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23:1-6, 시 46, 골 1:11-20, 눅 23:33-43
청어람ARMC가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겸손과 사랑으로 통치하시는 주님의 나라를 더욱 간절히 기다리는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기도
사랑의 왕이신 주님, 주님께서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증명하기보다는, 죄인들을 위해 스스로를 내어 놓으심으로 진정한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도 나를 내려놓고 남을 채울 수 있는 거룩한 용기를 갖게 하시며, 이 땅에 주님의 나라를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주여 주 예수여(Jesus Remember me, 떼제찬송) / 주 예수 이름 높이어(찬 3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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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6편 1-11절 1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며, 우리의 힘이시며, 어려운 고비마다 우리 곁에 계시는 구원자이시니, 2 땅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져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3 물이 소리를 내면서 거품을 내뿜고 산들이 노하여서 뒤흔들려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셀라) 4 오, 강이여! 그대의 줄기들이 하나님의 성을 즐겁게 하며, 가장 높으신 분의 거룩한 처소를 즐겁게 하는구나. 5 하나님이 그 성 안에 계시니, 그 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동틀녘에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6 민족들이 으르렁거리고 왕국들이 흔들리는데, 주님이 한 번 호령하시면 땅이 녹는다. 7 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시다. (셀라) 8 땅을 황무지로 만드신 주님의 놀라운 능력을 와서 보아라. 9 땅 끝까지 전쟁을 그치게 하시고, 활을 부러뜨리고 창을 꺾고 방패를 불사르신다. 10 너희는 잠깐 손을 멈추고,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 내가 뭇 나라로부터 높임을 받는다. 내가 이 땅에서 높임을 받는다. 11 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시다. (셀라) |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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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23장 1-6절 1 "내 목장의 양 떼를 죽이고 흩어 버린 목자들아, 너희는 저주를 받아라. 나 주의 말이다. 2 그러므로 나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내 백성을 돌보는 목자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내 양 떼를 흩어서 몰아내고, 그 양들을 돌보아 주지 아니하였다. 너희의 그 악한 행실을 내가 이제 벌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3 이제는 내가 친히 내 양 떼 가운데서 남은 양들을 모으겠다. 내가 쫓아냈던 모든 나라에서 모아서, 다시 그들이 살던 목장으로 데려오겠다. 그러면 그들이 번성하여 수가 많아질 것이다. 4 내가 그들을 돌보아 줄 참다운 목자들을 세워 줄 것이니, 그들이 다시는 두려워하거나 무서워 떠는 일이 없을 것이며, 하나도 잃어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5 내가 다윗에게서 의로운 가지가 하나 돋아나게 할 그 날이 오고 있다. 나 주의 말이다. 그는 왕이 되어 슬기롭게 통치하면서, 세상에 공평과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 6 그 때가 오면 유다가 구원을 받을 것이며, 이스라엘이 안전한 거처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 이름을 '주님은 우리의 구원이시다'라고 부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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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새서 1장 11-20절 11 하나님의 영광의 권능에서 오는 모든 능력으로 강하게 되어서, 기쁨으로 끝까지 참고 견디기를 바랍니다. 12 그리하여 성도들이 받을 상속의 몫을 차지할 자격을 여러분에게 주신 아버지께, 여러분이 빛 속에서 감사를 드리게 되기를 우리는 바랍니다. 13 아버지께서 우리를 암흑의 권세에서 건져내셔서,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습니다. 14 우리는 그 아들 안에서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습니다. 15 그 아들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이십니다. 16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늘에 있는 것들과 땅에 있는 것들,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왕권이나 주권이나 권력이나 권세나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고, 그분을 위하여 창조되었습니다. 17 그분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18 그분은 교회라는 몸의 머리이십니다. 그는 근원이시며,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살아나신 분이십니다. 이는 그분이 만물 가운데서 으뜸이 되시기 위함입니다. 19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안에 모든 충만함을 머무르게 하시기를 기뻐하시고, 20 그분의 십자가의 피로 평화를 이루셔서, 그분으로 말미암아 만물을,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나 다, 자기와 기꺼이 화해시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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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3장 33-43절 33 그들은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서,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 그 죄수들도 그렇게 하였는데, 한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달았다. 34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35 백성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36 병정들도 예수를 조롱하였는데, 그들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신 포도주를 들이대면서, 37 말하였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하여 보아라." 38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 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와 함께 달려 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 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42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43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오늘날 우리가 '바람직한 인간상'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대개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집 안 가득한 전자기기와 생활 도구,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각종 보험,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넉넉한 재력이 성공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쓸모없고 가치 없는 이로 치부되곤 합니다. 만약 자기 삶도 잘 챙기지 못하는 이가 다른 이를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는 능력도 없는 주제에 참견한다는 핀잔을 듣거나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받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누가복음에는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메시아가 등장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지도자들은 그를 보며 말합니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기 위해 끌고 가던 군인들도 비웃습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해 보아라." 함께 달린 죄인 중 한 사람도 외칩니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세 조롱은 모두 같은 논리를 품고 있습니다.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이는 결코 그리스도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며 마주했던 시험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으로 시작하는 그 세 가지 시험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는 날까지 자신을 위한 어떠한 힘도 행사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기적을 베풀지 않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복수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하셨지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자신을 상처 입히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들을 위해 용서를 구하는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이 기대하던 메시아와는 가장 동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로마의 폭력과 억압을 무너뜨릴 강력한 왕, 자신들의 적을 심판하고 굴복시킬 '힘 있는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폭력을 되갚지 않고, 오히려 원수들을 위해 용서를 구하며 전혀 다른 방식의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셨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참된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님 곁에 달린 또 한 사람의 죄수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조롱하는 이들을 꾸짖으며, 예수님이야말로 이 땅의 참된 그리스도임을 고백합니다. 공동번역은 그의 고백을 이렇게 옮깁니다. "주님이 왕이 되어 오실 때,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 한 사람만은 힘이 그리스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용서와 사랑이 그리스도의 참된 표징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 달려 죽임당하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하나님나라의 통치를 발견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왕들은 더 많은 부를 추구하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힘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통치는 권력이 아닌 사랑으로, 보복이 아닌 용서로,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아래에는 비단 예수를 조롱하던 자들과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 두 부류의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부류가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그저 이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던 백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조롱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죄가 없던 그분이 불의하게 죽임을 당할 때에 그 곁에 서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그저 방관하던 사람들입니다.
