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넷플릭스가 3월 3일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이 다큐는 JMS·섭리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 만민중앙교회 교주 이재록,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 오대양 사장 박순자 등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신격화한 이들을 다뤘다. 

넷플릭스가 '나는 신이다'를 공개한다고 발표한 후, JMS는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3월 2일 이를 기각했다. '나는 신이다'는 예정대로 3월 3일 오후 5시 전편이 공개됐다. 

다큐는 총 8화로 구성됐다. 1~3화는 JMS 정명석을, 4화는 오대양 사건을, 5~6화는 아가동산을, 7~8화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을 다뤘다. 정명석을 다룬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이 총 150여 분으로, 다른 사건 에피소드의 약 2배 분량이다.

제작진은 모든 사건에서 피해자 등 직접적인 관련자를 만나고,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검사나 취재했던 기자 등을 만나 인터뷰했다. 사건 당시 영상은 물론 아직 공개된 적 없는 영상 및 녹음 파일도 다수 확보해 보여 준다. 수준 높은 촬영과 구성을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정명석 출소 후 성폭력 피해자의 직접 증언

"그렇게 당하면서 계속 하나님을 부르고…."

JMS 정명석 편은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으로 시작한다. 작년 3월 16일, 형사 고소와 함께 정명석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 홍콩 국적의 피해자 메이플의 인터뷰다. 정명석은 2008년 여신도 강간 등으로 징역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출소한 바 있다. 그가 출소 후에도 성폭력을 반복할 것이라는 추측은 많았으나, 메이플의 기자회견은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는 첫 증언이었다. 

메이플은 정명석을 고소하기로 한 후 JMS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메이플이 고소와 기자회견을 위해 홍콩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도 그를 미행하는 차가 있었다. 제작진이 이를 발견하고 주차된 차에 다가가 창문을 두들기며 신원을 물었지만,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피하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정명석은 작년 10월 28일 구속 기소됐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정명석은 작년 10월 28일 구속 기소됐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메이플은 19세 때 홍콩에서 JMS 교회에 들어가게 됐고, 특출한 외모와 재능으로 JMS 안에서 가수와 아나운서, 나중에는 목회자까지 했다. 그가 처음 활동할 때는 정명석이 교도소에 있었기에, 그는 한국에서 정명석을 만나기 위해 면회를 가기도 했다. 정명석은 감옥에 있을 때도 지속적으로 여신도들의 원피스·비키니 혹은 전라의 사진을 받아 보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면회장으로 불렀다고 했다. 

증언은 구체적이었다. 여신도들은 면회 후에도 교도소 내부가 보이는 인근 아파트에서 창문으로 정명석에게 인사했다. 메이플은 창밖으로 대걸레를 흔들면서 정명석에게 신도들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고 했다. 한번은 정명석이 손짓으로 메이플의 이름을 쓰는 모습을 보고 메이플은 감동해서 눈물까지 흘리며 기도했다고 한다.  

출소 후 정명석은 메이플을 불러 수차례 강간했다.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견디다 못해 도주를 결심하고 실행하기 전 마지막 강간을 당할 때, 메이플은 녹음을 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강간하는 정명석의 적나라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메이플과 함께 정명석을 고소한 호주 국적의 피해자 에이미의 인터뷰도 나온다. 에이미는 "저지른 죄를 뉘우치기 위해" 한국에 와야 한다는 JMS 측의 말을 듣고, 정명석을 만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정명석의 옆에는 이미 그에게 강간당하고도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 모르는 여성들이 있었다. '보고자'라고 불리는 여성들은 정명석의 강간을 당연시하며 다른 젊은 여신도들을 꾀어 정명석에게 갖다 바쳤다. 

이외 다른 한국인 성폭력 피해자 다수와 반JMS 단체 '엑소더스'를 만든 김도형 교수, 해외 도피 중이던 정명석을 2003년 7월 중국에서 직접 잡은 김형진 씨, JMS 핵심 간부였던 김경천 목사 등 다양한 사람이 인터뷰에 응했다. 총 3부작인 정명석 편은, 정명석의 탄생부터 JMS의 부흥기, 첫 성폭력 증언과 고소, 정명석의 해외 도피와 체포, 수감 생활과 출소 후 성폭력까지 총망라해 보여 준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미스터리로 남은 오대양 사건
박순자와 유병언의 관계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박순자와 유병언의 관계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공장에서 시신 32구가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특이하게도 시신은 공장 다락에서 모두 발견됐다. 한 무더기에 19구, 다른 무더기에 12구가 있었고, 가운데 한 남성은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매 숨진 상태였다. 모두 손발이 묶여 있었으며 코와 입은 탈지면으로 막혀 있었다. 엽기적인 사건은 즉시 전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신이다' 4화는 오대양 사건을 조명했다. 

사망한 사람들은 모두 '오대양'이라는 회사 사람들이었다. 사장 박순자를 비롯해 오대양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죽은 것이다. 검찰은 평소 교주 행세를 하던 박순자의 명령에 따라 한 남성 신도가 다른 31명을 목 졸라 죽이고 마지막으로 자신도 목을 매 죽은 것이라고 결론 냈다. 박순자는 공예품을 제작하는 사업을 한다며 주변에 돈을 빌렸는데, 이게 100억대가 넘어가고 갚을 수 없게 되자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순자가 모은 돈 일부가 당시 구원파 교주 유병언이 운영하던 회사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재판에서 유병언이 박순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다는 사실은 인정됐지만, 집단 죽음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으나, 여전히 오대양 사건은 '타살'이며 배후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제작진은 오대양 사건이 타살이라고 생각하는 김현 전 국회의원과 오대양 사건 부검의 서재관 박사, 검찰의 발표가 맞다고 주장하는 오대양 사건 현장 감식 경찰 이삼재 전 총경 등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해 사건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했다.  

