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가덕도, 새만금, 설악산, 지리산, 제주, 4대강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정의로운 기후 사회'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비상계엄 내란 저지와 대통령 탄핵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광장을 지켰지만, 우리 삶에 밀접한 과제(민주주의·에너지·차별·기후 등)에 대한 논의는 '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를 논의합니다. 글은 2025 기후 정의 행진이 열리는 9월 27일 전까지 총 11회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
지난 7월 24일, 이재명 정부의 첫 환경부장관인 김성환 장관이 세종보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장관은 "강은 흘러야 한다"며 "4대강 재자연화는 국민들과 한 약속"이고, "물은 생명의 원천이고, 그 물은 특성상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 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며 강물이 흐르는 강의 땅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농성을 451일 진행한 뒤에야 정부의 책임자로부터 처음 듣게 된 입장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준공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업명과는 달리 우리 강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우리나라의 4대강 유역을 수심 6m로 일괄 준설하고 16개의 댐을 설치했다. 강의 허리를 잘라 댐을 설치하자 강은 속도를 잃었고, 거대하고 길다란 호수가 되었다. 흐름을 빼앗긴 강은 속수무책으로 썩어 가기 시작했고, 거기 깃들어 살던 생명들은 삶터를 빼앗겼다. 금강에서는 60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강에는 살 수 없는 큰빗이끼벌레라는 생명체가 등장했다. 악취가 풍기고 짙은 녹조가 창궐한 죽은 강. 그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결과였다.
15년간 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싸움이 이어졌다. 강을 걷고, 보고, 만지고, 들으면서 죽은 강을 고발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하며 출범했고, 그해 11월 세종보를 시작으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의 수문을 개방했다. 강의 부활은 눈부셨다. 수문을 열자 고인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강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큰비는 강에 쌓인 펄을 씻어 냈고, 윗물은 자갈과 모래를 실어 날랐다. 곧 모래와 자갈, 풀과 여울이 어우러진 강이 돌아왔다. 수문이 닫혔을 때는 찾아볼 수 없던 한국 고유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돌아왔다. 이는 고인물은 썩는다는 오래된 교훈의 귀환이었고, 강은 흘러야 한다는 자연의 대명령이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윤석열은 4대강 사업의 계승을 외치며 3년 6개월에 걸쳐 확정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단 15일, 단 두 차례의 서면 심의로 취소했다. 이어 보 처리 방안이 반영된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문구를 전면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장기간 개방으로 자연성 회복상을 보이고 있는 세종보 재가동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포한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은 더 이상 없다'는 선언을 뒤집고, 전국에 14개의 신규 댐 건설을 발표했다. 세종보 재가동으로 4대강 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댐 건설과 하천 준설로 대표되는 대규모 하천 토건 사업을 시작할 심산이 분명했다. 이는 명백한 윤석열의 '물 내란'이었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세종보 재가동이 예정된 이틀 전인 2024년 4월 29일, 세종보 수문을 닫으면 수장되는 곳에 천막을 쳤다. 수문을 닫아 강물이 불어나도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였다. 지자체에서는 수차례 계고장으로 강제 철거를 언급하며 협박했고,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리는 버텼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수장되는 수많은 형제와 자매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4월 29일, 흰목물떼새는 자갈밭 위에 알을 낳았고, 그 알은 부화에 성공했으며, 지금은 그 물떼새의 아이들이 농성장 주변을 누비고 있다. 우리가 몸으로 세종보 재가동을 막지 않았다면, 이들의 삶터는 모두 수장되었을 것이고, 너구리·고라니·오소리·수달·삵·수염풍뎅이·미호종개·흰수마자를 비롯한 강의 생명들은 도시로 내쫓겨 로드킬에 희생되고, 포획과 사살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4대강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김성환 환경부장관이 농성장에 와서 하고 간 것은 '말'에 불과하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만으로 사람을 살릴 수 없듯이, '말'만으로는 이 강을 살릴 수 없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말을 기억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났지만 우리 강에 달라진 것은 없다. 정권이 바뀌면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는, 정권이 바뀌었기에 다시 발생했다. 되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더 흉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와 재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일면 반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전국에는 10개의 신공항 건설,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전 녹지에 11개의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 중이다. 도시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자연녹지 지역에 고층 타워를 짓는 사업도 우후죽순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에 기반을 둔 성장'을 강조하는 환경부장관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기후 위기라는 큰 흐름 속에 고작 산양 한 마리, 상괭이 한 마리, 고라니 한 마리는 조금도 염두하지 않는 모습이다.
말하지 못하는 생명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덕도에서, 새만금에서, 설악산과 지리산을 비롯한 우리의 산들에서, 제주에서, 금강·낙동강·영산강·한강·섬진강을 비롯한 우리의 하천에서 생명을 밀어내고 벌어지는 학살의 현장에서 생명의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싸움은 외롭고 처절하다. 때로는 '네가 뭔데?'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강에서 물을 마시는 고라니를 보았고, 우아하게 춤추며 헤엄치는 상괭이를 보았고, 갯벌의 도요새와 저어새, 산양과 반달가슴곰을 보았다. 그들의 똥을 보고 감탄하고, 그들의 발자국에 손을 대어 본다. 우리는 그곳이 그들의 땅이며, 우리가 그토록 주장하는 권리를 넘어서는 그들의 몫이 있다고 믿는다.
김성환 환경부장관에게 고한다. 기후·에너지 분야에 진정성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그에 못지않게, 생명과 생태의 현장을 돌아보기 바란다. 실질적 방안으로, 기후·에너지 분야와 생태·생명 분야로 구성된 '2차관제'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우리는 모든 법 위에 생명의 법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은 결코 좌절하거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생명의 이름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연대하며, 하나로 투쟁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합리적 근거 등을 강조하며 이른바 '듣기'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장관을 가덕도, 새만금, 설악산, 지리산, 제주, 4대강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생명의 편에서 투쟁하는 우리들은 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저지르는 생태 학살에 맞서는 모든 근거를 현장 활동가들이 가지고 있다. 정부의 논리를 가지고 활동가들을 만나라.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 들려주는 근거가 맞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학살을 중단하고, 모든 생명이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그 '모든 생명의 평화'가 이 나라의 자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도훈 /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상황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