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재판은 절차와 내용 모두 부당했다. 평가회는 여러 관점에서 재판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동환 목사 재판은 절차와 내용 모두 부당했다. 평가회는 여러 관점에서 재판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교단 재판을 평가하는 자리가 열렸다. 차별을넘어서는감리회모임과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월 25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평가회를 열고, 교단 안팎에서 발제자들을 초청해 감리회 총회 재판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현장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평가회는 다양한 관점에서 총회 재판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교회 밖 퀴어 운동가 관점에서, 법률가 관점에서, 감리회 목사 안수 준비생 관점에서, 감리회 평신도 관점에서 각각 한 명씩 교단 재판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재판의 원인이 된 감리회 교리와장정 제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어떻게 폐기할 수 있을지도 이야기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홀릭 대표가 퀴어 운동가 관점에서 이동환 목사 재판을 평가했다. 그는 이 목사 재판을 보며, 무엇보다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 질문은 우매한 것이며 권력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여기에 침묵했고, 그 침묵은 어리석은 질문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평했다.

이 질문은 우매한 것이지만,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은 것을 가르는 질문으로 강력하게 작동한다고도 했다. 지금은 '동성애' 찬반을 묻지만, 이 질문은 언제든 '장애인', '페미니스트', '이주민', '트랜스젠더' 등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이 나오는 토대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소수자는 죄가 없지만 성소수자 대신 재판을 받게 된 이 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동환 목사 변호인단 대표였던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가 법률가 관점에서 총회 재판의 문제점을 짚었다. 총회 재판 과정에는 실제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2021년 2월 1차 공판을 시작해 2022년 10월까지 총 8번의 공판이 있었다. 이렇게만 쓰면 많은 공방이 오갔을 것 같지만, 실상은 재판위원회의 비전문적인 진행과 피상소인(경기연회)의 불출석 등으로 대부분 제대로 된 공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크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재판위원장의 비상식적인 진행으로 신뢰 추락 △심사위원회(기소권자)의 불성실한 태도 등으로 이동환 목사가 피해를 당했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번 재판은 결과는 말할 것도 없고 과정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감리회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일이며, 나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참 부끄러웠다. 교단 재판 시스템이 일반 사회에 비해 너무 뒤처져 있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목사 진급 과정 중에 있는 애라이(활동명)는 미래 감리회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재판을 어떻게 봤는지 평했다. 그는 처음엔 이 사건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책위 회의에 참석했다. 이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연회 재판에 회부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도, 연회가 정말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연회가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을때 그는 "두려웠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여성으로서 목회자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고, 수련목회자 자리도 없고 단독 목회 자리는 더더욱 없는데, 얼마나 더 숨어 살아야 할지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 운동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목회자나 학생들이기에 당연히 서로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이름과 얼굴을 가려야 했다. 이름을 밝히고 뭐든 한다면 뭐든 잃게 될 것이니 말이다"라고 했다. 그 역시 결국 수련목회자 조건으로 들어갔던 교회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운동을 통해 사랑의 하나님, 생명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이런 기회가 모두에게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용태 권사는 일반 신도 관점에서 이동환 목사 재판을 바라본 소회를 풀었다. 그는 평신도들은 이동환 목사 사건을 잘 모르고 있으며, 대부분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 권사는 교회에서 청소년부 부장교사를 하고 있고 교회학교연합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청소년부 다른 교사들은 '동성애' 하면 치를 떨고 연합회 단체 채팅방은 연일 혐오성 글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는 "감리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청소년·청년들 때문에 교회에 간다.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외롭다. 평신도들의 연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솔직한 심정에 참가자들은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수년간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에서 활동한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는 교리와장정 제3조 8항을 어떻게 폐기할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박 목사는 장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장개위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지만 "현재 장개위에서 이 조항 폐기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하나님이 와도 안 된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어찌 장개위를 통과한다 해도 입법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현재 감리회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목사는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한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그 시도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진보는 끊임없는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라며 "이번 이동환 목사 재판이 제대로 돌을 던졌다고 본다. 이 목사 개인에게는 가혹하고 또 선배로서 미안한 일이지만, 이 재판이 있었기에 감리회의 실상이 드러났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 부끄러움이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동환 목사를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성소수자 인권 향상의 새 문을 연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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