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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1세대 래퍼, 교회 오빠 되다
[인터뷰] 아이삭 스쿼브 "성공이나 경쟁은 이제 관심 없다"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03.23 14:12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여기 힙합 1세대 아티스트가 있다. 힙합이 처음 한국에 상륙한 1998년, 신촌 '마스터플랜(Master Plan)'에서 가리온과 함께 무대에 섰던 사람. 중3부터 힙합 뮤지션 뮤직비디오를 보며 프리스타일 랩(Free Style Rap·즉흥적으로 라임에 맞춰 생각나는 가사를 내뱉는 랩)을 선보였던 래퍼. 2009년 가리온의 나찰과 함께 정규 앨범 'The Training Day Vol.1'을 발매한 아이삭 스쿼브(Issac Squab).

음악을 시작한 지 18년째. 힙합의 태동기를 함께했던 그가 2009년 돌연 사라졌다. 이후 선교사로 불리며 '사도신경가'를 발표했다. 랩으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그러다 2013년 다시 힙합 신에 복귀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 사회 모순을 비판하는 곡을 내놓았다. 인터뷰는 빅퍼즐아카데미의 남오성 대표가 맡았다. 

   
▲ 힙합 1세대로 중3부터 힙합을 시작한 아이삭 스쿼브, 그는 노래 가사를 삶으로 살아 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제공 아이삭 스쿼브)

노래보다 삶이 중요한 래퍼

두 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 신앙 이야기가 많았다. 신앙이 음악이 아니라 삶에서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노래에서 자신의 신앙을 당당하게 고백했다가 고꾸라진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일까. 그는 플러스는 못 되도 마이너스는 하지 말자는 소박한 목표로 지낸다.

그가 발표한 음악들, 'The light', '가만히 있으라', '까치까치'에는 신앙 이야기가 없다. '까치까치'에서는 힙합 신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 1주기 무렵 낸 노래 '가만히 있으라'에서는 세월호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뱉는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봄날 광화문을 지날 때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눈빛들, 그 고통을 보았네
이내 사지가 굳을 만큼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는데
아무렇지 않게 같은 땅을 밟고 있는 눈먼 나를 보았네

이젠 물어보고 싶어 진실을 외면하는 그 악마들에게
어떻게 안 미안하고, 어떻게 안 부끄러울 수가 있는지
내 막내 동생, 내 조카, 내 학생들 같은 사랑스런 아이들인데
우리의 미래가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가만히 있으라 중)

아이삭 스쿼브는 신앙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 곡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예수님 믿기 전에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안 믿었으면 일베 짓 했을 거다. 성경을 잘 보니 예수님은 약자들과 친하셨고 낮은 곳으로 가시더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모교회고 여기서 회심했다. 그런데 교회 설교 중 불편했던 게 있었다. 교회는 성공을 강요하고 기도하면 다 된다고 말했다. 성공이라는 틀을 만들어 이를 성경으로 뒷받침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은 다 비참하게 죽었다. '그런데 왜 교회는 다른 이야기를 하지, 이게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다시 봐도 예수님은 낮은 곳으로 찾아가셨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까지 만나 주셨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도 팬을 자처하는 교회 애들 중에 나와 생각이 다른 애들이 많다. 아이들이 죽었는데 가슴이 아프지 않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당시 굉장히 무기력했다. 팬들에게 '만약 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이렇게 말할 거냐'고 물어본다. '관심 가지지 않으면 네가 당한다. 그 후에 정신 차릴래?'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하니 '함께 힘을 보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 그는 현재 워십 밴드는 D.I.J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2009년 회심하고 진리를 알기 위해 힙합 신을 떠나 교회에 몸을 담았다. (사진 제공 아이삭 스쿼브)

"저에게도 새 일을 행해 주실 수 있나요?"

2009년 그는 회심했다. 초등학교까지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 교회에 나갔지만 무신론자였다. 어린 그가 생각하기에 예수 부활도 없고 기독교라는 종교는 허구일 뿐이었다. 그러다 잘 살던 집이 주저 앉았다. 건달들이 구둣발로 방에 들어와 물건마다 빨간 딱지를 붙였다. 엄마가 2만 원을 들고 "하나님, 이 돈을 십일조로 내면 다음 주까지 생활이 어렵다"고 울며 기도하며 장면을 보았다. 목사님이 심방 오면 없는 살림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중2 때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종교를 등졌다. 어린 나이에 무대에 섰고 남부럽지 않은 유명세와 소득이 생겼다.

