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소라면 관기리에 있는 한 부지. 고만호 목사는 이곳에 분립 개척을 위해 20억 원을 주고 2600평 땅을 사들였다. 땅은 교회 돈으로 샀지만, 명의는 고만호 목사 앞으로 되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에 있는 한 부지. 고만호 목사는 이곳에 분립 개척을 위해 20억 원을 주고 2600평 땅을 사들였다. 땅은 교회 돈으로 샀지만, 명의는 고만호 목사 앞으로 되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전남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 일대에는 개발을 앞둔 부지 수천 평이 있다. 관기리에서 언덕만 넘어가면 소호동·학동·웅천동 등 시가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목이 좋은 곳은 평당 80~9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곳 관기리 일대에 최근 교단법을 어기고 부자 세습을 강행한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 개인 명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고 목사는 8722㎡(2638평)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목사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총 8회에 걸쳐 20억 원을 주고 땅을 사들였다. 등기부등본만 봤을 때는 고 목사 개인이 땅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땅 구매 자금은 여수은파교회가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은파교회 A 협동장로는 2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고만호 목사님이 분립 개척을 한다고 해서 그 땅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 제직회에서도 통과된 건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를 주고 땅을 샀는지 우리는 모른다. 땅과 관련한 것은 안OO 장로가 맡아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안 장로는 고만호 목사의 최측근으로, 과거 여수은파교회 건축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여수은파교회 교역자를 지낸 B도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분립 개척을 위해서 (땅을) 산 게 맞다. (고만호) 목사님이 막무가내로 한 게 아니라 당회, 제직회를 통과해 진행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분립 개척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교회가 분립 개척을 하기 위해 총 2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땅을 샀는데, 정작 소유주는 고만호 목사 개인 명의로 돼 있었다. 보통 교회가 부동산을 살 때는 만에 하나 있을 소유권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목사 개인이 아니라 교회 대표자 명의로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수은파교회 대표자 고만호'로 등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관기리 땅의 경우 '고만호' 개인 이름으로 돼 있다.

이는 여수은파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헌법에도 위배된다. 헌법 제97조 1항에는 "지교회의 부동산은 지교회의 소유로서 교회 명의로 등기하여야 하며, 노회(폐회 중에는 임원회)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개인 명의로 등기하지 못하고, 개인 명의로 등기한 지교회 소유의 부동산은 교회 명의로 변경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예장통합 여수노회(최종호 노회장) 소속 C 목사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 땅을 사서 교회를 짓고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명의는 교회 이름으로 해야 한다. '여수은파교회 대표자 고만호'로 하는 게 맞는데, 개인 이름으로 했다. 우리 교회도 땅을 살 때는 대표자 이름으로 한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교회가 담임목사 개인 이름으로 땅을 사야 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없다. (고 목사) 개인 이름으로 샀으니 세금도 나왔을 거고 이 역시 교회에서 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김수원 목사(서울동남노회 전 노회장)도 "보통 교회에서는 향후 목사가 (땅을) 착복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명의로 하지 않는다. 일반 교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제직회에서 통과됐다고 해도 목사 개인 소유로 돼 있으면 나중에 어떻게 교회 거라고 입증할 수 있겠나. 모든 교회 재산은 교회 공식 이름으로 하고 대표자를 명시해야 한다. 대표자 명의는 나중에 바꿀 수 있지만, 개인 이름으로 하면 바꾸기도 어렵다. 고만호 목사 사례는 교단법을 위반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고만호 목사는 이 땅에 예배당을 세워 '분립 개척'이라는 형식으로 아들 고요셉 목사에게 물려줄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기리 땅에 예배당을 세우는 대신, 소호동에 있는 2층짜리 교회 건물을 인수해 여천은파교회를 세우고 고요셉 목사를 담임으로 앉혔다. 여수노회 소속 D 목사는 "막상 (관기리에) 예배당을 지으려고 하니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작은 건물을 인수한 다음 아들 교회와 합병 세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만호 목사는 2015년 9월 여수 웅천동에 있는 부지 1500㎡(500평)를 5억 8700만 원에 산 적도 있다. 여수은파교회 A 협동장로와 전 교역자 B는 "교회가 목사님의 사택을 짓기 위해 산 땅"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는 지난해 12월 10일, 이 땅을 10억 678만 원에 팔았다. 

여수노회 소속 한 목사는, 고만호 목사가 부자 세습을 간소화하기 위해 관기리 부지에 예배당을 짓는 대신 소호동에 있는 교회 건물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수노회 소속 한 목사는, 고만호 목사가 부자 세습을 간소화하기 위해 관기리 부지에 예배당을 짓는 대신 소호동에 있는 교회 건물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입장 듣기 위해 교회 직접 찾아갔더니
"교회는 사유지"라며 부목사들이 막아서
아들 목사는 예배당 문 걸어 잠가

<뉴스앤조이>는 여수은파교회 세습을 인지한 시점부터 고만호·고요셉 부자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뉴스앤조이>는 고만호 목사에게 문자메시지로 △교회가 산 땅을 개인 명의로 등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세습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분립 개척 대신 여천은파교회를 세운 것인지 등을 물었으나, 그는 역시 응답하지 않았다.

기자는 1월 28일 여수은파교회를 직접 찾아갔지만 예배당 입구에서부터 저지당했다. 부목사들은 "지금 목사님 안 계신다", "공문 먼저 보내라"며 막아섰다. 한 부목사는 "교회는 사유지이니 들어올 수 없다"고도 했다.

1월 30일에는 아들 고요셉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천은파교회를 찾아갔다. 주일예배가 끝난 후 교인 10여 명이 밖으로 나왔다. 기자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고 목사 측은 예배당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옆문이 열렸다. 다가가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안에 있던 고 목사와 교인은 다시 문을 잠갔다.

여수은파교회가 불법 세습으로 교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책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고 목사 부자와 여수은파교회 시무장로들을 비롯해, 여수노회 노회장 최종호 목사(행복한교회), 부노회장 박종석 목사(세광교회), 서기 정남태 목사(주안교회) 등 주요 임원은 거듭되는 <뉴스앤조이> 인터뷰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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