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기도 현장] "원하는 대학 갔으면" 통성기도
입 모아 "사교육 시달리는 아이들 불쌍, 경제 부담도 심각"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을 위한 기도회에서 한 교인이 손을 들고 통성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을 위한 기도회에서 한 교인이 손을 들고 통성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1월 13일, 전국의 종교 시설은 수험생을 응원하는 가족들로 북적였다. 개신교인 아니라 가톨릭, 불교 신자들도 성당과 사찰에 모여 하루 종일 '수능 시간표'에 맞춰 자녀·손주를 위해 기도했다. 이에 호응해 '특별 기도회'를 여는 곳들도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8시 20분부터 수능 기도회를 열었다. 본당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1000여 명이 북적였다. 자리에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지정석처럼 붙어 있었다. 일부 수험생 가족은 기도 제목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기도회에 참석했다. 곳곳에 "000대교구 수험생 화이팅!" 등 응원 메시지가 적힌 카드들도 눈에 띄었다.

이영훈 목사는 무조건 감사하고 계속해서 기도하면 평안함이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영훈 목사는 무조건 감사하고 계속해서 기도하면 평안함이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기도회 시작 전 강단에 선 이영훈 목사는 걱정 대신 기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 못 볼까 봐 염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말라.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하고 무조건 감사하라"며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 주님이 주시는 평안함이 넘칠 것"이라고 말했다.

순서는 수능 시험 시간표에 맞춰 진행됐다. 8시 40분, 1교시 국어 시험이 시작되자 찬양 반주와 함께 교인들은 통성으로 기도했다. 일부 교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높이 든 채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며 방언을 터트리기도 했다. 목회자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1교시가 끝나기 직전까지, 1시간 20분 동안 기도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교구 담당자들은 생수와 귤 등 간식을 옮겼고, 일부는 예배당 앞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아 헌금 봉투에 담기도 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1000명이 넘는 교인이 참석했다. 통성 기도 소리는 복도까지 전해졌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날 기도회에는 1000명이 넘는 교인이 참석했다. 통성 기도 소리는 복도까지 전해졌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기도회에 참석한 수험생 가족들은 좋은 결과와 함께 아이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2주간 새벽 기도에 꾸준히 참석했다는 교인 A는 "공부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서 100%, 200% 실력 발휘하길 바란다. (자녀가) 원하는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군포에 거주하는 B는 불자인 아내를 절에 데려다주고 교회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재수생인 딸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시험을 잘 보길 바란다며 "아이가 원하는 학과가 있어 재수를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실력만큼 문제를 잘 풀고 운도 따라 줘서 120%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회자 여러 명도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가며 교인들에게 안수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목회자 여러 명도 기도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가며 교인들에게 안수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수능 대박과 입신양명을 위해 기도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신도림동에 산다는 교인 C는 "아이가 오늘 수능 시험 정말 대박 나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보다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셔서 손을 정답으로 전부 다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험생 손자를 위해 기도회에 참석한 교인 D는 "3년 전부터 (좋은 대학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갔으면 좋겠다"라며 "손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하나님을 잘 믿으며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개별 기도 위해 명동성당 찾은 시민들
조계사 온종일 수능 기도회 진행

미사 시간은 아니지만 30여 명이 명동성당에 앉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미사 시간은 아니지만 30여 명이 명동성당에 앉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은 어떻게, 무엇을 기도했을까. <뉴스앤조이>는 1교시가 끝난 후 명동성당으로 이동해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도 살폈다. 명동성당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별도 기도회를 열지 않았고, 평소처럼 오전 10시 미사를 열었다. 다만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기도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1시, 미사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났지만 성당 안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침묵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성당 바깥에 위치한 성모 마당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기도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성모상 앞에서 성호를 긋고 묵주를 넘기며 잠시 묵상 기도를 했다. 한 시민은 30분 넘게 무릎을 꿇은 채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성당 뒤편에 있는 성모 마당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수험생 가족들은 아이가 노력보다 좋은 성적을 받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학부모들은 성당 뒤편에 있는 성모 마당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수험생 가족들은 아이가 노력보다 좋은 성적을 받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노원구에 거주하는 한 신자는 수험생인 딸을 위해 예전에 종종 산책하며 들렸던 명동성당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지금 수능을 보고 있는데 예수님의 힘으로 노력한 것 이상 좋은 결과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광진구에서 성당을 다니고 있지만 수험생 기도를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는 다른 교인은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과 결과를 얻고 어떤 길을 가게 되든 잘 안내해 달라고 기도했다"면서 "(아이가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돈을 많이 벌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보단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계사 대웅전에는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뉴스앤조이 박시온
조계사 대웅전에는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뉴스앤조이 박시온

대한불교조계종 대표 사찰인 서울시 중구 조계사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마찬가지로 아침 8시 40분부터 5시 45분까지 시험 시간표에 맞춰 기도회가 진행됐다. 기도회 현장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매 교시마다 스님 세 명이 나와 소원 성취 주문으로 알려진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외우며 기도회를 이끌었다. 이날 대웅전은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자리가 부족해 바깥에는 천막이 따로 세워졌다.

