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를 경기연회에 고발했던 설 아무개 목사가, 재판 중 감리회가 아닌 장로교 계열 한 군소 교단으로 몰래 소속을 옮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교회 재판에 고발한 설 아무개 목사가, 재판 과정에서 몰래 군소 장로교단으로 소속을 옮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회 법과 달리 교회 재판은 해당 교단에 속한 목회자나 교인 간의 다툼이다. 타 교단 목회자나 교인이 교회 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재판의 대상을 '교인·교역자'로 한정하고 있고, 교역자는 '소속 연회의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설 목사 외에도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 사람은 여럿이지만, 설 목사가 '대표 고발인' 격으로 매 재판에 참석해 왔다.

경기연회 안산지방회 소속 미파(소속 교회가 없는 목사로 장로교단의 '무임목사'와 유사 - 기자 주)였던 설 목사는 지난해 3월 이동환 목사를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에 고발했다. 인천 퀴어 문화 축제 등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것이 교리와장정 재판법 제3조 제8항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 재판에서 이동환 목사는 '출교'를 선고받았고, 현재 총회 재판위원회에 상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서 설 목사는 고발인 중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재판마다 참석하는 등 고발인 대표로 활동해 왔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10월, 감리회를 떠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안양 동서노회로 소속을 옮겼다. 감리회 경기연회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올해 2월 5일 처음 열린 총회 재판위원회 상소심에도 참석하는 등 '감리회 목사' 행세를 했다. 경기연회는 그가 장로교단으로 이적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설 목사는 이동환 목사 재판에 대한 시비가 붙을 것을 우려해, 경기연회 용인서지방회에 개척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인서지방회에서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황당해했다. 결국 개척 설립은 보류됐다. ㅇ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설 목사는 이동환 목사 재판에 대한 시비가 붙을 것을 우려해, 경기연회 용인서지방회에 개척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인서지방회에서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황당해했다. 결국 개척 설립은 보류됐다. ㅇ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설 목사는 과거 안산지방회 소속 한 대형 교회 부교역자로 있다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후 지금까지 '미파' 상태로 있었다. 그가 있었던 교회 교인들은, 설 목사가 과거 코로나19 백신 접종 음모론을 유포한다는 논란이 일어 갑자기 교회를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순 설 목사는 용인에 ㅇ교회를 먼저 설립하고, 경기연회 용인서지방회에 감리회 교회로 개척하겠다고 요청했다. 그가 용인서지방에 개척을 준비한 이유는, 감리회 목사 자격을 유지해야 재판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담임하는 ㅇ교회 홈페이지에 지난해 7월 20일 올라온 게시물에는 "이동환 목사 재판과 여러 가지 요인, 또한 교단이 아예 없을 시 이단 시비도 붙을 것으로 예상되어 현재로써는 설 목사가 소속돼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로 들어가기로 결의하다"고 나온다. 이어 "용인서지방회에 개척 설립을 요청한 상태고, 올해 안으로 ㅇ교회는 감리회에 설립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용인서지방회는 ㅇ교회 개척을 보류했다. 설 목사가 지방회 임원들과 아무런 교감도 없이 '통보' 형태로 개척 설립을 요청해 많은 목회자가 황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감리회에서는 개척하고자 하는 목회자가 사전에 해당 지방회 감리사나 선교부 총무 등과 먼저 상의한 후 절차를 밟는데, 설 목사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개척 금지' 조항도 어겼다. 경기연회 내규는 "개척교회를 세우고자 할 때는 지방회 실행부위원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기존 교회와의 거리가 300m 이상이어야 하고, 예외를 적용하려면 해당 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 목사가 개척한 ㅇ교회는 지방회 소속 한 중형 교회와 280m 떨어져 있으나, 여기에도 사전에 문의하지 않았다. 이런 사유를 종합해 용인서지방회는 실행부위원회를 열고 ㅇ교회 개척 설립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방회 가입이 불발되자, 설 목사와 ㅇ교회는 장로교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10월 29일 자 주보 칼럼에 설 목사는 "다음 주 목요일에 우리 교회가 가입하게 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안양 측 동서노회 정기노회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몇몇 목사를 먼저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시고 나와 우리 교회를 기쁨으로 받아 준 교단에 너무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동시에 그는 감리회 지도자들을 맹비난했다. 설 목사는 10월 25~27일 감리회 입법의회 현장에 참석한 일화를 소개했다. 여기에서 동성애 반대, WCC 반대 책자를 유포하다 본부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다며 "총회 때 만났던 감독회장과 감독, 총대(입법의회 회원)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은 산헤드린 공회원과 같은 회칠한 무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설 목사는 교회 주보에 새로 가입한 장로교단 목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보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안양 동서노회임을 명시했다. ㅇ교회 주보 갈무리
설 목사는 교회 주보에 새로 가입한 장로교단 목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보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안양 동서노회임을 명시했다. ㅇ교회 주보 갈무리

설 목사가 장로교단 목사로 활동하면서 감리회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이동환 목사 측은 "감리회를 기만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동환 목사 변호인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것은 감리회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위상을 추락시킨 행위"라며 "설 목사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연회에서는 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설 목사 징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설 목사와 함께한 고발인들도 문제가 없나 의심이 든다. 이미 1차 재판 때도 고발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 3명이 포함돼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다. 자꾸 이렇게 감리회를 기만하는데, 향후 재판에서 이 목사가 승소하면 3000만 원이 넘는 재판비용을 고발인들이 다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말했다.

황인근 목사는 동시에 연회 본부도 질타했다. "성소수자 혐오가 감리회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지켜야 할 절차도 다 무시하고, 절차를 발견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어떻게 감리회가 이렇게 허술하게 몇 사람의 농간에 놀아나느냐. 연회의 행정 처리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경기연회 박장규 감독도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감리회 목사가 장로교단 목사를 겸할 수 없다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당사자도 무슨 변명이 있는 것 같기는 하나, 자기 교회 홈페이지에까지 (장로교 목사로) 올려 놨기에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ㅇ교회 홈페이지는 2월 초 주보 및 게시판을 모두 보이지 않게 바꿨다. <뉴스앤조이>는 16일 설 목사 입장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고 이후 전화도 거부했다.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로도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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