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가 '세습 반대 운동 여기서 끝이 아니다'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방인성 목사, 김정태 목사, 정재훈 변호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개혁연대가 '세습 반대 운동 여기서 끝이 아니다'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방인성 목사, 김정태 목사, 정재훈 변호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제는 교단 총회 소속 목사님들을 비롯하여 모든 평신도 지도자들은 더 이상 명성교회 문제에 대해 시비할 수 없게 되었다. (중략) 명성교회 문제는 목사들 몇 사람의 시기와 질투로 특정인에 대해 태클을 걸기 위한 것이지만, 하나님은 사랑하는 명성교회에 대해 모든 근심과 걱정과 염려를 물리치고 승리하게 해 주신 것이다."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옹호하며 세습 반대 운동을 저격해 온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바로세우기수호연대(예정연·최경구 대표회장)는,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대법원 판결 이후 위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예정연을 비롯한 소위 친명성 단체들은 교단에 이어 법원도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으니 더 이상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에는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상황. 최전선에서 교회 세습을 반대해 온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는 '세습 반대 운동 여기서 끝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이제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법원 판결과 별개로 세습 반대 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 세습은 맘몬을 숭배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교회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며, 교회를 사유화하는 행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담회 패널로 나선 방인성 목사(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는 법원 판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세습 반대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고 세습하려는 교회들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물려주는 교회 세습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 등을 규합해 새로운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소속 김정태 목사(개혁연대 집행위원장)는, 명성교회가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존경과 신뢰가 없기 때문에 종국에는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 세습 반대 등 교회 개혁 차원의 운동은 계속하되, 총회나 노회 등 기존 질서가 아니라 젊은 그룹들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젊은 그룹들이 조직을 만들고 새로운 운동을 자체적으로 하면 (개혁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 모이지 못해서 그렇지,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많다"고 말했다.

교단 안에서 진행해 온 세습 반대 운동을 돌아보며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세습 반대 운동을 명망 있는 목사 몇 명과 중대형 교회 중심으로 진행해 오다 보니, 그분들 영향력에 의지한 면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중대형 교회 중심의 운동보다 성도들 중심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목회자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습 반대 진영 안에서는 헌법소원이든 재심이든 끝까지 법적 다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명성교회 정태윤 집사와 함께 소송을 진행해 온 정재훈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이 소송은 헌법소원 대상도 아니고, 재심을 해도 어려울 것 같다. 법으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명성교회가 이기긴 했지만, 나중에 역사가 제대로 판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태윤 집사도 간담회에 참석해 "소송 결과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교회 개혁을 위해 끝까지 임하겠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교인으로 구성된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행동연대·양인석 대표회장)도 3월 7일,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행동연대는 "불법 세습을 교단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사법 정의를 기대했지만 대법원은 기각했다. 정상적인 심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불속행 제도를 이용해 편의적으로 상고를 기각했다"며 "대법원이 2심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해 기각한 것은 힘 있는 자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한 치욕스런 판결이다"라고 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침체한 한국교회를 더욱 악화했고,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도 추락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행동연대는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라며 "총회 자정 능력 회복을 위해 세습 반대 운동을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9년 8월 5일, 장신대 신학생들이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 교회 세습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19년 8월 5일, 장신대 신학생들이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에서 교회 세습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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