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4:1-2a, 시편 98, 살후 3:6-13, 눅 21:5-19

[편집자 주] 세속성자 주일예배

청어람ARMC가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성령강림 후 스물세번째 주일입니다.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뭇 생명을 살리는 성실한 믿음으로, 하나님을 기뻐하고 찬양하는 주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본기도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주님은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존재하는 것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기뻐하며 찬양할 이유가 되시며 힘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혼란한 시대를 사는 저희가 허무함에 빠지지 않고 인내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맡겨진 일상을 충실한 찬양으로 살아내도록 이끌어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살아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외쳐 부르네(이길승) / 나의 생명 드리니(찬 213)

시편 98편 1-13절

1 새 노래로 주님께 찬송하여라. 주님은 기적을 일으키는 분이시다. 그 오른손과 그 거룩하신 팔로 구원을 베푸셨다.
2 주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알려 주시고, 주님께서 의로우심을 뭇 나라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어 보이셨다.
3 이스라엘 가문에 베푸신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기억해 주셨기에, 땅 끝에 있는 모든 사람까지도 우리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볼 수 있었다.
4 온 땅아, 소리 높여 즐거이 주님을 찬양하여라. 함성을 터뜨리며, 즐거운 노래로 찬양하여라.
5 수금을 뜯으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수금과 아우르는 악기들을 타면서, 찬양하여라.
6 왕이신 주님 앞에서 나팔과 뿔나팔 소리로 환호하여라.
7 바다와 거기에 가득 찬 것들과 세계와 거기에 살고 있는 것들도 뇌성 치듯 큰소리로 환호하여라.
8 강들도 손뼉을 치고, 산들도 함께 큰소리로 환호성을 올려라.
9 주님께서 오신다. 그가 땅을 심판하러 오시니, 주님 앞에 환호성을 올려라.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뭇 백성을 공정하게 다스리실 것이다.

 

말씀

말라기 4장 1-2절

1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용광로의 불길같이, 모든 것을 살라 버릴 날이 온다. 모든 교만한 자와 악한 일을 하는 자가 지푸라기같이 타 버릴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불이 그들을 살라서, 그 뿌리와 가지를 남김없이 태울 것이다. 2 그러나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할 것이니 너희는 외양간에서 풀려 난 송아지처럼 뛰어다닐 것이다.

 

데살로니가후서 3장 6-13절

6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명령합니다. 무절제하게 살고 우리에게서 받은 전통을 따르지 않는 모든 신도를 멀리하십시오.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무절제한 생활을 한 일이 없습니다. 8 우리는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은 일이 없고, 도리어 여러분 가운데서 어느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려고, 수고하고 고생하면서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그것은,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여러분에게 본을 보여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10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하고 거듭 명하였습니다. 11 그런데 우리가 들으니, 여러분 가운데는 무절제하게 살면서, 일은 하지 않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합니다. 12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명하며, 또 권면합니다. 조용히 일해서,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가 벌어서 먹으십시오.

13 형제자매 여러분,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누가복음 21장 5-19절

5 몇몇 사람들이 성전을 가리켜서, 아름다운 돌과 봉헌물로 꾸며 놓았다고 말들을 하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이것들이, 돌 한 개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7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이런 일들이 언제 있겠습니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려고 할 때에는, 무슨 징조가 있겠습니까?" 8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는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다' 하거나, '때가 가까이 왔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가지 말아라. 9 전쟁과 난리의 소문을 듣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런 일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종말이 곧 오는 것은 아니다." 10 그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이 일어나 민족을 치고, 나라가 일어나 나라를 칠 것이다. 11 큰 지진이 나고, 곳곳에 기근과 역병이 생기고, 하늘로부터 무서운 일과 큰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12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하고,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겨줄 것이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왕들과 총독들 앞에 끌려갈 것이다. 13 그러나 이것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므로 너희는 변호할 말을 미리부터 생각하지 않도록 명심하여라. 15 나는 너희의 모든 적대자들이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구변과 지혜를 너희에게 주겠다. 16 너희의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줄 것이요, 너희 가운데서 더러는 죽일 것이다. 17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참고 견디는 가운데 너희의 목숨을 얻어라."

