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 19:23-27a, 시 17:1-9, 살후 2:1-5, 13-17, 눅 20:27-38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성큼성큼 겨울이 오고 있고, 낮보다 밤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어두운 세상에서도 우리를 눈동자같이 지키시고 영원한 소망을 주시는 부활의 주님을 굳게 붙잡고 예배합시다.
| 본기도 |
생명의 근원이신 산 자의 하나님, 때때로 찾아오는 어둠과 고난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우리 영혼을 지키시고 보호하사 우리가 어둠에 지지 않고 진리위에 굳게 서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 찬양 |
주만 바라볼지라 /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찬 419)
시편 17편 1-9절
1 주님, 나의 진실을 변호하여 주십시오. 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거짓 없이 드리는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2 주님, 친히 "너는 죄가 없다"고 판결하여 주십시오. 주님의 눈으로 공평하게 살펴보아 주십시오.
3 주님께서는 나의 마음을 시험하여 보시고, 밤새도록 심문하시며 샅샅이 캐어 보셨지만 내 잘못을 찾지 못하셨습니다. 내 입에서 무슨 잘못을 발견하셨습니까?
4 남들이야 어떠했든지, 나만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따랐기에, 약탈하는 무리의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5 내 발걸음이 주님의 발자취만을 따랐기에, 그 길에서 벗어난 일이 없었습니다.
6 하나님, 내가 주님을 부르니, 내게 응답하여 주십시오. 귀 기울이셔서, 내가 아뢰는 말을 들어 주십시오.
7 주님의 미쁘심을 크게 드러내 주십시오. 주님께로 피하는 사람을 오른손으로 구원하여 주시는 주님, 나를 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8 주님의 눈동자처럼 나를 지켜 주시고, 주님의 날개 그늘에 나를 숨겨 주시고,
9 나를 공격하는 악인들로부터 나를 지켜 주십시오. 나의 생명을 노리는 원수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 말씀 |
욥기 19장 23-27절
23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24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25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26 내 살갗이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내 육체가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나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다. 27 내가 그를 직접 뵙겠다. 이 눈으로 직접 뵐 때에, 하나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 간장이 다 녹는구나!
데살로니가후서 2장 1-5절, 2장 13-17절
1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일과 우리가 그분 앞에 모이는 일을 두고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2 여러분은, 영이나 말이나 우리에게서 받았다고 하는 편지에 속아서, 주님의 날이 벌써 왔다고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쉽게 흔들리거나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3 여러분은 아무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도 속아넘어가지 마십시오. 그 날이 오기 전에 먼저 믿음을 배신하는 일이 생기고, 불법자 곧 멸망의 자식이 나타날 것입니다. 4 그는 신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이나 예배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에 대항하고, 그들 위로 자기를 높이는 자인데,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서,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5 내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이런 일을 여러분에게 거듭 말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까? …
13 주님의 사랑을 받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의 일로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성령으로 14 이렇게 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복음으로 여러분을 부르시고, 여러분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얻게 하셨습니다. 15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든든히 서서, 우리의 말이나 편지로 배운 전통을 굳게 지키십시오. 16 우리를 사랑하시고 은혜로 영원한 위로와 선한 소망을 주시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17 여러분의 마음을 격려하시고, 모든 선한 일과 말에 굳세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누가복음 20장 27-38절
27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개파 사람 가운데 몇 사람이 다가와서, 예수께 물었다. 28 "선생님, 모세가 우리에게 써 주기를 '어떤 사람의 형이 자식이 없이 아내를 남겨 두고 죽으면, 그 동생이 그 형수를 맞아들여서 뒤를 이을 아들을 자기 형에게 세워주어야 한다' 하였습니다. 29 그런데 일곱 형제가 있었습니다. 맏이가 아내를 얻어서 살다가 자식이 없이 죽었습니다. 30 그래서 둘째가 그 여자를 맞아들였고, 31 그 다음에 셋째가 그 여자를 맞아들였습니다. 일곱 형제가 다 그렇게 하였는데, 모두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32 나중에 그 여자도 죽었습니다. 33 그러니 부활 때에 그 여자는 그들 가운데서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일곱이 다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으니 말입니다." 34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지만, 35 저 세상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부활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사람은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는다. 36 그들은 천사와 같아서, 더 이상 죽지도 않는다. 그들은 부활의 자녀들이므로,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37 죽은 사람들이 살아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가시나무 떨기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보여 주었는데, 거기서 그는 주님을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38 하나님은 죽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 살아 있는 사람의 하나님이시다 |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은 종종 입을 다물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무슨 질문이든 다 좋으니 뭐라도 물어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학생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죠. 간혹 순진한 친구들이 선생님의 말만 믿고 질문을 했다가 "그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느냐" 혼이 나는 것을 봐서 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오늘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은 그런 면에서 아주 너그러우신 선생님이에요. 정말 아무 질문에나 정성껏 답을 해 주시니 말입니다.
