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총회 임원회가 "치유와 화해"를 명목으로 내세우며 올해 정기총회 장소를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로 선정한 가운데, 교단 소속 노회·단체가 이를 재고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예장통합 서울노회(양의섭 노회장)는 4월 29일 노회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언젠가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찬송하며 울고 웃고 해야 할 날이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정서, 수많은 목사·장로·교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 대법원 판결이 우리의 신앙 양심의 최종 판결은 아니다. 진정한 화합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마자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대표회장 양인석 목사) 또한 5월 8일 성명을 발표하고 총회 임원회에 총회 장소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낳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교회가 조롱거리가 되었"다며 이번 결정은 "깊은 상처를 안고 아파하고 있는 수많은 성도들과 교회, 목회자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섣부르게 치유와 화해를 내세우며 결정한 까닭에 정치적인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더구나 명성교회가 대법원의 심리 불속행 기각을 '무죄 취지의 판결'이라고 호도하며 총회에 사과를 요구하는 낯 뜨거운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만약 명성교회에서 108회 총회가 개최되면, 다시 갈등이 불거져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총회 임원회, 제108회 총회 장소 선정을 재고해 주십시오

지난 4월 초 총회 임원회는 제108회 총회의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하면서 이런 명분을 제시하였습니다.

"총회와 명성교회의 치유와 화해, 부흥을 위해" (2023년 4월 10일 한국기독공보)

우리는 명성교회를 사랑합니다.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도 사랑합니다. 한때 명성교회는 우리 한국교회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바위 같던 명성이 우리에게 준 아픔은 그만큼 더 아팠습니다.

갈등의 골이 깊이 패어 있습니다. 이게 쉽게 메워질까요? 아무리 눈앞에 보인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필요한 일들은 허다합니다. 돌아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명성교회의 상처만 볼 것이 아니라 전국의 교회가 가진 그 실망감과 상처는 저 위의 몇 명 정치하는 어른들에 의해 치유되는 게 아닙니다.

총회 임원회에 부탁합니다. 정치적인 배경이 숨겨져 있는 이런 일은 하지 마십시오. 언젠가는 명성교회에서 한국교회가 다 같이 모여 함께 찬송하며 울고 웃고 해야 할 날이 있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정서, 수많은 목사, 장로, 교인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우리의 신앙 양심의 최종 판결은 아닙니다.

진정한 화합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나자마자 명성교회를 총회 장소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108회 총회 장소 결정을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노회
노회장 양의섭 목사 외 노회원 일동

제108회 총회 장소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는 가장 모범적이고 건강한 교단이라는 자부심을 소속 교인들과 목회자들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복음 전도와 함께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귀하게 여겨 왔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2017년에 자행된 불법적인 명성교회 목회지 대물림을 교단 지도력들이 묵인하며 총회의 법질서를 어지럽힌 까닭에, 자랑스러운 전통은 무너졌고 도리어 엄청난 실망감과 부끄러움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제104회 총회에서 자행된 소위 명성교회 수습안이란 불법 결의는 엄연히 존재하는 총회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을 어겼고, 총회 재판국의 최종 판결을 무시하였으며, 이후 15개 노회들의 결의 철회 헌의안조차 불법적인 정치적 처리로 공교회성을 스스로 포기한 결과, 일말의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으로 통합 총회는 허물어졌습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사회법에 호소하였지만 엄청난 금력과 정치적 힘을 동원하여 대법원에서 승소하자, 명성교회와 세습 찬성론자들은 최종 승리자가 된 것처럼 자기 도취에 빠져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결코 하나님의 심판이나 신앙 양심의 최종 판결이 아닙니다.

이런 참담한 국면에서 최근 총회 임원회가 제108회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결의한 것은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섣부르게 치유와 화해를 내세우며 결정한 까닭에 정치적인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더구나 명성교회가 총회 장소 요청에 대하여 대법원의 심리 불속행 기각을 '무죄 취지의 판결'이라고 호도하며 총회에 사과를 요구하는 낯 뜨거운 행태를 보여 주는 까닭에 총회 장소는 당연히 재고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낳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인하여 교회가 조롱거리가 되었고, 깊은 상처를 안고 아파하고 있는 수많은 성도들과 교회, 목회자들을 외면한 처사인 까닭에 명성교회 총회 장소 시도는 즉시 취하해야 합니다. 총회 장소와 관련하여 서울노회의 입장은 전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사회 법정에서 재판이 끝난 것이 아니고, 서울동남노회 안대환 목사에 의해 제104회 총회 수습 결의안 무효 소송이 다시 제기되어 재판이 시작된 까닭에 만약 명성교회에서 108회 총회가 개최되면, 다시 갈등이 불거져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 뻔합니다.

간절히 바라옵기는 예장통합 총회 임원회는 공의로우신 하나님을 의식하고, 법질서의 회복을 염원하는 목회자들의 세미한 양심의 소리를 듣고 총회 장소 선정을 부디 재고하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2023. 5. 8.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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