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 "목회도 정치도 사람 섬기는 일…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들 대변하겠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청년 안심 주택'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벌어졌다. 일대보다 시세가 75~85% 저렴하고, 서울시와 SH가 공급하는 주택이라 '안심하고' 입주한 대학생·청년·신혼부부 141세대의 보금자리는 1년 만에 경매로 넘어갔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수억 원을 떼일 위기에 처했지만, 사업자나 SH·서울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 사태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이었다. 목사이기도 한 박 의원은, 2022년 청년 정치인으로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고, 이번 전세 사기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대변했다.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피해 청년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도록 조언하고, 이후 서울시와의 간담회를 주선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7월 4일 송파구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의원은 "정치는 목회와 다르지 않다"라면서 "이야기를 들어 주고, 편이 되어 주고, 대신 목소리 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이면서 구의원이기도 한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을 7월 4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목사이면서 구의원이기도 한 송파구의회 박종현 의원을 7월 4일 만났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SH가 공급한 '청년 안심 주택'
1년 만에 강제경매
가장 먼저 움직인 정치인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서울시가 2023년 내놓은 '민간 임대형 청년 안심 주택'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기존 역세권 청년 주택의 높은 임대료·관리비를 개선하기 위해, 이를 리브랜딩한 '청년 안심 주택' 정책을 도입했다. 월세를 낮추겠다는 정책 방향은 이상적이었지만, 실제 주택을 관리·운영해야 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소위 '매력 없는 상품'이었다. 수익이 남지 않는 장사에 건실한 사업자가 들어오기 힘들었다. 정책 발표 첫 해 이 사업이 시행된 곳은 10개였지만, 2024년 5개로 줄어들었고 2025년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신천동 SH 청년 안심 주택의 시행사·시공사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기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시행사는 시공사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입주자들의 보증금을 까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자 상환에 쓰일 뿐, 공사 대금을 다 지급한 건 아니었다. 결국 시공사는 2025년 2월 24일 건물 전체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순식간에 건물에 입주한 134개 가구의 보증금 238억 원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사를 가려는 입주자들이 시행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발이 묶인 것이다.

서울시는 전적으로 민간사업자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민간 임대의 경우 서울시에 관리·감독 권한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서울시와 송파구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자는 임대 보증금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지자체는 보증서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시행사는 수억 원의 국세를 체납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송파구는 보증보험에 신속히 가입하라고 압박만 할 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터졌다.

전세 사기가 발생한 잠실 SH 청년 안심 주택. 해당 주택 홈페이지 갈무리
전세 사기가 발생한 잠실 SH 청년 안심 주택. 해당 주택 홈페이지 갈무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은 구의원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냈다. 송기호 국정상황실장(당시 민주당 송파구 지역위원장)을 통해 사태를 접한 박종현 의원은 즉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대응 TF 조직을 제안하고, 같은 당 정주리 구의원 등과 함께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대응 경험이 없는 청년들과 접촉하며 일사불란하게 "구조를 짰"다. 시민사회 활동 경험 덕분이었다. 첫 모임에서 대표단을 꾸리게 하고 민달팽이유니온, 전세 사기 피해 대응 전문 변호사 등을 동원해 서울시와 송파구 관계자를 만나기까지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박종현 의원은 서울시와 SH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입주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간담회 개최, 집회·기자회견 기획 등 실무도 도맡았다. 6월 2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은 "서울시가 '안심하라'고 내세운 정책 때문에 인생이 흔들리고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섰다"면서 "오세훈 시장은 지금이라도 SH공사의 전향적 결정과 서울시의 직접 개입을 통해 청년들의 보증금이 반드시 안전하게 반환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라"고 말했다. 

"이번 6월에 퇴거해야 하는 두 세대가 지연된 상태예요. 그중에는 보증금 3억 2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집도 있고요. 이대로라면 청년들이 경매가 이뤄질 때까지 이사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이름은 안심인데 청년들은 불안한 거예요. 그게 제일 나쁜 거잖아요. '청년 안심 주택'이 아니라 '한심 주택', '근심 주택', '사기 주택'이라고 생각해요."

