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를 성희롱·성추행해 재판에 넘겨진 한신대 ㄱ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시간강사를 성희롱·성추행해 재판에 넘겨진 한신대 ㄱ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간강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 한신대학교 신학부 ㄱ 교수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월 10일 ㄱ 교수에게 벌금 8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했다.

한신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해 온 피해자 A는 2021년 4월, ㄱ 교수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와 교단에 알리고 고소 절차를 밟았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ㄱ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ㄱ 교수는 공판 과정에서, A에게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성희롱·성추행 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ㄱ 교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추행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술이 구체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했다. 또 ㄱ 교수는 A가 맡은 과목을 관리하는 운영위원이자, A가 지원한 교목실 강사 채용 심사위원 등을 맡았다며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했다.

A가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뒤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ㄱ 교수와 A의 관계, 한신대 내 지위 등에 비춰 볼 때, A가 사건이 발생한 후 바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수의 지위에서 강사인 피해자를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ㄱ 교수가 초범인 점과 범행의 방법·정도·경위 등을 고려해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 대신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피해자와 연대해 온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피해자와 연대해 온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선고 공판에는 A와 연대해 온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대책위)와 한신대 학생 20여 명도 참석했다. 벌금형이 선고되자 곳곳에서는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1심 판결은 피해자가 받은 고통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 김수산나 목사는 "재판부가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피고인을 질책하고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죄질이 나쁘다고 했으나, (형량이 낮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 김 목사는 일부 기장 소속 목회자가 피해자와 연대인을 명예훼손·무고 등으로 고소하고 교단 홈페이지에 비방 글을 올리고 있다며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박우섭 위원장은 "사건 해결 기준은 유죄판결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가치로 포장된 교단 뒤에는 가부장적 질서가 굳건하게 뿌리내리고 있고, 그 속에서 성범죄는 교묘히 똬리를 튼 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이 이를 정화할 수 있는 생명의 마중물이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생명의 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