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성소수자 환대 목회' 종교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섭 교수(서울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역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고려대를 거쳐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간 소방공무원, 이주 여성, 산업재해 현장 노동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천안함 생존 장병 등을 인터뷰하며 사회적 소수자와 트라우마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는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이유로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증언자로 나섰다. 그는 종교재판에 관여하는 일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보건 전문가로서 의학계가 성소수자를 '질환자'로 보지 않는 이유, '전환 치료'를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이유 등 세계 의학계의 흐름을 설명했다. 또한 그에게 중요한 연구 주제인 성소수자가 받는 차별과 혐오를 상세하고 친절하게 증언했다. 교계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많은 교인이 오해하는 점을 풀어 주려 고민한 흔적이 묻어 났다. 

이날 증언 및 인터뷰 내용은 과거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에서의 발언·기고, 그리고 그의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등에서 밝힌 것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반복해 온 이야기였지만, 2월 19일 김 교수의 재판 증언은 지금도 왜곡·허위 주장이 먹혀들고 있는 한국교회에 여전히 유효하다. 재판에서의 김 교수 증언과, 재판 이후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내용을 합쳐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이동환 목사 재판에서 증언한 김승섭 교수는, 동성애에 관한 세계 의학계의 흐름과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말했다. 김승섭 교수가 2월 초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북 토크에서 특별 강연하는 모습. 동아시아유니버스 유튜브 갈무리
이동환 목사 재판에서 증언한 김승섭 교수는, 동성애에 관한 세계 의학계의 흐름과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말했다. 김승섭 교수가 2월 초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북 토크에서 특별 강연하는 모습. 동아시아유니버스 유튜브 갈무리

- 의학계에서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언제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질병 체계를 정리한 '정신 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 처음 나온 것이 1952년입니다. 이후 1973년 발표된 개정판인 DSM-III에서는 '동성애는 정신과적으로 질병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확정되어 동성애가 질병 목록에서 제거되었습니다.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그 결정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오늘날 어떠한 권위 있는 의학 협회도 동성애가 질병이라고 하거나 혹은 질병인지 아닌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닙니다. 

- 동성애의 원인을 의학적으로 밝혀낸 적이 있나요.

의학자들은 당뇨병의 환경적, 유전적 원인에 대해 연구합니다. 그 질병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적절히 치료하고 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방, 치료, 관리가 필요한 질병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기에 우리는 그 연구들을 기반으로 원인이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원인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학계에서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학계는 1973년 이후 지난 50년간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의 특질 중 하나로 봤기에, 그 원인을 연구하지 않았어요. 그것을 바꾸거나 변화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도 간혹 몇 년에 한 편씩 관련 연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연구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물론 동성애도 원인이 있겠지요. 현재까지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동성애의 원인에 유전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섞여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의 원인을 찾는 연구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기에 연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입니다.

김승섭 교수(첫줄 왼쪽에서 세 번째)는 2016년 진주 사랑의교회에서 '전환 치유'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승섭 교수(첫줄 왼쪽에서 세 번째)는 2016년 진주 사랑의교회에서 '전환 치유'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보수 교계 일각에서 '탈동성애' 등의 이름으로 말하는 '전환 치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의학 교과서가 동성애를 '질병'이라고 규정했던 1950~1960년대에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기 위한 전환 치료라는 것이 존재했어요. 그러나 1973년 동성애가 질병 목록에서 빠지면서부터는 '질병이 아닌 것'이기에 치료하려는 연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후에도 1970년대 이전 관행이 남았기 때문에 동성애를 치료하려는 시도는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진행됐어요. 

관련해 논쟁이 불거지자, 2009년 미국 심리학회는 기존에 수행된 전환 치료 연구를 모두 모아 놓고 과연 이것을 '치료'라고 부를 수 있는지 논의한 보고서를 출판합니다. 거기서 나온 결론은 다음과 같아요. 첫째는 '전환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환 치료는 자살 시도나 우울 증상을 증가시키는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환 치료는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 간혹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이 변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극소수일지라도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다시 바꾸는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어요. '동성애자였다가 이성애자로 다시 변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순간, 의도치 않게 인간 존재의 다양성이나 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복잡다단한 삶과 관계, 메커니즘을 납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호모사피엔스는 너무나 다양한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존재가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여러 전문가 협회가 공언한 '성적 지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성적 지향을 변화시키는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환자가 암에 걸렸을 때, 약물과 방사선 등을 이용해 어떤 치료를 제공할지에 대한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모인 학회에서 기존의 과학적 근거들을 검토해 정리한 내용이지요.