2008년 소속 회사가 망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앨범도 망했다. 알코올에 빠졌다. 간이 술을 해독하지 못해 몸에서 늘 안 좋은 냄새가 났다. 좀비처럼 눈만 뜨고 있었다. 머리로는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몸은 비참한 상태를 잊기 위해 술을 마셨다.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고 생각했다.

죽기 전에 누구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줬음 했다. 주일 오후 2시, 아는 곳이 교회밖에 없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로 향했다. 찬양이 흘러나왔다. "보라 새 일을 행하시리니 이제 곧 나타내리라" 이사야 43장 말씀이 명치를 때렸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저기요, 나에게도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저에게도 새로운 일을 행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더듬더듬 물었다.

죽는 게 두려웠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펑펑 울다 잠들었다. 이후 그는 죽음을 버리고 삶을 택했다. 예배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택배 일을 하며 삶을 꾸려갔지만 행복했다. 성공보다 하나님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힙합 신을 떠났다. 진리를 직면하려면 발 한쪽만 걸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 접었다. 2010년부터 그 커뮤니티에서 사라진 거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공익 하면서 한두 곡씩 종교적인 노래를 발표했다. 죽기 전에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예수님을 만나고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그 행복으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렇게 그는 예수를 만나고 교회 안 사람들과 'D.I.J'(Dream In Jesus)라는 워십 밴드를 만들었다. '사도신경가'도 이때 만들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를 노래로 표현했다. 할 수 있는 게 랩뿐이라 비트와 디제잉, 랩, 노래가 어우러진 CCM 정규 앨범을 2집까지 발표했다.

   
▲ 그는 랩으로 찬양한다. 길거리이든 사람이 얼마 없는 수련회든, 어디든 개의치 않는다. (사진 제공 아이삭 스쿼브)

성공보다 한 사람 전도가 먼저

2013년 힙합 신에 다시 복귀한 그는 타고난 입담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힙합 전문 방송 '매콤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만 파묻혀 있을 것처럼 보이던 그가 왜 다시 씬으로 돌아왔을까.

"내 인생의 목표는 하나다. 나 같은 놈 한 사람만 데리고 오는 것. 다수를 회개시키는 꿈을 누군가는 꾸겠지만, 나한테 이건 달콤한 유혹 같다. 내 인생을 통해 누군지 모르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 한 명을 전도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교회에만 있진 않다. 그래서 2013년 '찾으려면 내가 가야겠구나' 결심하고 나오게 됐다."

매콤한라디오 이야기를 꺼냈다. 기독교스럽지도 않고 야한 이야기도 종종 오간다. 누군가 "아이삭 스쿼브 CCM 앨범 내고 선교사로 불리는데 이제 보니 똑같네"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2013년에 결심한 마음 그대로다. 함께 진행하는 사람들을 전도해야 한다는 생각. 교회 다니는 형, 좀 안 어울리지만 예수 이야기하는 형으로 이들에게 남고 싶다. 몇몇 사람은 "그래도 형 때문에 교회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걸로 족하다.

18년동안 변하지 않는 목표가 있다. 리얼 MC. 명징한 메시지로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MC(Move The Crowd)가 되고 싶다. 그래서 매일 연습하고 곡을 쓴다. 그러나 랩으로 잘나가 보겠다는, 성공에 대한 열망은 제로다. 힙합을 좋아하지만 다른 일을 해도 무방하다. 방송에 나가 '예수쟁이'로 이슈를 타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경쟁에는 끼고 싶지 않다. 인기의 대가로 홍대에서 공연을 더 많이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음악을 하고 자기 라디오를 하며 그 한 놈을 찾고 있을 뿐이다. 10명 안팎 되는 작은 교회에서 함께 김밥 만들어 먹는 게 좋다. 음향 시설 변변찮은 곳에서 랩으로 찬양을 해도, 7명 참석한 수련회에서 비트 키고 랩을 해도 그저 좋단다. 힙합과 예수에 미쳤다.

   
▲ 아이삭 스쿼브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제로라고 말했다. 그것보다 "나 같은 한 놈만 전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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