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불법 부자 세습을 강행한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가 20억 원에 달하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뉴스앤조이> 보도에 대해, 고 목사가 뒤늦게 해명했다. 고 목사는 오래전부터 분립 개척을 준비해 왔으며 미리 받은 '전별금'으로 땅을 샀다고 말했다.

고만호 목사는 <뉴스앤조이> 취재에는 계속 응하지 않더니, 2월 14일 유튜브에 공개된 한 영상에서 "교회 안정을 위해 분립을 추진해 왔다. 계획성 있게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교회에서 일찍 나에게 전별금을 줘서 그걸 가지고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땅을 자신의 이름으로 산 이유는 '농지'여서라고 했다. 고 목사는 "법인이 그 농지를 살 수는 없다. 내 개인 명의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영상은 43초 분량으로 짧았다. 이 영상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총회를 주로 취재하는 황규학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황 씨는 같은 날 자신이 운영하는 한 사이트에 '뉴스앤조이와 MBC의 여수은파교회 부수기'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이 영상을 올렸다. 황 씨는 2013년 예장통합에서 '상습적인 이단 옹호자'로 규정된 바 있다.

고만호 목사는 교회로부터 미리 받은 전별금 20억 원으로 땅을 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어떤 절차를 밟아 고 목사에게 전별금이 지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만호 목사는 교회로부터 미리 받은 전별금 20억 원으로 땅을 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어떤 절차를 밟아 고 목사에게 전별금이 지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만호 목사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그의 말대로 본인에게 주어진 전별금으로 땅을 샀다면 "교회 안정을 위해 분립을 추진해 왔다. 계획성 있게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말하거나, 자기 이름으로 땅을 산 이유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없다. 개인 돈으로 개인 땅을 산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기에 여수은파교회의 분립 개척교회를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이 '분립 개척교회'는 고만호 목사의 아들 고요셉 목사를 위한 것이다. 전 여수은파교회 교역자 A는 2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목사님이 분립을 준비해 왔다. 목사님이 교회 평안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엄청 애를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인들 반대로 분립 개척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2021년 초) 제직회에 (분립 개척안을) 내놨는데 제직회에서 진행이 안 됐다. 그래서 목사님이 심사숙고하면서 분립 개척이 아닌 (여천은파)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자기 돈으로 자기 땅을 샀는데, 거기에 교회를 짓기 위해 여수은파교회 허락을 받는다는 것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보통 어떤 교회가 분립 개척을 할 때는 땅과 건물 등을 모두 교회 명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고만호 목사 말대로, 그가 소유한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 땅 2600여 평(8722㎡)은 농지가 맞고, 농지는 개인 명의로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소라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2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농지 전용 허가를 받으면 일반 법인도 취득이 가능한 땅"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농사가 아니라 분립 개척교회를 짓기 위해 이 땅을 구입했다면, 나중에 생길 분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용도 변경 후 교회 명의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다른 문제는 거액의 전별금을 은퇴 전에 미리 받았다는 고 목사의 주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수은파교회는 제직회나 공동의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안건을 공지해 왔다. 주로 △예·결산 심의 △부목사 청빙 △교회 내규 수정 △시행 세칙 공지 등이었다. 하지만 <뉴스앤조이>가 2016년부터 최근까지 발행된 여수은파교회 주보를 확인한 결과, 제직회나 공동의회 안건 중 고 목사 전별금 지급 건이 공지된 적은 없었다.

전별금 성격으로 돈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한 공동의회·제직회가 없었다면 교회 재산에 손실을 끼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또 20억 원에 대한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 고 목사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수억 원을 탈루한 셈이 된다. 간혹 이 과정에서 교회가 대신 세금을 내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대납한 금액에 대한 세금까지 물어야 한다.

여수은파교회를 거쳐 간 교인과 교역자는 재정 논의는 제직회와 공동의회가 아니라, 고 목사와 시무장로들이 참여하는 당회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019년까지 교회를 다닌 B는 2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땅은 교회 개척한다고 산 게 맞긴 하다. (재정 논의는) 보통 당회에서만 했지, 제직회에서 한 적이 별로 없다"면서 "그 교회는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 훈련이 잘된 건지 하나도 안 따진다"고 말했다. 그는 고 목사의 20억 원 전별금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도 했다.

여수은파교회 교역자를 지낸 C도 "(재정 논의는) 당회 장로 선에서 다 진행되는 일이다. 교회 재정 부분은 당회 장로들이 상의 후 결정·공표하는 식이라서 교인들은 물론 부교역자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여수은파교회 현 협동장로도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 터지고 (고만호 목사가) 땅 산 걸 알았다"고 말했다.

만약 고만호 목사가 은퇴 몇 년 전 전별금을 정산받았다고 해도, 이는 그 자체로 문제다. 아무리 대형 교회 설립자라지만 전별금으로 20억 원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고 목사는 사택비 마련 명목으로 5억 원을 지급받기까지 했다. 일부 목사에게 지급된 거액의 전별금이 세간에 알려져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받는 일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있었다.

고만호 목사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고만호 목사가 언제, 어떤 절차를 밟아 전별금 20억 원을 받았는지 확인하고자, 고 목사를 비롯한 여수은파교회 교인들에게 반복해서 연락을 취했다. 기자의 전화번호를 차단한 사람에게는 전화를 바꿔 가면서까지 연락하고 있지만, 고 목사와 교인들은 응하지 않고 있다. 시무장로들도 "해 줄 말이 없다", "그만 좀 교회를 괴롭히라"면서 전화를 끊을 뿐이었다. 

여수은파교회 출신 교인과 교역자는 고 목사가 전별금을 받았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들은 재정 논의는 당회에서 하기 때문에 일반 교인과 부교역자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수은파교회 출신 교인과 교역자는 고 목사가 전별금을 받았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들은 재정 논의는 당회에서 하기 때문에 일반 교인과 부교역자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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