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지반 침하, 활주로 방향, 조류 충돌…가덕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정의로운 기후 사회'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비상계엄 내란 저지와 대통령 탄핵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광장을 지켰지만, 우리 삶에 밀접한 과제(민주주의·에너지·차별·기후 등)에 대한 논의는 '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를 논의합니다. 글은 2025 기후 정의 행진이 열리는 9월 27일 전까지 총 11회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기반 시설 확충 사업이 아닙니다. 이 사업은 환경 파괴를 넘어 경제적 비효율성,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공항은 수많은 생명을 실어나르는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곳이기에, 그 어떤 시설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은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안전 위협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초연약 지반 위, 위태로운 공항

가덕도신공항은 막대한 해상 매립을 통해 건설될 예정입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 해역은 두부와 같은 뻘층이 최대 60m에 이르는 초연약 지반입니다. 이곳을 대규모로 매립하면, 지반 침하와 특히 심각한 부등침하 위험이 있습니다. 부등침하는 지반이 고르지 않아 가라앉는 현상인데, 공항 활주로나 주요 시설에 균열을 발생시키고 구조물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이는 단순히 보수 공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항공기 운항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상 매립 공항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입니다. 간사이공항 일대 연약 지반은 20m에 불과하지만, 22년 동안 10조 원이라는 막대한 유지 보수 비용이 들었습니다. 2018년에는 태풍으로 침수를 당해 폐쇄되기도 하는 등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경우 간사이공항보다 3배나 열악한, 최대 60m 깊이의 초연약 지반 위의 바다를 메워야 합니다. 초연약 지반 60m에 더해, 수심 25m에 이르고, 여기에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해 31.5m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116m(60+25+31.5)를 매립하는 것입니다. 간사이공항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위험천만한 예견된 재난의 공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간사이공항과 마찬가지로 부등침하는 언제든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이를 수습하거나 막기 위한 막대한 유지 보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와 국가 재정 탕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8년 태풍 제비로 간사이공항이 바닷물에 침수된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2018년 태풍 제비로 간사이공항이 바닷물에 침수된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안전을 외면한 활주로 방향 결정

안전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덕도신공항 활주로는 동서 방향으로 배치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해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태풍에 항공기가 그대로 노출되어 측풍 난류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항공기의 옆면을 강타하는 측풍은 이착륙 시 조종사들에게 극도의 어려움을 안기며, 치명적인 항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놀라운 것은 2020~2021년도 기상청 자료가 누락된 상황에서 활주로 방향이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2024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항공 안전에 직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기상 데이터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활주로 방향을 결정한 것입니다. 활주로 방향에 대한 이 같은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지금까지 관계 당국은 단 한마디의 언급도, 책임 있는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항공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입니다. 특정 기상 조건에서의 안전한 이착륙을 보장할 수 없는 활주로는 비효율을 넘어 치명적인 결함을 가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죽음의 공항으로 변할 수 있는 조류 충돌 위험

가덕도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는 불과 3.3km에 불과한 조류 서식지가 인접해 있습니다. 특히 다른 신공항 지역과 다른 것은 가덕도가 국제적 조류 이동 경로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일본 규슈 지역에서 대마도를 거쳐 온 대형 물새들(특히 맹금류)들은 지리적, 지형적 특성을 가진 가덕도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대형 물새들은 장거리 해상 비행을 피하고 최단 해상 횡단 경로의 "이동 병목" 지점에서 밀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곳이 대마도와 불과 40~50km 떨어진 가덕도입니다.

가덕도의 조류 충돌 위험은 무안공항의 최대 353배, 김해공항의 최대 8배에 달합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조류 유인 예방을 위해 "공항 반경 13㎞ 이내에 보호 구역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한국은 이를 표준으로 삼아 보호 구역 반경을 8km 이내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공항의 대부분이 조류 서식지에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입니다. 항공기 조종사들은 철새 도래지 부근 공항은 죽음의 공항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이착륙 평균 속도인 시속 280km로 비행 중인 기체에 1kg 정도의 새가 부딪히면 약 5톤의 충격이, 7kg 정도의 대형 철새와 부딪히면 15.6톤의 충격이 가해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아무리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근본적 해결은 조류 서식지에 공항 건설을 피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을 할 수 없습니다.

부산 가덕도 일대에 조성 예정인 신공항 조감도. 활주로가 동서 방향으로 배치돼 측풍에 취약한 구조다. 사진 오른쪽 상단에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낙동강 하구가 보인다. 사진 출처 부산시
부산 가덕도 일대에 조성 예정인 신공항 조감도. 활주로가 동서 방향으로 배치돼 측풍에 취약한 구조다. 사진 오른쪽 상단에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낙동강 하구가 보인다. 사진 출처 부산시

가덕도는 단순한 섬이 아닙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 나란히 존재합니다. 가덕도 그 자체가 부산의 보물이자 생명입니다.

가덕도에 공항을 건립하면 생태자연도 1등급의 산 3개가 폭파되며, 100년 숲 국수봉이 파괴될 것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매립 공사는 낙동강 하구의 물길을 바꾸며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입니다. 그리고 해양 생태도 1등급의 해안 절벽이 파괴될 것입니다. 그곳에는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살고, 그곳에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살고, 그곳에는 환경지표종 가덕도를 별내리는 숲으로 뒤덮은 반딧불이가 삽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 모든 생명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지난 6월 26일부터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촉구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6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 말에 주목합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국가의 기본 원칙을 지킬 것을 약속받고자, 부산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농성장을 꾸렸습니다. 미래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어 오는 7월 26일은 부산 시민의 뜻을 한데 모아 가덕도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부산 집중 행동을 진행합니다.

"탈공항버스"를 타고 부산역에 집결하여, 우리는 부산시민의 진정한 염원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알릴 것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은 결코 부산 시민의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환경 파괴, 경제적 비효율성, 그리고 안전 위협이라는 세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외면하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멈출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이 외침은 단순히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지키고, 합리적인 국가 운영을 요구하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입니다. 많은 분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실 것을 바랍니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더 이상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생태 학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7월 26일 부산에서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가덕도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함께 외쳐 주세요!

1.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촉구 용산 농성을 지켜 주세요

신청하기

2.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촉구 부산집중행동, 7월 26일 토요일 오후 4시 부산역 

신청하기(서울과 대전에서 '탈공항버스'가 출발합니다)

 

김현욱 /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