"아가동산이 아니라 악마 동산에서 살았다"
김기순은 본인을 '아가야'라고 칭하며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김기순은 본인을 '아가야'라고 칭하며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나는 신이다' 5~6화는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을 다뤘다. 1996년 검찰은 아가동산에서 약 10년 전 세 명이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접수하고 김기순을 체포하려 현장을 급습했다. 사망자는 40대 남성 윤용웅 씨, 20대 여성 강미경 씨, 만 5세 남자아이 최낙귀였다. 

다큐에는 최낙귀의 부모와 이모가 나와 증언한다. 최낙귀는 김기순의 말을 잘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며칠간 돼지우리에 갇혀 신도들에게 폭행당하다가 숨졌다. 10년이 지나 아가동산을 탈퇴한 최낙귀의 아버지와 신도 몇몇이 사건을 고소하면서, 아가동산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아직 김기순의 수하에 있던 최낙귀의 어머니가 아들은 심근경색으로 죽었다고 위증하면서 김기순은 살인·사기 혐의에서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지금은 아가동산에서 빠져나온 최낙귀의 어머니는 인터뷰 도중 "죽고 싶어도 죽어지지도 않는다"며 양손으로 자신의 뺨과 가슴을 수차례 내려치기도 한다. 제작진은 결정적인 진술을 번복한 또 한 명, 당시 아가동산에서 포크레인을 운영하며 김기순과 신도들에게 맞다가 숨진 강미경 씨를 암매장한 윤방수 씨가 김기순의 명령으로 시신을 매장했다는 진술 또한 받아 냈다. 

아가동산 탈퇴자들은 김기순의 명령으로 부모 자식 간의 연도 끊고, 모든 재산을 갖다 바쳤으며, 노예처럼 일했다고 증언했다. 김기순의 명에 따라 부모가 자녀를 몽둥이로 때리는 일은 물론, 자녀가 부모를 때리는 일도 있었다. 또한 김기순이 젊고 용모가 준수한 남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강간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도둑질·살인·간음하지 말라
이재록은 수감 중이지만, 아직도 그가 무죄라고 믿으며 그를 기다리는 신도들이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이재록은 수감 중이지만, 아직도 그가 무죄라고 믿으며 그를 기다리는 신도들이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갈무리

"21년간 믿어 왔던 것들이 2시간 만에 깨지게 됐습니다."

만민중앙교회 담임목사 이재록은 여신도 9명을 강간해 2019년 8월 징역 16년이 확정됐다. 성폭력 소문이 돌고 피해자들이 이재록을 고소할 때만 해도, 만민중앙교회에서 그 사실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당시 한 열성 여신도와 피해자가 대화한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서 교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신이다' 7~8부에 나오는 한 젊은 탈퇴자는, 그 녹취를 듣고 평생 믿어 온 것들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은 만민중앙교회와 이재록의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고 말했다. 교회 차원에서 '믿음의 분량'이라는 것을 수치로 정해 줬는데, 전체 교인 중 자신이 어느 정도 비율인지 쪽지로 알려 줘 서로 경쟁을 시키는 구조라고 했다. 한 탈퇴자는 만민중앙교회에 바친 돈이 10억 원은 넘을 거라며, 결과적으로 돈을 많이 내면 믿음의 분량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재록은 기도로 병을 고치는 등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이는 신도들이 의학적으로 고칠 수 있는 병도 기도로 고쳐야 한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기 주저하게 만들었다. 탈퇴자들은 병원에 갔다면 고칠 수 있는 폐결핵으로 사망한 신자가 많다고 전했다. 성에 대한 지나친 경계로 젊은 남자 신도들 중에는 스스로 거세를 택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1999년 5월 11일 MBC PD수첩이 이재록을 다뤘을 때,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MBC 건물을 습격해 방송 중 녹화 테이프를 탈취했던 사건도 자세히 조명한다. 실시간으로 공중파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당시 관련자들에게 전후 사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맹종의 문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기독교 사이비의 모습을 한 번에 보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것도 넷플릭스에서. 물론 위 집단들이 보통의 교회와는 다르게 선을 한참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아는 사람은 다 알 듯, 한국에서 자신을 기독교의 메시아라고 칭하는 인물은 더 많다. 

리뷰를 써야 하는 교계 기자 입장에서 예민하게 보려 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교계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아니 그전에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편에서 한 기자가 던지는 질문과 비슷하다. 

"대체 이 신앙이라는 게 뭔가. 이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병원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게 정말 신앙이 맞나?"

신도들의 맹종은 사이비 집단이 생기는 근본 원인 중 하나다. 이 맹종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저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들과도 쉽게 선을 그을 수 없을 것이다. 덮어 놓고 '믿기만 하라'고, 의문을 표했을 때 '믿음이 약하다'고 하는 문화라면, 그 교회가 정통 교단에 속했다고 해서 과연 안전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신앙과 맹종 사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지 스스로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맹종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쌓아 온 이 맹종의 문화가 교주 행세하는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통이라 자부하는 교단들은 수십 년 전부터 사이비 교주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며 경계해 왔다. 그 효과를 깡그리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이제는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 손을 대야 하지 않을까. 맹종의 문화가 없다면 사이비 집단도 존재할 수 없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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