박종현 의원이 6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송파구 청년 안심 주택 피해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민달팽이유니온
박종현 의원이 6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송파구 청년 안심 주택 피해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민달팽이유니온

민간 임대 청년 안심 주택에서 문제가 벌어진 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광진구와 도봉구에서 보증금 반환 지연 사건이 벌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0년까지 청년 안심 주택을 11만 호 공급하겠다"고 2023년 발표했지만, 구조적 허점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박종현 의원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거나 경매에 참여해 건물을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정상화하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의원이 나선 이후, 청년 안심 주택 문제는 점차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6월 27일 서울시의회 최재란 시의원이 본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7월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사안을 거론하면서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7월 3일에는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서울시 청년 안심 주택'이 3166가구 규모에 달한다고 밝히는 등, 서울시의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허점이 명확했다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주중엔 지방의원, 주말엔 교회 밥 짓는 목사
"목회와 정치는 다른 영역 아냐… 
소외된 주민들 편 되어 줄 것"

2022년 구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하기 전, 박종현 의원은 원래 목사이자 시민·마을 활동가였다. 부교역자들에게는 정보 공유 플랫폼인 '전도사닷컴'의 운영자로 유명했다. 이중직 목회자들에게는 페이스북 그룹 '일하는 목회자들'의 운영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이중직 목회와 작고 건강한 선교적 교회였다. 사단법인 센트를 만들어 작은 독립 교회·단체들의 우산 역할도 하고자 했다.

10년 전 송파구 가락2동에 함께심는교회를 개척할 때도 기존 전통 교회와는 형식과 내용이 다른 교회를 표방했다.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을 '교인'이 아닌 '나그네'로 보고, 누구나 밥 한 끼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교회 봉사, 헌금, 주일 성수도 강제하지 않고, 매 주일 식사는 박 의원과 아내가 손수 준비했다. 이 식탁을 나누기 위해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건 마을에서 정치 유튜브를 운영하면서부터였다. 환경·교육·노동 등 시민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아젠다가 '우리 안'에서는 의미 있게 남지만,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의무 공천 30%' 정책으로 송파구의회에 진입했다. 당시 나이가 45세였다. 

지금도 주중에는 구의원이고, 주말엔 목사다. 의회 일만으로 지칠 듯한데도, 주일이면 교회에서 밥을 짓고 예배를 인도한다. 박 의원은 교회에서 사람들과 교제하는 게 '쉼'이라고 말했다. 두 직업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목회도 정치도 모두 사람을 섬기는 일이다. 정치라는 게 결국 사람들을 잘살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는 거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모든 직업이 그렇다. 기독교인이라면 어떤 직업이든 하나님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의 역할과 기능이 목회자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되기 전의 삶과 고민하는 방향이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교회란 사람들하고 같이 밥해 먹는 것, 누구나 똑같이 와서 환대받고 밥 먹고 갈 수 있는, 차별 없이 대접하는 예수님의 밥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는 게 선교라면, 지금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구의원으로서도 목소리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해서 목소리 내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박종현 의원은 구의원 임기를 1년 남짓 남겨 두고 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할 만큼 한 것 같다. 앞으로도 한결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박하게 정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박종현 의원은 구의원 임기를 1년 남짓 남겨 두고 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할 만큼 한 것 같다. 앞으로도 한결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박하게 정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박 의원은 전세 사기 문제뿐 아니라 최근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육영학교의 전공과 교실 부족 문제, 중증장애인 시위,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등 지역 현안에 목소리 내고 있다. 보수 성향 구청장에 맞서 '저격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갈등도 잦다. 반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은 높다. 2024년 <송파타임즈>가 구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평가에서, 본회의 5분 자유 발언 15회, 구정 질문 7회, 의안 공동·대표 발의 9건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9대 송파구의회 전반기 최우수의원에 선정됐다. 

"초반에는 문제 일으키는 초선 의원으로 불렸어요. 근데 이슈를 계속 던지고 성과를 내니까 이제는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내부 제보를 하거나, 고마워하며 찾아오는 지역 주민들도 계시고요. '박종현이 알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라면서 문제가 크게 번지지 않고 해결되는 경우도 있어요. 불의한 것을 그냥 보고 넘기지 않는 캐릭터는 확실하게 잡힌 것 같아요.(웃음)"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박 의원은 계속해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그의 소박한 목표다. 그는 "가급적 목회는 계속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냥 목회하면서 이렇게 소박하게 정치하는 게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얼마큼 변화를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사실 별로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누가 이야기를 들어 주고 대신 싸워 주는 것만 해도 정말 고마워하시는 거죠. 저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정책도 제안하고 예산도 챙기지만, 구의원이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중요한 건 누군가의 편이 되어 드리고 대신 목소리 내 주는 일이에요. 지금은 대의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 의원일 뿐, 목사나 시민 활동을 할 때 했던 일들과 똑같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