을 빼고 타이미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 그에게 어떤 래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타이미는 대중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미지로 기억되기보다 '자기 음악' 하는 타이미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아싸커뮤니케이션)

"여성 래퍼, 더 다양한 스타일 선보여야"

'여성 래퍼'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윤미래'다. 요즘에는 힙합 신에 여자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윤미래는 독보적인 존재다. 어떤 이는 "윤미래 이후 여성 래퍼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랩을 잘하는 여성 래퍼가 있다면, 그 잘한다는 기준 역시 '윤미래'가 된다.

타이미 역시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뮤지션으로서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타이미는 여성 래퍼가 윤미래의 테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미래 씨의 행보를 보면, 개인 앨범 대신 OST 작업을 주로 한다. 또 본인의 랩 스타일도 뚜렷하다. 윤미래의 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스타일만 들으려 한다. 이게 여성 래퍼의 과제인 거 같다. 우리가 더 많은 스타일로 넓혀 가야 할 거 같다. 남자 래퍼들은 스타일도 다양하고 독특하기도 하다. 우리도 이런 걸 빨리 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이 톤도 있고 스킬이 뛰어난 사람도 있고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언프리티랩스타1에 나온 래퍼들 랩 스타일이 다 달랐다. 산이(San E) 씨가 "너네는 랩하는 게 다 달라서 재밌다"란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 다들 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윤미래 씨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스타일을 획일화하지 않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래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타이미는 "어떻게 기억하든 상관없을 거 같다"고 답했다. 오히려 기억되지 않아도 좋을 거 같다고 한다. 최근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를 읽으면서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대중들에게 굳이 어떤 래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것도 없다. 이미지나 음악 색으로 기억되는 대신 그저 자기 음악을 하는 타이미로 남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