그런 치료에 따르지 않고 산에 들어가 풀을 캐 먹고 맑은 물을 마신 후, 암에서 회복되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존재가 암 치료에 대한 과학적 합의의 가치를 위협하지 못합니다. 어떤 의사도 암 환자에게 치료 대신 산으로 가길 권하지는 않지요.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적 논의를 통해 정한 표준적 의견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그 표준의 가치를 위협할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 그럼에도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전환 치료'라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여러 문제가 있는 발언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그 이야기를 학술 논문의 형태로 정리해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출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성소수자 건강에 대한 수천 편의 논문이 출판되었지만, 제가 아는 한 전환 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성적 지향은 치료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특성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설사 전문가일지라도, 개인적 경험은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상식 역시 개개인의 경우만 살펴보면,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지만 폐암에 걸리고, 어떤 이는 매일 몇 갑씩 담배를 피웠는데도 폐암에 걸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인구 집단을 모아서 추적 관찰하며 변수를 적절히 통제하며 관찰하면 흡연은 명백히 폐암의 강력한 원인으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직관을 반박하는 과학적 연구의 힘이기도 합니다.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 교수가 2월 초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북 토크에서 특별 강연하는 모습. 동아시아유니버스 유튜브 갈무리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 교수가 2월 초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북 토크에서 특별 강연하는 모습. 동아시아유니버스 유튜브 갈무리

-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다양한 혐오와 트라우마를 연구해 오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혐오의 정도는 어떤가요.

제7차 세계가치조사에서 "나는 동성애자와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OECD 16개국의 평균이 23.9%로 나왔어요. 그런데 한국은 79.6%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는 2.3%였어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상식', '합리성'의 이름으로 가하는 폭력은, 당사자가 저항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정말 아프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맹수를 만난 사람을 예로 들어 보지요. 심장은 빨리 뛰고 혈압은 올라갑니다. 근육에 피가 몰리죠. 그 순간에는 성욕도, 식욕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망가거나 싸워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합니다.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겪는 차별은 그런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이 곳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그렇기에 이 공동체에서 나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위협'으로 다가오니까요. 그런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또 다시 내가 그런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만으로도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면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 반응이 지속되면, 인간의 몸을 병리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고혈압이나 당뇨를 발생시키고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학술적으로 검증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2월 19일 재판을 열고 김승섭 교수를 비롯한 여러 명의 증언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2월 19일 재판을 열고 김승섭 교수를 비롯한 여러 명의 증언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논의에 비추어 볼 때, 교회는 동성애를 어떠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기독교에 대해 충분히 알지는 못하지만 드릴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 진단명 중 '성적 지향'(동성애)는 명백히 질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ICD-10에는 자아이질적 성적 지향(Ego-dystonic Sexual Orientation)라는 진단명이 존재했었습니다.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은 명백히 질병이 아니지만, 동성애자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인정받거나 사랑받지 못하며 겪는 외면·부정·고통으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WHO는 2022년 ICD-11판에서 이 항목도 분류에서 제외했다. 이전 판에서도 '성적 지향'은 질병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었지만, 관련된 질병명을 남겨 두는 것 자체가 전환 치료를 정당화하거나 지지하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 기자 주)

- 교인이 아닌데도 이동환 목사 재판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을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사대복음서는 놀라운 텍스트라고 생각해요. 플라톤이나 공자의 책도 부처의 가르침도 정말 놀랍지만, 제가 텍스트로 접한 모든 글 중에서 인간에 대한 가장 깊고 경이로운 사랑을 담은 글은 신약의 사대복음서였습니다. 

당대에 예수는 끝없이 오해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가 현실세계에서 왕국을 세울 거라고 믿었고, 백성들은 예수가 죽은 자를 다시 살게 한다거나 빵을 여러 개 만들어 낼 수 있는 마법사처럼 생각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사람들은 예수를 로마로부터 자기들을 독립시켜 줄 혁명가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예수는 자기를 둘러싼 그 숱한 오해 속에서도 자신이 믿는 사랑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어요. 제가 읽었던 성경에서는 그 과정이 지극히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수가 스스로를 "구약의 계율을 어기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온 사람이 아니라, 구약의 계율을 완성하기 위해 온 사람이다"라고 얘기했기 때문이에요. 구약의 계율에 따라서 살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그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발을 씻어 주던 놀라운 존재였으니까요. 저는 그 예수가 2024년 이 자리에 온다면, 성소수자의 발을 씻겨 주면서 '내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하고, 이동환 목사를 말없이 안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예수가 성소수자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러지도 않으실 것 같아요. 저는 그분이 함부로 남의 눈물을 닦는 이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는 자들을 품에 안고서 함께 통곡하시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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