3교시 기도회를 진행한 덕산스님은 "아버지나 어머니, 고모 등 누구든지 기도하면 에너지와 힘이 (수험생에게) 반드시 전달된다. 다들 집중해서 열심히 기도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성껏 삼배를 한 뒤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에 온 힘을 기울였다. 바깥에 마련된 천막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보며 함께 염불을 외우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 합격 희망 메시지를 적은 '수능 대박 기원 촛불'이 빼곡하게 차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대학 합격 희망 메시지를 적은 '수능 대박 기원 촛불'이 빼곡하게 차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날 조계사 안에는 좋은 성적을 바라는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대웅전 앞에는 "원하는 대학 진학", "대학 합격 발원" 등이 적힌 '수능 대박 기원 촛불'이 가득했다. 정원에 설치된 꽃으로 만든 감투 모양 조형물 사이에도 "수능 시험 고득점 합격", "00대 합격 기원" 등이 적힌 소원 카드로 채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기도회에 참석한 한 불자는 인터뷰 요청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동안 힘들었을 아이를 위해서 끝까지 (기도할 것)"이라며 "아이가 수능 잘 치르고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가 바르게 성장했으면 좋겠고 넓은 도량을 가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감투 모양 조형물에는 소원을 적은 금색 종이가 여러 개 박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감투 모양 조형물에는 소원을 적은 금색 종이가 여러 개 박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손자를 위해 기도회에 나온 조원순 씨는 "원래 조계사를 다니다가 몇 년 전부터 오지 않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고 손자가 수능 시험을 보니까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싶어 나왔다"며 "손자가 좋은 대학,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시켜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에 거주한다는 한 불자는 자녀의 목표가 동국대 법대 진학이라고 했다. 불심이 깊어 종단 대학인 동국대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점수가 좋게 나오도록, 떨지 않고 시험 잘 볼 수 있도록 기도했다. 3년 동안 준비해 온 자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딸이 앞으로)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서 자기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힘들어하는 아이 너무 안쓰러워
사교육비 부담 '심각'

종교는 달랐지만, 모두가 한입으로 말한 것은 '대한민국의 입시 문제'였다. 이들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면서도, 아이들이 치열한 입시 제도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A는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은 너무 불쌍한 것 같다. 기도하며 마음이 아파 눈물을 많이 흘렸다. 공부하느라 다른 활동은 거의 못 한다. 입시 제도가 압박과 경쟁보다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며 적성을 찾을 수 있게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수생 자녀를 둔 가톨릭 신자는 "아이가 두 번째로 시험을 준비해서 힘들어했다. 학원 생활이 엄청 바쁘다 보니 새벽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온다. 그래도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위해 조계사에서 기도하던 한 시민은 "단지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완벽해야 잘 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너무 힘이 드는 것 같다"면서 "(입시 제도가) 정시나 수시 둘 중 한쪽으로만 몰아가는데 (대학에 가는) 여러 가지 기회나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계사 천막에서 수능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조계사 천막에서 수능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대다수 학부모는 아이 입시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이들은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아이들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수생 딸을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회에 참석한 B는 "맞벌이해서 사교육비로 수입 절반 이상을 사용한다. 지금 50대인데, 주변 지인들을 보면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를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학생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니 사교육비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삼수생인 손자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은 J는 "공교육이 제대로 활성화돼야 한다. 옛날에는 학교 교육만 해도 대학에 갔는데 지금은 사교육이 학교 위에 있다. 우리 아들 부부도 맞벌이인데 아이 사교육비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에서 만난 가톨릭 신자 또한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학원만 배불리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저도 정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노후 대비를 해야 할 상황에 학원비로 몇백만 원씩 썼다. 이래선 안 된다"라며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려고 한다. 정말 공부해야 할 사람만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을 보는 둘째 아이를 위해 조계사를 찾은 한 시민은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수시와 정시 둘 다 준비하느라 아이들이 너무 힘들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 보니 부모가 다 돌보기도 쉽지 않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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