이번 주는 교회력의 마지막인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이 절기는 1925년, 1차세계대전 후 세계가 분쟁과 혼란에 휩싸였을 때 제정되었습니다. 당시 교황 비오 11세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군사주의, 국가주의, 인종주의가 하나님을 대적하는 우상임을 경고하며, 이에 굴복하지 말고, 저항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의 배경입니다.
오늘 본문은 저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왕으로 삼고 있습니까? 힘으로 다스리는 세상의 왕입니까, 아니면 사랑과 용서로 다스리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까? 만약 우리가 십자가의 예수님을 우리의 왕으로 모신다면, 불의한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기 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구원을 위해 손 내밀 때, 불의한 죽음을 당하고 있는 십자가의 누군가와 연대할 때, 이 세상은 조금씩 하나님의 나라로 변해갈 것입니다.
장운영 / 당인리교회
적용 질문
○ 오늘의 말씀을 읽으며 서로 의미가 통하거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떠올려 봅시다. 가장 크게 떠오른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이 있나요?
○ 십자가 주변에는 조롱하는 자, 회개하는 강도, 침묵하는 구경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의 자리에 서 있나요?
세속성자의 기도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기도합시다.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께 기도하오니, 우리에게 주신 날들을 살피게 하소서.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한계를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원하며 고통을 자초합니다. 남은 한 해에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고 내가 되지 못한 모습을 부러워하는 일을 멈추고 싶습니다. 너무 큰 목표나 이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기 원합니다. 모든 시간을 거룩하게 빚으시는 주님,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생의 감각과 삶의 깊이를 온전히 경험하게 하소서. 끝없이 가지려는 우리의 욕망 뒤에 놓여 있는 주님을 향한 그리움을 알아챌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내 곁의 사람들과 더불어 충만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어 주소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평화의 왕이신 주님. 예수님이 걸으셨고, 교회가 시작되었던 땅, 거룩하다 불리던 땅이 비명과 통곡으로 얼룩진 지 너무나 오래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터전이었던 땅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참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을 그저 숫자와 뉴스로만 소비하며 안락한 방관자로 머물렀음을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주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묻힌 이들의 비명소리와, 굶주린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 자녀를 잃은 어미의 마르지 않는 눈물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보복이 정의라 외치는 광기 어린 폭력을 멈추게 하시고, 서로를 겨누던 총구를 거두어 혐오와 증오의 장벽을 허무는 기적을 허락해 주십시오. 힘으로 굴복시키는 제국의 거짓 평화가 아니라, 누구도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더이상 누구도 폭격 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참된 평화가 팔레스타인 땅에 임하게 하소서. 메마르고 황폐한 그 땅 위에 다시금 생명의 올리브 나무가 자라나게 하시고, 갈라진 틈 폐허의 잔해 위에 당신의 나라가 임하게 하소서.
기후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자리잡기를 기도합시다.
창조주이시요 보존하시는 주님, 주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계, 우리의 공동의 집이 안전하고 풍요롭게 오래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큼 다가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의 체제와 삶은 완전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이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우리의 지향과 실천, 삶의 방식과 습관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많은 사람들의 토론과 실천을 통해 지혜가 모이고 대안적인 체제가 탄생하고, 삶의 방식이 바뀌도록 이끌어 주소서. 단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동료 피조물과 함께 공존하고 공영하는 세상으로의 행진을 계속해서 이어 가게 하소서.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며 창조주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는 법을 배우기 원하오니 우리에게 생태적 감수성과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