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동현 목사'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실검에 올랐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하자면, 지금 수십 개 언론사가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는 거다.

언론사의 어뷰징에 사람의 얼굴은 없다. <뉴스앤조이>가 지난 7월 춘천중앙교회 화재 기사로 어뷰징을 실험한 것처럼, 한 교회의 불행이 언론사들에는 조회 수를 높일 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동현 목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마구 쏟아지는 기사를 보면, 사건의 핵심과 관련해 <뉴스앤조이> 보도 이상의 내용을 내는 곳은 없다. 제목과 문단 구성만 살짝살짝 바꾼 기사들이 쏟아진다.

거듭 말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없다. 어떻게든 독자를 유도하려는 언론사들은 '여고생과 성관계', '미성년자까지 모텔로' 등등 자극적인 말로 제목을 짓는다. 그 헤드라인을 보면서 피해자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잘된 일?

진지하게 이동현 목사와 라이즈업을 취재하려는 언론사는 보이지 않는다. 일반 언론이야 이쪽 바닥을 잘 모르니 그렇다 치자. 문제는 기독교 언론도 '우라까이'나 하면서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교 신문 1위'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한 기독교 언론이 있다. 이동현 목사와 관련 가장 최근 기사는 '여제자 파문 이동현 목사, '같은 아픔' 최덕신 "그에게 오히려 잘된 일"'. 수년 전 불륜으로 파문을 일으킨 최덕신 씨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기사화했다.

이 언론사는 똑같은 내용을 제목만 바꿔 20~30분 간격으로 세 개를 내보냈다. 시간은 '이동현 목사'가 실검에 오르기 시작한 때다. 전형적인 어뷰징이다.

▲ '종교 신문 1위'를 내걸고 있는 기독교 언론사 사이트에서 '최덕신'을 키워드로 입력하자 20~30분 간격으로 내보낸 기사 3개가 검색된다. (사진 갈무리)

포털 기사 더미에서 이 타이틀을 봤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같은 아픔"이라니. 지금 누가 아픔을 겪고 있다는 건가. 뭐가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건가. 인권 같은 것에 관심 없는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막상 이런 보도를 보니 새삼스럽다.

사실 이 언론사는 그동안 줄창 라이즈업과 이동현 목사의 사역을 치켜세웠다. 지난 6월 라이즈업의 서울시청 새벽 기도에 대해 '퀴어들이 떠나간 자리, 청소년들이 기도로 채우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라이즈업과 이 목사를 다음 세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대안이라고 알렸다.

자신들이 그렇게 '띄워 주던' 인물이 사실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짓밟은 파렴치한이었다면 해야 할 일은 뭘까. 진짜 '언론'이라면 뭘 해야 할까. 아니, 언론의 의무는 둘째 치더라도 기자 개개인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과연 그곳 기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지 자체도 의문이다.

실검에는 올라왔고, 뭐라도 써야겠는데 쓸 게 없어서 "같은 아픔" 따위의 기사를 썼나. 만약 그랬다면 진지한 충고 하나. 쓸 게 없으면 페이스북 서핑하지 말고 밖에 나가 취재를 해라.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든가. 그게 기독교를 그나마 덜 욕먹이는 길이다.

타이밍 봐서 '이동현 동정론'이나 만들어 내려는 생각이라면 그런 곳은 기독교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다. 평소에도 한심하다 생각은 했지만, "같은 아픔" 들먹이며 어뷰징하는 꼴을 보니 '종교 신문 1위'를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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