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1:10-18, 시 32:1-7, 살후 1:1-4, 11-12, 눅 19:1-10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성령강림절 후 스물한째 주일입니다. 가을이 성큼성큼 가고 있는데요. 가는 시간을 아까워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를 누리고 즐거워하는 삶의 태도를 가져 보면 어떨까요? 또한 오늘 우리가 드려야 할 예배를 합당하고 성실하게 드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본기도

자비하신 하나님, 우리가 어디 숨어도 주님은 찾아내시며 눈빛만으로도 우리 영혼의 색을 아십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나가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항상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으며, 우리를 찾으시고 부르시는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게 하소서. 나 스스로 단독자가 되어 주님 앞에 설 뿐 아니라 이웃들을 돌보고 도우며 함께 주님의 몸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나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그 나무 아래로(한웅재) / 예수 따라가며(찬 449)

시편 32편 1-7절

1 복되어라! 거역한 죄 용서받고 허물을 벗은 그 사람!
2 주님께서 죄 없는 자로 여겨주시는 그 사람! 마음에 속임수가 없는 그 사람! 그는 복되고 복되다!
3 내가 입을 다물고 죄를 고백하지 않았을 때에는, 온종일 끊임없는 신음으로 내 뼈가 녹아 내렸습니다.
4 주님께서 밤낮 손으로 나를 짓누르셨기에, 나의 혀가 여름 가뭄에 풀 마르듯 말라 버렸습니다. (셀라)
5 드디어 나는 내 죄를 주님께 아뢰며 내 잘못을 덮어두지 않고 털어놓았습니다. "내가 주님께 거역한 나의 죄를 고백합니다" 하였더니, 주님께서는 나의 죄악을 기꺼이 용서하셨습니다. (셀라)
6 경건한 사람이 고난을 받을 때에, 모두 주님께 기도하게 해주십시오. 고난이 홍수처럼 밀어닥쳐도, 그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7 주님은 나의 피난처, 나를 재난에서 지켜 주실 분! 주님께서 나를 보호하시니, 나는 소리 높여 주님의 구원을 노래하렵니다. (셀라)

말씀

이사야 1장 10-18절

10 너희 소돔의 통치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너희 고모라의 백성아! 우리 하나님의 법에 귀를 기울여라. 11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 12 너희가 나의 앞에 보이러 오지만, 누가 너희에게 그것을 요구하였느냐? 나의 뜰만 밟을 뿐이다! 13 다시는 헛된 제물을 가져 오지 말아라. 다 쓸모 없는 것들이다. 분향하는 것도 나에게는 역겹고, 초하루와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참을 수 없으며, 거룩한 집회를 열어 놓고 못된 짓도 함께 하는 것을,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14 나는 정말로 너희의 초하루 행사와 정한 절기들이 싫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짐이 될 뿐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15 너희가 팔을 벌리고 기도한다 하더라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너희가 아무리 많이 기도를 한다 하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의 손에는 피가 가득하다. 16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17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18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빛과 같다 하여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며, 진홍빛과 같이 붉어도 양털과 같이 희어질 것이다.

데살로니가후서 1장 1-4절, 11-12절

1 바울과 실루아노와 디모데가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데살로니가 사람의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2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3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을 두고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이 크게 자라고, 여러분 모두가 각자 서로에게 베푸는 사랑이 더욱 풍성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러므로 우리는 온갖 박해와 환난 가운데서도 여러분이 간직한 그 인내와 믿음을 두고서 하나님의 여러 교회에서 여러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11 그러므로 우리가 언제나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것은 우리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그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해 주시며 또 그의 능력으로 모든 선한 뜻과 믿음의 행위를 완성해 주시기를 비는 것입니다. 12 이렇게 해서 우리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우리 주 예수의 이름이 여러분에게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영광을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19장 1-10절

1 예수께서 여리고에 들어가 지나가고 계셨다. 2 삭개오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세관장이고, 부자였다. 3 삭개오는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애썼으나, 무리에게 가려서, 예수를 볼 수 없었다. 그가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 4 그래서 그는 예수를 보려고 앞서 달려가서, 뽕나무에 올라갔다. 예수께서 거기를 지나가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러서 쳐다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 6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 7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 8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돌무화과나무에게서 배우길

자캐오는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고, 그분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 간절함은 경계를 넘어서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돌무화과나무에 오른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수님을 보지 못합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것은 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자캐오는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못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본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은 지 한참 되었습니다. 그는 그저 죄인이었고 사람들에게 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이유도 몰랐고 어떻게 살아야할 지 희망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 꼭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세금을 걷는 일은 마을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을 텐데, 사람들은 그를 마주하지 않고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저 죄인 취급하며 그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이웃을 위해 어떤 것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묻거나 듣지 않았습니다. 마을 안에 살고 있지만 마을 안에 살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키가 작은 자캐오는 늘 그렇게 외톨이였습니다.

