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의 '두 번째 종교재판' 첫 기일이 6월 27일 안양 경기연회 본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의 '두 번째 종교재판' 첫 기일이 6월 27일 안양 경기연회 본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교단 재판이 6월 27일 경기 안양에 위치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경기연회 본부에서 열렸다. 이번 재판에서도 종전 재판들처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기소했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동환 목사를 재판에 회부했고, 재판위원회는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방청을 또다시 제한했다.

애당초 재판위원회는 고발인 측 참관인 2명, 피고인 측 참관인 2명만 들어오라고 통보했다. 변호인이든 고발인이든 양쪽을 2 대 2로 맞추겠으니 두 명만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동환 목사 측이 "코로나19 때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변호인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재판위는 변호인 5명을 다 들여보냈다.

재판위원회는 취재진이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고 공간도 좁다는 이유로 바깥으로 내보냈다. "공개재판 아니냐"는 질문에 재판위원들은 "재판을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며 끝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고발인 측 변호사가 "경찰을 부르라"고 하거나 고발인 측 참관인이 회의실 문을 슬쩍 닫는 등, 이 목사를 고발한 반동성애 진영의 취재 방해도 이어졌다. 결국 재판은 양측 변호인단, 그리고 고발인 측 참관인 2명만 들어간 채 진행됐다.

이동환 목사 측은 심사위원회의 부실 기소장과 비공개재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다음 재판은 보다 넓은 장소에서 개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다.

재판 후 이동환 목사는 기자와 만나 "재판이 다시 시작됐는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절차적인 문제가 생기고, 공개재판 원칙을 제한하거나 언론을 막는 행동을 보여 유감이다. 재판이 시작된 만큼 감리회가 성소수자 이슈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동성애 찬성·지지를 처벌하는) 교리와장정 3조 8항의 폐지를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로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이번 재판이 교리와장정 3조 8항을 폐지하는 전향적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재판과 관련해 경기연회가 교단법을 무시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고발인 측의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 원래 재판위원장이었던 박인환 목사(화정교회)를 박영식 목사(병점상동교회)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박인환 목사는 감리회 목회자 모임 '새물결'에서 활동하는데, 이동환 목사도 이 단체 멤버라는 이유로 바꾼 것이다. 새물결은 감리회 개혁을 요구하며 지난 2018년 결성된 모임으로, 수백 명이 가입돼 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에는 재판위원을 기피할 수 있는 주체가 '피고소(발)인'으로만 한정돼 있다. 교리와장정 18조 1항은 "피고소인, 피고발인은 심사위원 전원 또는 일부가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될 때에 1회에 한하여 그 이유를 들어 임명권자에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재판위원도 이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반동성애 진영 고발인들은 박인환 목사가 이동환 목사에게 편향된 판결을 할 인사라면서 이를 교체하라고 요구했고, 경기연회가 그대로 수용했다. 일반 형사재판에서도 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은 검사나 피고인만이 할 수 있고, 고소인은 할 수 없다.

박인환 목사도 재판위원장을 교체한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 그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화가 나고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단지 나와 이동환 목사가 '새물결'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빼 버렸다"면서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인환 목사는 안산에서 목회하면서 평소 세월호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는 이유로 평소 보수 성향 목사들로부터 '좌파 목사'로 낙인찍혀 왔다. 박인환 목사는 고발인들의 재판위원장 교체 요구도 이러한 맥락 안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는 동성애 이슈와 관련해 활동한 적이 없다. 그냥 그들이 보기에 단지 '세월호 유가족 돕는 좌파 목사'니까 이동환 목사 편을 들 것이라고 예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박 목사는 지난 감독회장 선거 출마 당시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동환목사재판대책위원회(대책위)는 6월 27일 광화문 감리회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행하는 편견과 증오의 폭력을 중단하고, 교회법에 기입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걷어 내며, 약자에 대한 교회의 혐오를 참회하라"며, 감리회 행정기획실을 방문해 재판위원장 교체 처사에 항의했다. 대책위는 조만간 경기연회 박장규 감독을 면담하고 재판위원장을 다시 박인환 목사로 바꿔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새물결도 27일 입장문을 내고, "새물결 회원이 전국적으로 500여 명이나 되는데, 단지 새물결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 기피 사유가 될 수 있느냐"면서 "경기연회는 재판위원장 기피 사유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기피 이유가 새물결 때문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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