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은파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여수노회 목사들은 교단법을 어긴 세습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했다. 한 목사는 "교단 탈퇴는 비겁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수은파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여수노회 목사들은 교단법을 어기고 세습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교단 탈퇴는 비겁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가 3월 6일 공동의회를 열고 교단 변경을 추진한다. 교단법을 어기고 부자 세습을 강행한 여수은파교회는 지난 두 달간 교단 안팎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세습금지법은 따르기 싫고, 아들 목사는 청빙하고 싶은 여수은파교회는 결국 '교단 탈퇴'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소속 여수은파교회는 여수 지역 대형 교회 중 하나로, 1년 예산만 50억~60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대형 교회가 세습도 모자라 교단 탈퇴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지역 교회들도 술렁이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여수은파교회가 속한 여수노회(최종호 노회장) 목사들에게 전화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목사들은 기본적으로 교회 세습은 잘못됐고, 세습금지법을 지켜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애당초 여수은파교회가 교단법을 따랐다면 교회가 욕먹을 이유도 없고, 교단 탈퇴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 목사는 3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습금지)법이 문제라고들 하는데, 법이 있는 동안은 지켜야 한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세습을 강행한 고만호·고요셉 부자 목사뿐만 아니라 장로들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목사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장로들이 권면을 잘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들도 '다 찬성한다'고 하더라.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여수은파교회는 이미 세습을 완료한 다른 교회들처럼 '교회 안정'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아들 고요셉 목사가 목회도 잘하고, 아버지 고만호 목사의 뒤를 따라 교회를 잘 이끌 재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B 목사는 "'교회 안정'이라는 말은 면피용이다. 교회의 목적은 '유지·안정'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데 있다. 과연 교단 탈퇴라는 명분 속에 하나님이 계시는지 묻고 싶다. 가족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세습하고 교단을 탈퇴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를 살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지 아들이 아니다. 세습 안 한 수많은 교회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여수은파교회가 돈 없는 작은 교회였다면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이권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C 목사도 "교회 안정이 아니라 고만호 목사 집안의 안정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니겠나. 교단을 옮기는 건 비겁한 일이다. 옮긴다고 해도 (잘못이) 덮어지지 않을 텐데, 같은 목사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또 "교단법을 떠나서, 만약 고만호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지 않는다고 거기에 상처받고 떠나는 교인이 있을까?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여수은파교회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만호 목사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D 목사는 "고 목사는 소위 '동성애법'을 만들어서 동성애 옹호한다는 이유로 신학생들을 몰아내고, 총회에서 신학대 총장들을 불러 세워 사상 검증까지 하려고 했다. 법을 앞세워 죄 없는 사람들 옥죄더니, 정작 자기 욕심 채우기 위해 교단법을 위배하고 교단 탈퇴까지 하려 한다. 이건 교단과 하나님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수노회 소속의 한 교회는 세습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수노회 소속의 한 교회는 세습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 목사가 시무하는 ㅇ교회는 이번 일과 관련해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입니다"이라는 글귀가 담긴 플래카드를 교회 앞마당에 내걸었다. E 목사는 "교회 주인은 예수님인데 누가 세습을 찬성하겠는가. 내 주변에 있는 목사들도 다 반대한다. 노회에서 (세습) 반대 분위기가 크니까, 안 될 걸 아니까 (여수은파교회가) 탈퇴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수은파교회는 매년 노회 상회비, 미자립 교회 지원금 등 1억여 원을 여수노회에 내고 있다. 여수은파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면 노회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E 목사는 "여수은파교회가 재정적인 부분을 많이 담당해 온 건 사실이다. 이제는 남아 있는 교회들이 나눠서 (지원금도) 내고 도와 가면 된다"고 말했다.

F 목사는 고만호 목사에게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여수노회에서 큰 교회 중 하나고 목회도 참 잘했다. 존경할 만한 분이었는데, 말미에 이렇게 불법 세습을 해서 굉장히 충격적이다. 다른 교회도 여수은파교회를 보고 따라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여수노회 최종호 노회장, 박종석 부노회장, 정남태 서기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세 사람은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와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는 여수은파교회 공동의회가 열리는 6일 오전부터 교회 인근에서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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