오늘 예수님 지나가시는 길, 역시나 모두 자캐오를 외면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도움을 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돌무화과나무입니다. 사람들은 돌무화과나무의 열매를 더 싼 가격에 거래했습니다. 덜 달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이 열매는 가난한 이웃들의 식량이 되고, 가축들에게 사료가 되었습니다. 비인간 존재인 나무, 그 중에서도 귀한 취급을 받지 못하던 돌무화과나무가 예수님과 만나고 싶은 자캐오를 더 잘 이해합니다. 곁을 내어 주어서 높이 오를 수 있게 해 줍니다. 자캐오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나무에 오른 덕분에 자캐오는 예수님과 눈이 마주칩니다. 눈이 마주치니, 예수님은 단박에 속마음을 꿰뚫어 보십니다. 그가 얼마나 슬픈지 말입니다. 그가 얼마나 외로운지 말입니다.

그래서였겠지요. 그의 외로움을 위로하고자 예수님은 그의 집에 가자고 하십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집,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 집, 고립된 자캐오의 집에 오늘 예수님이 찾아가십니다. 예수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자캐오는 스스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가진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고 제가 잘못해 모은 재산은 모두 돌려주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못마땅해하는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은 그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해 줍니다. 그를 마을 사람으로 살게 해 주십니다. 그는 해방되었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차별과 혐오는 사람을 살리지 못합니다. 서로 도와야 살 수 있습니다. 돌무화과나무에게서 배우면 좋겠습니다. 곁을 내어 주고 예수님 만나도록 해 준 나무처럼 우리도 차별과 혐오를 물리치고 이웃을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물질을 나누는 것이고 누군가는 기술을 개발해 세상을 좋게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들어 주는 것이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선율을 올리는 일입니다.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또 다른 자캐오가 마을에서 살도록 도와주는 이가 됩시다. 그러면 나도 어느 때 키 작은 자캐오일 때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만나 위로를 받고 살길을 찾을 것입니다.

이쁜이 / 대한성공회 남양주성생원교회 관할사제

적용 질문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나는 누구의 돌무화과나무가 되어 차별과 혐오를 물리치고 이웃을 돕고 있습니까?

세속성자의 기도

무너진 일상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의 일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늘 받은 은총을 가꾸어 가는 일에 게으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들에 쉽게 흔들립니다. 지난 한 주도 우리는 타인과 나 자신의 형편을 비교했고, 불안을 감추며 스스로를 혹사했습니다. 내면의 허기를 채우려고 과소비 하거나, 노후 대비를 구실로 무리하게 쌓으려 했습니다. 번듯한 모습을 보여 주려다 일상의 감각이 무뎌지고, 활기를 잃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그러나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갈망을 불현듯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이 성령께서 일하고 계시는 때임을 알게 하소서. 그 순간을 붙드는 지혜를 우리에게 주시고, 그 지혜로 우리의 일상을 살뜰히 가꾸게 하소서. 언제나 단단한 일상의 터 위에서 신앙의 여정을 다시 걷게 하소서.

혐오와 차별이 그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소외당한 이들의 주님, 어떤 차별도, 어떤 혐오도 없는 하나님나라가 이 땅 위에 온전히 이루어지게 하소서. 주님은 죄인과 세리들의 친구가 되어 함께 먹고 마셨고, 병들고 저주받은 자로 낙인찍힌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며 치료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이 비좁고 두려움이 많아 조금만 다르거나 우리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쉽게 차별하고 배제합니다. 하나님이 깨끗하다 하신 것을 여전히 불결하다 여기고, 하나님이 아름답게 지으신 존재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우리 눈의 비늘을 벗기시고, 마음의 막힌 담을 허물어 주소서. 어떤 사람도 차별하지 않고 존재 그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이루어지게 하시며, 그동안 움츠리고 억눌렸던 모든 이들의 아픔과 눈물이 기쁨이 되는 시간이 속히 오게 하소서.

세계의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해

평화로 이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아직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세를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핵을 둘러싼 갈등, 인종간의 분쟁과 이주민들을 향한 핍박, 기아와 양극화가 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주님께서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도우며 살아가도록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국가와 민족, 인종을 넘어 서로의 안보와 복지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시고, 공동의 위협 앞에서는 연대의 손을 단단히 붙잡게 하소서.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억누르지 않고, 오히려 약한 자의 소리를 크게 듣고 존중하게 하시며, 이 땅의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일꾼이 되게 하소서. 국가 안보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 고통당하는 이웃, 전쟁과 갈등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해 항상 우리 시선이 머무르게 하시고, 용감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도록 우리를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분열이 아닌 화해, 배제가 아닌 포용의 길을 택하게 하시고, 우리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전 세계적인 커다란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평화가 넘쳐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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