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5] 찬성 494표, 반대 496표…"교회 부흥·발전에 걸림돌 될 것"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훈 총회장)이 여성 총대 할당을 법제화해 달라는 안건을 단 2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예장통합은 9월 24일 110회 총회 회무 둘째 날, 헌법위원회 보고 시간에 여성 총대 할당제를 법제화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올해는 예장통합이 여성 안수를 시행한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로,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교단 내 여성 리더십의 제도적 확립과 활성화를 위해 여성의 최소 참여를 보장하는 '여성 총대 할당제'를 도입하고자 했다.
헌법위는 교단 내 성별 대표성과 균형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며 예장통합 헌법 제2편 정치 12장 84조에 "총회 총대를 1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목사 혹은 장로) 총대로 파송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려 한다고 했다. 기존에도 관련 규정이 있었으나, 권고 사항이어서 지키지 않는 노회가 많았다. 올해 사상 최다 여성 총대가 파송됐다지만, 예장통합 여성 총대 비율은 1500명 중 57명으로 단 3.8%에 불과했다.
분위기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대구동노회 김병옥 목사는 "교인 55%를 구성하는 여성이 총대로 (더 많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합당한 일이고 늦은 바가 있다. 이번 총회에서 잘 결정해 주어야만 여성 인권, 지위, 지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표결 결과, 찬성 494표, 반대 496표로 단 2표가 모자라 헌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헌법위원회를 통과하면 안건이 헌법개정위원회로 넘어가 세부 조문을 정리한 후 111회 총회에 보고할 수 있었지만, 첫 문턱조차 넘는 데 실패한 것이다.
2층 방청석에서 부결을 지켜본 전국여교역자연합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소속 일부 여성들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너무 화가 난다. 내일 총회 참석도 하지 않겠다"면서 퇴장했다. 이들은 9월 24일 예장통합 110회 총회 둘째 날 아침 8시부터 예배 시작 전까지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 앞에서 "여성 총대 파송, 사랑의 시작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총대들에게 호소했고, 피켓 시위에 호응해 주는 사람도 많았기에 결과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컸다.
투표 결과에 눈물을 흘리는 목사도 있었다. 구수정 목사(소망교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계는 너무나 남성 위주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이 그대로 있는 것이 참 억울하다. 교회가 어려우면 지키는 것은 여성이다. 여기서는 어떤 힘 있는 분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는 우리 교회 부흥·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고 말했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 김은정 사무총장은 헌법개정위원회도 아닌 헌법위원회에서 부결될 줄은 몰랐다면서 당황해했다. 그는 "많이도 아니고 여성 총대 한 명을 못 보내고 있어서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총대들은) 이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