 

다가올 끝을 대하는 태도

오늘 복음서 본문은 '마지막 때'에 관한 말씀입니다. 본문 자체도 난해하지만, 이 본문이 한층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민족과 민족이, 나라와 나라가 서로를 칩니다. 지진과 기근, 전염병과 사이비의 이야기들은 오늘 우리가 보는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합니다. 게다가 감옥에 갇힌 이는 마치 자신이 박해받는 순교자인 양 스스로를 변호하기에 여념이 없고, 자신을 왕으로 착각한 이는 스스로 평화의 왕이라 주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오늘 데살로니가서 본문은 마지막 때가 온다고 믿는 자들 중 다른 한 부류를 보여 줍니다. 곧 주님이 오시기에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이들은, 헬라어로 '아탁토이'라고 불리는 게으름뱅이, 무위도식자, 하나님의 질서에 반하는 고집쟁이, 반항아들입니다.(6절)

저는 이 본문을 읽을 때,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부정론자'들과 '회의론자', '허무주의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기후 위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음모론이라거나, 설령 사실이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아탁토이' 같은 이들, 곧 '기후 회의론자', '허무주의자'들이 연상되었습니다. 이들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혹은 인정한다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인간의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믿습니다. 사실 기후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조차 종종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 '기후 우울증'을 겪곤 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꾸짖습니다. '일하지 않고 일만 만드는 자들'이라고 부르시며,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자신과 동역자들은 재정 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에도, 그 권리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노동하며 본을 보였음을 증언합니다.

사도 바울께서 "조용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으라"(살후 3:12)라고 말씀하신 구절에서, '조용히'를 뜻하는 헬라어 '헤지키아'는 훗날 동방정교회의 영성적 목표인 '헤지카즘'으로 정착됩니다. 이는 내면을 조용하게 만들어 정념을 없애 신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관상적' 기도와 태도를 뜻합니다. 또한 서방 교회에서는 베네딕도수도원의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기도가 노동이요, 노동이 기도'라는 정신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부여받은 신성한 노동의 의무(창 2:15)를 기억하며, 노동과 기도를 동일한 선상에 두는 태도입니다.

하나님나라(파루시아: 그리스도의 재림과 현존)의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현실에 뿌리박은 부활의 소망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않는"(살후 3:13) 것이야말로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참고 견디면 "생명"(눅 21:19)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분별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시대에, 우리가 식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생명'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어떤 숨도 꺼지지 않고 살기를 바라시는 생명의 하나님이십니다. 그것은 비단 인간뿐 아니라, 숨 쉬는 모든 것, 나아가 온 피조물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시편 본문은 바다와 강, 산과 그 안에 가득한 모든 것들을 향해 손뼉 치며 찬양하라고 명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일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타자를 위한 자기희생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자신을 비롯한 타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다가올 끝을 기다리며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조용히 뭇 생명을 살리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임소연 / 숨탄것들의교회

 

적용 질문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당신의 삶에 '노동과 기도'는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나요?

 

세속성자의 기도

수능을 본 학생들을 위한 기도

지혜의 근본이신 하나님, 오랜 시간 인내하며 노력해 큰 시험을 마친 모든 학생을 주님께서 위로하고 격려하여 주소서. 수고한 학생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새 힘을 주시고 결과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거두어 주시며, 참된 쉼과 평화를 허락하여 주소서. 이제 결과를 기다리며 다음 과정을 준비할 텐데,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에게는 겸손함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에게는 희망을 더하여 주소서. 어떤 결과를 받게 되든 그것이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앞으로의 걸음마다 지혜와 용기를 더하여 주소서.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아름답고 굳건하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추위가 힘든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주님, 부쩍 추워진 날씨를 힘겹게 이겨 내야 할 모든 이들의 온기가 되어 주소서. 거처할 곳이 없어 매일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노숙자들과 함께하소서. 생계를 위해 추운 거리나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소서. 특별히 더 추운 깊은 밤과 새벽에 일해야 하는 모든 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과 함께 하소서. 몸보다 마음의 추위로 외롭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과 함께하소서. 우리 사회가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잘 보살피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불의하고 억울한 일에 대해서는 함께 싸우게 하소서. 우리가 모두 춥고 그늘진 곳들을 돌아보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겨울의 냉기를 녹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게 하소서.

가까운 존재들을 귀히 여기게 하소서

평범한 것들을 영화롭게 하시는 주님, 우리 곁의 존재들을 더욱 존중하게 하소서. 주님은 눈앞의 사람들을 살피심으로써 이 세상을 사랑하셨습니다. 특별할 것 없던 제자들에게 곁을 내어 주셨고, 취약한 이웃들과 끝까지 동행하셨으며, 평범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역사의 중심에 세우셨습니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애씀과 실패를 통해 구원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방식을 선보이셨습니다. 이 놀라운 비밀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습니다.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낯빛과 숨은 노력들은 간과하면서, 비범하다는 이들을 우러러 봅니다. 영웅들의 통찰과 성공담이 우리를 구원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주님, 우리의 시선을 다시 주님께 맞추게 하소서. 밭에 감추인 보화를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을 모시듯, 우리 곁의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며 구원의 비밀을 더 깊이 알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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