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환경 단체 중심으로 기후 위기 대응 촉구 이어졌지만…구체적 실천 논의한 교단 전무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올 한 해 코로나19만큼이나 전 지구적 관심을 모은 주제가 있다면, 단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였을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전례 없는 가뭄·홍수·폭염·한파·산불 등 재난이 이어졌는데요. 이렇게 단어로만 늘어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하나같이 대규모 피해를 낳은 재앙들이었습니다. 요즘은 '온난화',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주는 다소 느슨한 느낌 때문에 '기후 위기'를 넘어 '지구 기후 붕괴(Grobal Climate Disruption)'1)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기후 위기 대처의 핵심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온실가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요. 2016년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정부는 2020년 10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교계도 대응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3월 9일 출범한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다양한 캠페인·포럼·세미나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 알리고, 월례 수요 기도회를 열어 △탈핵 △재생에너지 △생태 전환을 외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화력발전소 앞에서 기도회를 열기도 했죠.
교계 단체들은 개개인의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교단·정부에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5월 20일 '2050 한국교회 탄소 중립 선언'을 발표했고, 환경 주일에는 심포지엄을 열어 여전히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을 비판하고 생태 문명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대통령 직속 기구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8월 5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한 이후, 온라인 현안 간담회를 열고 실효성을 따지며 비판했습니다(결국 "정부 안으로는 탄소 중립 실현할 수 없다"며 반발한 탄중위 종교위원들의 전원 사퇴로 이어졌지요). 최근에는 기독 시민단체들이 △기후 정의 △탈핵 에너지 전환 △생태 보전 등 생태·환경 분야가 포함된 정책 목록을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위기 대응의 유일한 대안인 정부·기업을 압박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교단 차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주요 교단 가을 정기총회를 앞두고 각 교단 총회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는데요. 정작 주요 교단 총회에서는 관련 안건을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독교한국침례회가 각각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실천과 관련한 선언문을 발표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총회 후 임원회에서 '기후 위기 대응 총회 결의문'을 발표하고 대책위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나 구체적 대응책은 없었습니다. 예장합동·예장고신의 경우 관련 헌의·보고가 전무했고요.
부족했지만 <뉴스앤조이>는 올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환경 관련 이슈를 보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공동대표, 신앙 운동 차원에서 기후·동물권·채식 등 다양한 환경 관련 분야를 다뤄 온 청어람ARMC 활동가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들이 연재한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발행했고, 올해 네 번째 후원회원 모임을 '기후 위기 시대에서 생존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열기도 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삭개오입니다."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 연재를 편집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시화하는 기후 위기 앞에서 창조 세계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통감하게 되는데요. 회심 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그를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삭개오처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제라도 대응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년에도 <뉴스앤조이>는 교계 내외 환경 관련 이슈를 보도하는 데 힘쓰겠습니다.(계속)
|
주 1) 김해동, <기후 위기 과학 특강 - 도와줘요 기후 박사!>(한티재), 52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