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앤조이 나수진
명성교회 불법 세습 판결이 교회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열렸다.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를 다투는 소송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세습금지법을 어기고 불법 세습을 강행한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대표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소송은 1·2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에 배당돼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월 26일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 대표자 및 당회장 자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다. 김하나 목사가 아버지 김하나 목사가 은퇴한 지 5년 후에 취임했으므로, 전임 목사의 영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을 취소한 것이다. 사회 법원마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두둔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평화나무·기독교회복센터가 '명성교회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1월 1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YTN 변상욱 전 앵커,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기독법률가회 이병주 변호사,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교단법을 어기고 불법 세습을 저지른 명성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변상욱 전 앵커는 교회 세습은 '세습 자본주의'의 교회적 현상인데, 기업 세습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기업은 주주가 일정 지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공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냥 물려주고 물려받는다.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양도·증여·상속을 하려면 세금을 내게 돼 있지만, 한국교회 세습은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데다가 심지어 교단 헌법이 문제가 된다면 바꿔서라도 진행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 반대 세력이 지분을 통해 정식으로 견제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다. 한국교회 세습은 일반 사회에서 보면 상당히 황당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판결을 통해 세습이 사회 법적으로도 확정된다면 한국교회는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습이 확정된다면 교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세금을 포탈하고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하나의 물적 자산에 불과해진다. 한국 사회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특권 세습이다. 부모 힘을 빌려 성공하는 것에 대단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위기에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세습이 이뤄진다면, 한국교회는 청년들을 더 이상 품기 어려워진다. 법원 판결이 끝나면 교회 카르텔에 대해 교회 내부나 일반 사회에서 문제 제기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사람들은 점점 교회에 가지 않게 될 것"라고 말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회 세습이 단순히 목회지를 넘겨주는 것 이상으로 자본·영향력을 인수인계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했다. 그는 "1960년대만 해도 교회 세습은 가난을 물려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교회가 팽창하고 대형화했다. 작은 상가에서 시작했던 작은 교회가 대형 교회가 되고, 그 가운데 담임목사의 역량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담임목사를 우상화하는 현상이 1980~1990년대에 드러났다. 개척교회 담임목사는 대기업 창업주나 다름없었다. 이제 그 담임목사들이 아들이나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세워 교회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게 바로 세습"이라고 말했다.

교회 세습을 성경적으로 포장하는 목회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목회자 직분을 자꾸 구약적 혈연주의로 이야기하는 건 성경적이지 않다. 성경은 언약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직분과 관련한 하나님의 언약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성경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든 과정에 진실하게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배제한 교회 세습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병주 변호사는 법률가 관점에서 2심 판결을 평가했다. 그는 김삼환 목사의 영향력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기술한 항소심 판결문에 대해, 김 목사가 은퇴 이후에도 교회에서 계속 설교하는 등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하면서 석명 준비 명령을 통해 결과적으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절차를 밟도록 권유한 것 또한 "석명권의 한계를 초월한 위법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한국교회 재판 제도를 무법 지대로 만든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 법원까지 '공범'으로 만들려 한다고 했다. 그는 "1심 판결은 사회 법원이 교회에서 벌어지는 무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정의감을 판단의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 반면 항소심 판결은 무법을 방관하는 데 이어, 지지하고 보호하는 태도까지 나아가고 있다"면서 "만일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적당히 회피하고 넘어간다면 명성교회 불법 세습으로 발생한 교회의 무법 상황을 대법원이 허용하고 인정하는, 법적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대법원이 교회 관련 재판이라고 소극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일반 상식에 근거해 판결하기 바란다고 했다. 최 교수는 "1심과 2심 판결이 다른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교단법에 세습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이게 무슨 논란의 여지가 있나. 그럼에도 총회 수습안을 따라야 한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은 그 자체로 잘못됐다. 무조건 총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 총회가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건가"라면서 "교회 안의 자정작용이 무너졌다면, 사회윤리와 상식선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