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래픽이 갑자기 두 배 이상 뜁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춘천중앙교회' 검색하면 <뉴스앤조이> 기사가 맨 위에 뜨기 때문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7월 18일 저녁,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춘천중앙교회'였습니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작열하는 불길이 교회 본당을 뒤덮습니다. 100여 명의 소방 인력이 동원됐습니다. 당연히 뉴스죠. 춘천까지 갈 수는 없기에 저는 교회 관계자와 간단히 통화한 후 세 문단짜리 단신을 쓰고 퇴근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인터넷이 안 되나 봐. <뉴스앤조이> 접속이 안 되는데", "아니 인터넷 안 되는 걸 왜 나한테 물어봐." 이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옵니다. "인터넷 안 되는 게 아니라, 사이트 접속자가 폭주해서 우리 사이트만 막힌 거래."

문제는 그 단신이었습니다. 다음에서 '춘천중앙교회'를 검색하면 <뉴스앤조이> 기사가 제일 위에 뜨기에 사람들이 <뉴스앤조이> 사이트로 몰린 겁니다. 실제 확인해 보니 구글 애널리틱스 실시간 접속자 지표가 평상시 7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트래픽이 절반가량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사가 내용을 약간 보태 기사를 올려서 제가 쓴 기사가 아래로 내려간 겁니다. 근데 제목이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까 본 기사와 내용이 거의 같습니다. 일명 '어뷰징'이라고 하죠. 그 기사가 검색 결과 맨 위에 뜨니 접속자가 확 줄어든 겁니다.

'2명 구조'도 아니고 '2명 연기 흡입'으로 제목을 뽑아 어뷰징 기사를 낸 언론에 분노한 편집국장은 한 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춘천중앙교회는 어떤 교회인지 두 문단 정도 간략하게 서술한 짧은 기사를 하나 더 쓴 거죠. 페이스북에는 노출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음 포털에만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리고 사이트 트래픽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제목은 '불난 춘천중앙교회, 어떤 교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던 동시 접속자 수가 다음에 기사를 송고한 직후부터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트 접속 장애를 일으켰던 수치까지 복귀하는 데까지 정확히 2분 30초가 걸렸습니다. 10분 천하에 불과했습니다. 10분이 지나니 엇비슷한 기사가 연달아 나오면서 <뉴스앤조이> 트래픽은 다시 떨어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인터넷 매체 주 수입원은 '광고'입니다. 사이트 페이지 뷰(PV)와 광고 단가는 밀접한 연관이 있죠. PV가 높아질수록 매체들은 돈을 법니다. 이것이 어뷰징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기레기들이 '춘천중앙교회 화재'를 먹이 삼아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 같은 기사를 반복해 쓰는 이유입니다. 그나마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이 어뷰징 매체를 징계하겠다고 방침을 밝히면서 줄어든 게 이 정도라고 합니다.

▲ <뉴스앤조이> 기사 위로 새로운 기사들이 마구 추가됐습니다. 트래픽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언론들의 기사는 아까 쓴 그 내용입니다. 소위 '우라까이' 기사도 좀 보입니다.

모니터 좀 쳐다본다고 교회 이야기를 오롯이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화재 이튿날 아침, 첫차를 타고 부랴부랴 춘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우르르 몰렸던 언론, 오늘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교인들은 만나는 사람을 붙잡고 울었습니다. 전기도 안 들어와 어두컴컴한 교육관에는 부교역자들과 교인들이 하염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질문하는 게 민망하고 불편한 상황입니다. 취재 협조도 쉽지 않습니다. 초상집에 와서 질문들 던져대는 기자가 곱게 보이지 않을테지요. 기사를 뜻하는 'a piece'라는 단어처럼, 남의 불행을 하나의 작은 조각으로 여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춘천에 다녀와서 쓴 기사도 물론 다음에 송고됐습니다. 그러나 이미 '춘천중앙교회'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빠진 뒤였고, 전날 같은 조회 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퇴근하기 전 교회 부교역자에게 전화로 현재 상황을 듣고 10분 만에 쓴 기사와, 춘천에 가서 오전 내내 땀 흘리며 발품 팔아 쓴 기사의 조회 수 차이는 약 9배입니다. 누가 봐도 실시간 검색어 1위 뜰 때 책상에서 똑같은 기사 생산해 내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죠.

포털의 위력을 실감한 저희는 이게 현실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편집국 기자들은 세상 물정 모르고 "2000년, 교회 개혁을 꿈꾸는 30대 젊은 기자 네 명…"으로 시작하는 전설적인 미사여구를 16년째 지켜 온 지난 세월을 돌아봤습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은 '교권과 금권으로부터의 탈피'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취재 윤리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면서 독야청청 고고하게 살아왔습니다.

급결론 맺겠습니다. 꼼수 부리지 않고, 치사해지지 않겠습니다. <뉴스앤조이>만 정통 언론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한 교회의 불행 앞에 클릭 수 늘리려고 모니터 앞에 붙어서 장난질하는 기자들'은 아니고 싶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어뷰징: 사전적 의미로는 '오용, 남용, 폐해, 학대' 등을 뜻하는 말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중복·반복해서 기사를 전송하거나 인기 검색어에 올리기 위해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 등을 뜻한다. 언론사가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내용과 다른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 게재해 의도적으로 클릭 수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네이버 시사 상식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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