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가 11월 5일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가 11월 5일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가 11월 5일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예배는 김삼환·길자연·장종현·오정현 목사 등이 이름을 올린 한국교회이태원참사위로예배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교회봉사단도 참여했다. 바로 전날 조계사 추모 위령 법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나란히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 현장은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로 붐볐다. 행사장 앞에서는 경호원들이 검색대를 설치하고 입장하는 이들의 옷과 주머니, 가방을 뒤져 가며 철저히 검문했다. 풀 취재단이 아닌 기자들의 사진 촬영도 엄격하게 통제됐다. 현장에서는 근조 문구 없는 검은 리본이 배포되기도 했다.

이날 설교는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맡았다. '친구의 무덤에서 예수님의 눈물'(요 11:33~36)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 목사는 "주님은 어떠한 자리의 눈물이든지 닦아 주시고, 멈추게 하시고, 회복하시는 능력이 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이 예배를 통해 이후의 일을, 주님이 대한민국의 위로자로서 우리 민족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잠깐으로 인해 벌어진 이 문제를 주님은 잠깐의 능력으로 해결해 주시리라고 믿는다"며 한국교회도 위로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삼환 목사는 슬픔을 극복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삼환 목사는 설교에서 슬픔의 극복과 대한민국의 하나 됨을 강조했다. 사회가 어려울 때 종교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2009년 용산 참사를 언급하면서, 당시 경찰과 유족들이 원수가 되어 아무도 손댈 수 없었지만 자신이 중재 역할로 나서 화해하게 하고 장례 치르는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데 힘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 온 나라가 준전시에 가까운 위기에 처했으니 하나가 돼야 한다며, 1986년 미국에서 벌어진 챌린저호 폭발 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승무원들이 대지를 박차고 올라가 하나님의 얼굴을 만진 오늘 아침 이날을 우리는 영원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이제 우리는 더 큰일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서 "우리도 이 슬픔을 딛고 일어나서 자유 대한민국이 끝없이 발전하는 일에 힘을 모으고 하나가 돼야 한다. 이 아름다운 꽃들이 희생당한 아픔이 나라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일, 꽃 피고 열매를 맺는 일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잘 잡아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다 사는 길이고, 하늘나라 가신 귀한 생명들이 바라는 길"이라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 준 행보를 온 나라가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연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문하고, 이 행사에도 참여한 것은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나라의 어른으로, 부모의 심정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그 마음을 우리 온 나라가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예배에 참석해 위로사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윤석열 대통령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예배에 참석해 위로사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위로사에서 "우리가 마주한 깊은 슬픔과 아픔을 보듬고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 부모님은 사랑하는 자녀를, 친구들은 소중한 벗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무한한 책임감으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 비극은 우리 모두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늘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사랑과 믿음으로 우리 사회의 아픔을 보듬어 주기를 부탁드린다. 저와 정부가 마음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성도 여러분의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위로 예배 참석자들은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을 위해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을 위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했다. 예배준비위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정부를 향해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생명과 안전을 견고히 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사전 대비에 최선을 다할 것, 슬픔을 극복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아래는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 입장문.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 입장문

한국교회는 이태원에서 뜻하지 않게 돌아가신 이들을 기억하며, 이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간구하기 위해 하나님 앞에 모였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이었으며, 형제이며, 친구이며, 자녀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도 우리는 그분들의 죽음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이별 앞에 참담한 눈물로 애통해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무고한 목숨을 잃어야 이 참담한 고통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와우아파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의 참사를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지혜를 얻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이 숨 막히는 애통의 시간에 하나님 앞에 무릎으로 나아가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 황망한 절망 앞에서 천지의 창조자 하나님의 도움을 구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대로 유가족과 함께 울며 하늘의 은혜를 구합니다. 슬픔과 절망의 심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사망의 경계를 넘어 영원한 생명의 소망을 갖게 되기를 기도하며,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희생자들을 추도하며, 사랑하는 살붙이를 잃고 절망 중에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위로하는 온 국민과 세계 시민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 정부는 애도하며 추모하는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며, 생명과 안전을 견고히 하는 사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사전 대비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합니다. 슬픔을 극복하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3. 한국교회 1000만 성도들은 이 고통당하는 이들과 손잡고 같이 가겠습니다. 참담한 슬픔을 우리의 가슴에 담고, 이러한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삶을 돌아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11월 5일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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