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태계, 비인간 동물이 공존, 공생하는 세상을 꿈꾸며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정의로운 기후 사회'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비상계엄 내란 저지와 대통령 탄핵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광장을 지켰지만, 우리 삶에 밀접한 과제(민주주의·에너지·차별·기후 등)에 대한 논의는 '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를 논의합니다. 글은 2025 기후 정의 행진이 열리는 9월 27일 전까지 총 11회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생태적 한계'가 무너질 때 인간에게 돌아오는 재난

기후 위기는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산업화 이후로 '생태적 한계'가 급격하게 무너져 왔으며, 이는 과도한 경제성장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입니다.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발전해 온 결과, 인류는 다양한 재난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계속해서 더 큰 재난을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생태계'와 '비인간 동물'은 상품화되고 개발을 위해 희생해도 괜찮은 존재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야생동물 남획은 코로나19로,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채 철새 도래지에 건설한 공항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무분별한 살처분은 노동자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자살로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인간의 안전이 '생태계'와 '비인간 동물'의 안전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파괴, 남획, 착취

2019년 코로나19와 2024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공통점은 비인간 존재들의 삶터를 인간이 침범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 원인으로 지목된 버드 스트라이크는 조류 한두 명(命·동물도 존엄한 생명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리 대신 '명'을 사용합니다 - 필자 주)의 충돌이 아닌 수백 명 철새가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179명이 사망했고, 철새들도 함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근본적인 대책은 철새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철새 도래지에 공항을 건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원인을 조사한 국제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은 중국 우한 시장에서 판매된 야생동물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약 300만 명이, 우리나라에서는 약 3만 5000명이 사망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책은 철저한 방역이 아니라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와 남획 금지입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개발하는 일은 통제할 수 없는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난 가능성을 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참사의 가능성이 잠재된 개발과 남획 자체를 막는 것입니다.

현재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을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해당 사업자가 작성하며, 용역 업체에 외주를 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는 생태계 보존이 아니라 개발 허가를 위한 문서가 되고 있으며, 과정에서 민주적인 시민 참여 절차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동안 사업자 중심의 환경영향평가로도 허가받지 못한 곳들이 줄줄이 조건부 허가를 받았습니다. 조건부 허가는 사실상 허가를 내준 것이고, 보완 내용도 멸종위기종 서식지 이전 등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는 조건들을 전제로 한 허가입니다.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은 철새 도래지에 공항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음에도 철새 도래지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철새 서식지에 공항을 건설한 것만으로도 재난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10개의 신공항 사업, 4대강 사업, 기후 대응 댐, 국립공원 개발, 골프장 등 전국 곳곳의 개발 사업은 기존 거주민인 비인간 동물을 밀어내고 인간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2020년 탄소 중립 기본 계획에 따라 탄소 감축을 목적으로 30억 그루 숲 가꾸기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명목상 숲 가꾸기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숲을 베어 내고 어린 나무를 심어 그 안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비난이 거세지자 30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은 취소됐지만, 여전히 숲 가꾸기 사업은 기존 나무를 베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활엽수가 아닌 침엽수 중심의 조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울진 산불은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산불로, 인근에 핵발전소·LNG 발전소가 있어 더욱 위험했습니다. 울진 산불이 대형화된 이유 중 하나로 산림청의 침엽수 중심 조림 사업이 지목됩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수분 함량이 낮고 송진·정유 성분이 많아 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화재 취약 조림 사업은 산림청뿐 아니라 지자체도 편백나무숲, 자작나무숲 가꾸기 등으로 기존 숲을 베어 내고 조성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숲 가꾸기 사업도 문제를 보여 줍니다. 활엽수림을 베어 내고 침엽수림으로 바꾸자 지표면 기온이 상승하고 러브버그, 대벌레가 대량 발생했습니다. 러브버그와 대벌레는 해롭지 않은 곤충이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들을 대량 박멸하는 '곤충대발생조례'를 추진했고, 시민단체 반대로 보류됐습니다. 울진 산불과 은평구 사례는 숲을 함부로 바꾸면서 생긴 재난과 생태계 교란을 보여 줍니다.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과 서울시의회의 곤충대발생조례는 폭력적인 인간 중심 대안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매년 전국에서는 화천 산천어축제를 비롯한 빙어축제 등이 열립니다. 물살이를 풀어 놓고 맨손으로 잡는 행사로, 산천어 60만 명이 양식장에서 태어나 하루 만에 죽습니다. 죽기 위해 태어난 존재를 인간은 하루의 즐길 거리로 여기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이라 부르며 돌아갑니다. 홍성 바비큐 축제는 이틀 동안 38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인간의 놀이를 위해 동물이 도구화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공간에 어린 강아지·고양이를 가두고 전시·거래하는 펫숍, 이를 위해 개·고양이를 번식시키는 공장, 동물원과 수족관, 멸종 위기종 벨루가를 감금·전시하는 아쿠아리움, 동물 카페, 소 싸움, 영상 촬영을 위해 다치거나 죽는 동물들…. 이 모든 것은 돈벌이와 오락을 위해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생명 착취 산업입니다.

이러한 산업은 폐지돼야 하며, 중·소규모 종사자들에게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필요합니다. 최근 개 식용 종식법 발의 후, 개 식용 업자들이 식용 염소 판매로 전환한 사례는 이를 보여 줍니다. 모든 생명에 적용되는, 생명을 살리는 산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의류·화장품·의약 실험, 전쟁 등에서도 동물은 도구화됩니다. 매년 의류 산업에서 15억 명 새가 산 채로 깃털을 뽑히고, 동물 실험으로 5억 명이 죽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실험에서는 45만 명 투구게가 산 채로 피를 뽑혔습니다. 인간이 비인간 동물 서식지를 침범해 발생한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인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비인간 존재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대응됐습니다. 전쟁에서도 동물은 탐지·폭탄 테러용으로 사용됩니다.

2024년 9월 7일 기후 정의 행진 당시 '기후위기에저항하는동물들의행진' 행렬 모습. 사진 제공 문형욱 
2024년 9월 7일 기후 정의 행진 당시 '기후위기에저항하는동물들의행진' 행렬 모습. 사진 제공 문형욱 
9·27 기후 정의 행진에서
'기후 위기에 저항하는 동물들의 행진'

매년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전국 시민들이 모여 행진합니다. 올해 기후 정의 행진은 9월 27일 토요일,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시작됩니다. 작년부터 '기후위기에저항하는동물들의행진'(동물행진)이 꾸려져, 동물권과 기후 정의를 잇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동물행진은 12·3 계엄 시국에 '차별과 배제에 저항하는 동물들의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비인간 동물 혐오 발언 지양과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제안했습니다.

매년 기후 정의 행진에서는 영역별 요구안을 발표합니다. 동물권 요구안은 '공장식 축산의 정의로운 전환'이었으나, 올해는 이를 넘어 '자본과 오락을 위한 생명 착취 산업 종식'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비인간 동물은 지구 생태계 안에서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생태계와 비인간 동물을 희생시킨 대가로 돌아오는 재난을 막는 길은 공존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는 '생태적 한계' 안에서 인간, 생태계, 비인간 동물이 공존·공생하는 세상을 위해 '자본과 오락을 위한 생명 착취 산업 종식'을 외치며 함께 걸어 보면 어떨까요?

문형욱 /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공동대표, 기후위기에저항하는동물들의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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