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가 3월 4일 이동환 목사 출교를 확정한 직후 이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입장문입니다. - 편집자 주

 

오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저에 대한 출교를 확정 지었습니다.

감리회 재판법 3조 8항에 나와 있는 대로 '동성애에 찬성하거나 동조'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것이 가장 큰 양형 이유입니다. 저는 이번 감리회의 결정이 그리고 이 결정을 내린 인식 수준이 부끄럽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신을 깊이 사랑하는 것에 비례하여 인간과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종교입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것으로 출교 판결을 낸 오늘은 개신교 역사에 오랜 비웃음을 살 흑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난 공판에서 저희는 증인을 통하여 동성애는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기독교를 중심으로 전환 치료를 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실패를 인정했다는 것, 아니 이제는 병이 아닌 것을 고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듣고 배웠습니다. 억지로 바꾸려는 노력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폭력이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행해하고 죽어 가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긍정하고 환대해야지요. 그런데도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의 능력이면 능치 못할 것이 없다'며 치료가 가능한 것이라 스스로를 세뇌시킵니다. 이토록 허접하고 빈약한 사유와 이성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되니 감리교회의 앞날이 암담합니다.

'회개하고 돌아오면 받아 준다'고 계속 말하는데, 누가 당신들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습니까. 어째서 당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듯 말하십니까. 왜 하나님의 제한 없는 사랑을, 당신들의 마음대로 재단하려 하십니까. 어떻게 감히 하나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나눌 수 있단 말입니까.

2000년 전 율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정죄하며, 사람들 많은 곳에 서서 "주여 나는 저 세리와 죄인들과 같지 아니하나이다" 말하던 바리새인과 지금 당신들이 무엇이 다른지 나는 도무지 알지 못합니다. 교회 안에서 멋진 목사님, 장로님으로 인자하게 웃고, 헌금을 많이 하고, 새벽 기도를 빠지지 않는다고, 감리회 안에서 높은 자리의 감투를 썼다고 예수께서 '내가 너를 안다'고 하실까요. 나는 나를 미워하고 혐오하던 당신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부디 사랑으로 돌아오십시오.

이번 재판에서 가장 속상했던 건 '출교'라는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존재가 그저 단어로서 사용된 것이 내내 마음에 아프게 남습니다. 성소수자라고 뭉뚱그려지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하나님 앞에 존귀한 사람들입니다. 그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다르니 성적 소수자로 칭할 뿐,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누구도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이 재판 내내 계속해서 대상화되고, 부정적으로 호출되며, 온갖 오해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던 분들에게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하고 또한 용서를 구합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여기서 다 말할 수 없겠네요. 듣고 싶으시면 저녁 기도회 때 오시어요.

이제 재판은 끝났습니다. 억울함도, 배신감도, 서운함도, 못내 지켜 내지 못함에 대한 죄스러움과 밀려나는 서러움도 여기 내려놓습니다. 두려움과 비겁함도 여기에 다 내려놓습니다. 비록 재판은 출교로 끝났지만 우리는 사랑이 끝난 게 아님을 압니다. 사랑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랑은 꺼지지 않은 불이 되어 우리를 언제든 새롭게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무너진 성벽을 재건하던 느헤미야의 마음으로 허물어진 사랑을 다시 쌓아 갑시다. 잠깐의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꿈꾸고 노래합시다. 하나님의 선하심에 의지하여 우리, 모든 존재를 향한 축복을 멈추지 맙시다.

저 역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감리회로의 복직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제부터 32년 전 출교당하셔서 아직도 복직하지 못하신 변선환 선생님과 누가 먼저 복직하나 경쟁입니다. 은근히 승부욕이 불타오릅니다. 교회를 포기하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고유함을 멋들어지게 뽐내며 다닐 수 있는 그리스도교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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