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녹색당·정의당 등 기후대선운동본부 발족 "기후 위기 대응은 미룰 수 없는 과제"

5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후대선운동본부가 12월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5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후대선운동본부가 12월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대 대선을 앞두고 진보 정당 및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기후대선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12월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고, 기후 정의를 실현하겠다. 2022년에는 '기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녹색당이 10월 5일 정당 및 시민·사회 단체에 "20대 대통령 선거는 '기후 대선'이 돼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정의당·진보당과 녹색전환연구소·대학생기후행동·문화연대·세상을바꾸는사회북지사·청년기후긴급행동이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10월 18일 첫 모임을 연 뒤, '2022 기후 대통령 선출을 위한 8대 강령'을 만들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녹색당 김찬휘 공동대표는, 내년 대선은 기후 위기 대응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한 시스템 대전환을 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행 탄소 배출 추세로는 7년 7개월 이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 기후 파국과 멸종 위기 상황에서, 정당들은 개별 정당의 이해관계를 떨치고 기후 위기라는 공동 목표 안에서 단결하기 위해 모였다. 시민단체들도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관례를 떨치고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함께했다"며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생기후행동 최재봉 대표는 기후 위기를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주저 없이 기후 행동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대학생기후행동 최재봉 대표는 기후 위기를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주저 없이 기후 행동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대학생기후행동 최재봉 대표는 말뿐인 기존 정치 세력의 구호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와의 청년 단체 간담회 때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없는 시나리오 초안을 비판하기 위해 참여했다. 하지만 위원장의 불확실한 답변과 이후의 기만적인 시나리오 통과 과정을 보며, 정부는 우리의 의견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성장을 외치며 기업과 자본만을 위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기후 위기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기성 거대 양당과 대선 후보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불평등 속에 기후 위기 당사자들을 외면할 것"이라며 기후 위기 해결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오지혁 대표는 "이번 대선은 현재의 노력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 대선"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의 '기' 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나마 탈핵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많은 시민에게 탈핵은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여겨지고, 재생에너지는 비리로 얼룩진 경쟁력 없는 에너지원으로 알려졌다. 전국 곳곳에는 토건 사업이 횡행하며 아파트와 공항이 신축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 문명이 처한 위협을 알릴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오지혁 대표는 기후대선운동본부를 통해 한국 사회에  '기후 위기'라는 의제를 던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청년기후긴급행동 오지혁 대표는 기후대선운동본부를 통해 한국 사회에  '기후 위기'라는 의제를 던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본소득당 오준호, 정의당 심상정,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도 '기후 정의'를 공약 전면에 내세우고,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참석자들과 함께 △기후 대통령 △핵 발전 그만 △정의로운 전환 △기후 불평등 해소 △농업 농촌 보호 △성장 중독 탈출 △기후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등 기후대선운동본부 8대 강령이 적힌 손 피켓을 투표함에 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 극복은 한 부문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생태는 물론이고 노동, 돌봄, 농정과 식량, 주거와 교통, 나아가 거대한 경제체제의 전면적 전환을 필요로 하는 과제"라면서 "기후 위기의 중차대함에 공감하고, 기후 정의라는 길에 절실함을 느끼는 모든 정치 세력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연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후대선운동본부는 각 정당 대표들이 참여해 기후 대선을 이야기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1월에는 기후 정의 정책·공약을 논하는 가상 후보 토론회도 진행한다. 녹색당 김찬휘 공동대표는 "향후 기후 정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이를 정치적 열망으로 넓히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려 한다. 20대 대선에서 기후 후보를 세우기 위한 단일화 작업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출범 선언문 전문.

기후대선운동본부 출범선언문
"2022년에는 기후 대통령을!"

기후 위기는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의 경고를 가장 빠르게 발견했던 농민과 노동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 기후위기가 있다. 미래의 일, 타국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대응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위기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토대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가 1.5°C 상승하기까지의 시간을 보여 주는 '탄소 시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7년 7개월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복구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단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만이 남아 있다.

인류는 자연 수탈 위에서 경제성장을 계속해 왔고, 그렇게 구축된 경제 시스템은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성장의 유혹에 이끌려 불평등을 키워 왔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성장주의에 채찍질하는 오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런 경제체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기후 위기가 바로 그 증거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 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답 투성이인 경제체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력 대선 후보들은 어떠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지금의 위기를 "'그린 강국 코리아'로 도약할 기회"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소형 모듈 원전을 국책 사업으로 육성하고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다. 이들에게 기후 위기는 자본의 증식과 신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에 불과하고, 핵 발전 확대라는 무책임하고 구시대적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다시 5년이 지나 2027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2년 남짓일 때 이들이 만들어 놓을 기후는 과연 희망적일 수 있는가? 기후와 생존을 희생해 얻을 경제는 정의로울 수 있는가?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그 노력은 정의롭고 전환적이어야함을 우리 사회가 약속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고,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며, 소득과 자원을 정의롭게 분배하고, 불필요한 노동과 소비에서 해방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공재와 공유 자원을 확장해 나가는, 그런 새로운 사회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기후 대선', 나아가 '기후 정의의 대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후 대선을 가만히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구태의연하다 못해 시대를 역행하는 핵 발전과 성장주의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지금, 기존과같이 해서는 얼마 남지 않은 기후 위기 대응의 시간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들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각개약진해 왔으며, 시민사회는 정책 선거를 위해 수많은 정책 제안과 공약 평가를 해 왔다.

하지만 기후 위기라는 지금 당장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각개약진이 아닌 공동의 투쟁이,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적극적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대선운동본부를 세운다. 기후대선운동본부의 취지는 명확하다. 탄소 배출 제로, 기후 정의,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갈망하는 모든 시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기후 후보'를 세우는 일에 임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확인한 연대를 시작으로, 이후에 다가올 지방선거 등 각종 정치사회적 일정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단한 고리를 서로에게 걸어 보자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외면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온갖 오답을 내놓고 있는 지금의 대선 정국에 실망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 제안드린다. 각 정당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되 모두가 동의하는 기후 정의라는 기치 아래 공동의 정치 공간을 만들자. 오답에 답답해하고 오답을 미세 조정하는 것을 넘어 기후 정의라는 새로운 답을 공동의 정치 공간 안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자.

기후 위기 극복은 한 부문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생태는 물론이고 노동, 돌봄, 농정과 식량, 주거와 교통 나아가 거대한 경제체제의 전면적 전환을 필요로하는 과제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더 많은 '우리'가 모일수록 기후 정의라는 길은 더욱 선명해지고, 가능해질 것이다. 기후 대선을 위해 마련한 공동의 장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절실함에서 출발했으나 그 너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답답함에서 출발했으나 그 너머의 전환에 대한 열의를 확인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향한 염원을 모아 나갈 것이다. 기후 위기의 중차대함에 공감하고, 기후 정의라는 길에 절실함을 느끼는 모든 정치 세력의, 시민사회의, 그리고 시민들의 연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불의의 시스템을 거역하는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2021년 12월 14일 화요일
기후대선운동본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