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권·에큐메니컬, 행진 앞서 각자 기후 정의 연합 예배…"기후 위기는 정의의 문제"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후 정의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후 정의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안디도 기자]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9·27 기후 정의 행진'을 맞아, 그리스도인들이 행진에 앞서 연합 예배를 열고 창조 세계 보전을 위한 마음을 모았다. 

오후 3시로 예정된 기후 정의 행진에 앞서, 에큐메니컬 단체들은 오후 12시 30분 향린교회에서 "창조 세계와 더불어 평화를 이루라"라는 주제로 연합 예배를 개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공동대표 인영남·박순웅·박용권·백영기)·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이 주관한 이 예배에는 90여 명이 참석했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그리스도인의 습관과 삶, 이 땅의 산업과 정치가 생명·정의·평화인 하나님의 의지와 공명하게 해 달라고 했다. "에어컨 스위치는 부리나케 찾으면서도 주의 창조 세계를 위하여는 굼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알량한 관심으로 스스로를 두둔하며 청지기의 사명을 외면했던 것을 용서해 달라"면서 기후 위기에 취약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남반구 사람들과 원주민, 장애인 등을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연합 예배에서 한 참석자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연합 예배에서 한 참석자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고통받는 창조 세계를 위해 기도한 기환연 류성혜 위원(도봉교회)은 "온갖 쓰레기와 오염수로 바다가 병들고, 가뭄과 홍수, 산불로 많은 사람들과 비인간 생명들이 죽음당하고 보금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의 잘못된 행실을 볼 수 있는 눈과 회개할 수 있는 용기, 창조 세계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했다.

교회협 여성위원회 이희선 권사(서울복음교회)는 "우리의 예배는 교회 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교회 밖 삶의 자리에서 이어져야 한다"고 기도했다. 일상 속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그것이 교회의 변화와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황준의 목사가 국가·지자체·조직체가 '성장·개발·발전'이라는 신화를 내려놓고 생명 평화의 가치로 전환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김지영 목사는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김지영 목사는 미래 세대를 위해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광야가 숲이 되리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교회협 기후정의위원회 김지영 목사(예닮교회)는 기후 위기 시대 하나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기신 사명은 희망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요즘 기후 위기로 무력감, 공포, 우울감, 스트레스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 '기후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아이들은 지금껏 누구도 겪지 못한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 할 미래 세대"라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하는 세대와 고통받는 창조 세계에, 우리는 '하나님이 여전히 회복하시며, 새 창조를 시작하신다'라는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주의권 단체들은 '2025 복음주의 기후 정의 행진 연합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무너진 기후 정의를 다시 세우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복음주의권 단체들은 '2025 복음주의 기후 정의 행진 연합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무너진 기후 정의를 다시 세우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같은 시각, 복음주의권 단체들은 서울시의회 별관 앞 덕수궁 돌담길에서 기후위기기독인연대(공동대표 문형욱·김영준)와 성서한국(구교형 이사장)이 주최한 '2025 복음주의 기후 정의 행진 연합 예배'를 열었다. 오후 1시에 열린 이 예배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남서울IVF 소속 이상균 씨는 기후 정의와 함께 사회 정의가 실현되어 하나님나라가 임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그는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하나님나라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 기후 정의가 당신의 뜻대로 실현되기를, 배제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보호받기를, 소외되고 작은 자들이 안녕하기를, 총성과 포성이 멎고 평화가 임하기를, 그렇게 당신의 나라가 임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근주 교수는 설교에서 사회적 정의를 외치지 않으면서 기후 정의를 부르짖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김근주 교수는 설교에서 사회적 정의를 외치지 않으면서 기후 정의를 부르짖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는 설교에서 기후 위기 문제와 정의를 세우는 일이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후 위기 문제의 근본에는 정의가 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난민들을 거부하고 혐오하면서 기후 정의를 부르짖는 건 불가능"하다며 "굶주린 자를 두지 않고, 억압의 멍에를 치워 버리고, 괴로워하는 이에게 공감하고, 그들 편에 설 때 하나님은 오래 황폐한 것을 회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의에 관심을 기울일 때 함께할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이 운동에 연대하길 바랐다. 김근주 교수는 "하나님은 이곳을 회복할 사람들이 나타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이웃을 모르는 체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영원한 황폐'라도 하나님이 회복하시는 걸 굳게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예배하고 걸으며 서로 격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원기 공동대표는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를 막기 위한 투쟁 현장 소식을 전하며 연대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성원기 공동대표는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를 막기 위한 투쟁 현장 소식을 전하며 연대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 공동대표는 현장 증언에서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막기 위해 7년째 투쟁 중인 상황을 전하며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주님께서 응답해 주실 때까지, 끝까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증언을 한 정주리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가덕도에 다녀온 경험을 꺼낸 뒤 "가덕도뿐 아니라 수라 갯벌, 금강, 세종보, 홍천 숲에는 피조물들의 탄식을 듣고 함께 아파하며 이들을 지키고자 삶을 내던져 애쓰시는 분들이 계신다. 현장에서 생명을 지키는 분들이 낙담치 않도록,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버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생명을 지키는 책임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있다"고 발언했다.

이날 예배에는 어린 아이와 함께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날 예배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날 예배에 참석한 20대 윤서영 씨는 또한 더 많은 그리스도인이 연대하길 요청했다. 그는 "(기후) 재난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게 큰 피해를 남긴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이 땅 가운데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기독교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친 그리스도인들은 기후 정의 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기후 정의 행진은 '기후 정의로 광장을 잇자'라는 주제 아래 시민 수만 명이 모였다. 향린교회에서 모인 이들은 "정의로운 전환 계획 지금 당장 수립하라", "불평등이 재난이다 사회공공성 강화하라", "이윤 중심 토건 개발 생태 파괴 중단하라"고 외치면서, 서울시의회 앞에서 모인 이들은 침묵으로 기도하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연합 예배 참석자들은 광화문에서 열린 '9·27 기후 정의 행진'에 동참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연합 예배 참석자들은 광화문에서 열린 '9·27 기후 정의 행진'에 동참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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