사두개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한 질문은 궁금한 것이 있어 한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부활이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서 질문을 했죠. '일곱 형제와 결혼한 한 여인'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가지고 와서 도대체 부활한 때에 여인의 남편은 누가 되어야 하느냐고 질문을 합니다. 그들의 질문 속에서 도대체 일곱 형제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줄줄이 초상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사람이 내리 죽어 나가는 끔찍한 가정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겠지요.
이런 질문의 패턴은 익숙합니다. 공장식 사육을 반대를 하며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에게 상추가 불쌍하지는 않느냐고 묻는 질문이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에게 어째서 다른 참사는 추모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나, 차별금지법을 제정을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 모든 인간들이 동성애를 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나, 그 질문이 그 질문입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상추가 걱정이 되어서, 다른 참사들이 눈에 밟혀서, 인류의 존속이 걱정되어서 그런 질문을 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두개파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정말 결혼만 했다 하면 남편이 죽는 그 기구한 인생을 사는 여인이 걱정되는 마음에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수님은 이런 이들에게 친절히 걱정도 팔자라는 말씀을 전하십니다. 하나님은 죽은 사람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하나님이니 죽은 사람의 일을 염려치 말라고 답하십니다. 그 염려는 너희들의 몫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겠지요. 나아가, 예수님은 모세의 말을 인용하며 그가 하나님을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한 사람, 한 사람의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하신 것이죠. 모든 사람은 하나님과의 고유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관계는 우리의 머릿속에서만 펼쳐지는 관계가 아니라 살갗을 부비는 실제의 관계일 것입니다.
상상은 우리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은 나의 처지를 넘어선 상상력을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다 좋은 질문이 아니듯 모든 상상이 다 좋은 상상도 아닙니다. 어떤 상상력은 재미도 없고 유익도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상상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상상이 남편을 잃은 그 여인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실제하는 그 사람 곁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그 여인의 하나님이시니 말입니다.
김유미 / 청어람ARMC
| 적용 질문 |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내가 현재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 정작 그 문제의 한복판에서 고통받는 '살아 있는 사람'의 아픔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그 사람의 곁으로 가기 위해 나의 생각과 상상력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요?
| 세속성자의 기도 |
생명을 택하며 살아가기를 기도합시다.
모든 생명의 곁이 되어 주시는 주님, 우리를 향한 주님의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지요. 우리가 삶의 지향을 주님께 두고 일상을 가꾸어 갈 때, 그렇게 우리의 모습이 더 깊고 아름다워질 때, 주님도 우리와 더불어 기뻐하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그늘이 있습니다. 우리의 표정에는 근심과 피로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는 주님을 따르는 길에서 겪을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 길에 생명이 있음을 알면서도, 안온한 울타리 안에 갇혀 입술로만 주님을 따르고 싶어 하는 비겁함이 있습니다. 죽기까지 생명의 편에 서셨던 주님, 우리 안의 꺼지지 않은 생명의 불꽃을 다시 발견하게 하소서. 그 빛을 신뢰하며 우리의 어둠과 절망을, 끈질긴 비겁함을 인정하게 하소서. 그 모습 그대로 우리도 생명의 편을 지키며 생기 있는 걸음을 걷게 하소서.
장애인을 향한 모든 차별이 철폐되기를 기도합시다
모든 사람을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신 주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축복하고, 그들이 하나님 주신 삶의 아름다움과 존엄을 누리며 살게 하소서.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 인식이나 제도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받고, 소외당한 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을 향한 편견과 오해, 차별이 사라지고,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어 장애가 더는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 오게 하소서.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등 모든 기본적 권리를 똑같이 보장받게 하소서.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숲을 이루듯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각각의 형상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롭고 평화로운 하나님나라를 이루어가게 하소서.
청년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청년들을 축복하시니 청년의 삶은 아름답고 빛납니다. 빛나는 삶을 가꾸어 가기 위해 애쓰는 모든 청년의 길이 되어 주소서.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열정을 착취당해 끝내 포기하고, 냉소하고, 빚지며 사는 오늘의 현실을 불쌍히 여기소서. 학업, 취업, 결혼, 취미 생활 등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꾸려가는 청년들이 많아지게 하시며 청년들의 창의성과 에너지가 사회를 위해 건강하게 기여하게 하소서. 청년들이 박탈감과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시고 그들의 목소리와 꿈이 당당하고 의미 있게 울리기 원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의식과 정책이 잘 마련되고, 사회적 자리들이 충분히 확보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