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은파교회는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한 지 6개월 만에 합병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수은파교회는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한 지 6개월 만에 합병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여수은파교회(고만호 목사)가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세습'을 강행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초 보도 이후 일반 언론들까지 몇 년 전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세습과 비교하며 여수은파교회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수MBC는 1월 11일, 고만호 목사의 아들 고요셉 목사가 개척한 여천은파교회가 교인·예배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처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페이퍼 처치'라는 말이 일반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세습의 본질이 '특혜'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천은파교회가 페이퍼 처치였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천은파교회는 분립 개척 6개월 만에 여수은파교회와 합병했다. 이는 여천은파교회가 정상적인 교회가 아닌 그저 세습을 위한 '꼼수'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번 기사에서는 고만호-고요셉 부자 목사가 그간 어떻게 특혜를 주고받아 왔는지 살펴본다.

① 2021. 2. 5. 여수은파교회 고요셉 부목사 사임

고요셉 목사는 아버지 덕에 특혜를 누려 왔다. 그는 신학생 시절부터 줄곧 아버지가 담임하는 여수은파교회에서 전도사·부목사로 사역했다. 수년간 아버지 고만호 목사와 여수은파교회 주일예배 설교를 번갈아 담당해 왔다. 아버지 목사가 1, 3부를, 아들 목사가 2부를 맡는 식이었다. 고요셉 목사는 여수은파교회 안에서 '부담임목사'로 통했다. 이 때문에 여수은파교회 대다수 교인은 고요셉 목사가 아버지 목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수은파교회가 속한 예장통합은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부목사가 바로 위임목사가 될 수 없는 법을 만들어 시행해 오고 있다.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세습금지법이 폐지될 위기도 있었으나, 세습금지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만호 목사의 은퇴 시점이 다가왔다. 그러자 여수은파교회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꾀를 냈다.

고요셉 목사는 2021년 초 예장통합 여수노회(최종호 노회장)에 여수은파교회 부목사 사임서를 제출했다. 2월 5일 노회 임원회는 고 목사의 사임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는 서류상 사임에 불과했다. 고요셉 목사는 사임한 후에도 계속해서 여수은파교회 2부 예배 설교를 맡았다. 익명을 요청한 여수은파교회 출신 교역자는 "고요셉 목사는 사임하고도 여수은파교회 2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도 했다. 세상에 이런 사임도 있는가"라고 말했다.

② 2021. 6. 6. 여천은파교회 설립 예배

서류상으로 '무임목사'가 된 고요셉 목사는 두 달 뒤 노회 산하 시찰회를 통해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하겠다고 청원했다. 여수노회 실행위원회는 4월 27일 이를 허락해 줬다. 교회 설립 청원은 시찰회 소관인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당시 여천은파교회 설립을 청원한 여천동시찰회 '시찰장'이 아버지 고만호 목사였다는 점이다.

여수노회 소속 A 목사는 1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나중에 노회 회의록을 보고 이런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총회 세계선교부장, 노회장, 노회 정치부장 등을 역임한 중진 목사가 하위 직책에 해당하는 시찰장을 다시 맡는 경우는 관례상 없는 일이다. 게다가 고만호 목사는 지금까지 시찰회에 제대로 참석한 적도 없다. 아들 편의를 봐주기 위해 낮은 자리(?)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요셉 목사는 여수은파교회에서 차로 8분 거리 떨어진 곳에 여천은파교회를 세웠다. 기존에 다른 교회가 쓰던 2층짜리 작은 건물을 인수해 들어갔다. 여천은파교회는 지난해 6월 6일 여수노회 국내선교부 주관으로 설립 감사 예배를 드렸다. 같은 날 여수은파교회 주보에는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어서 여수노회의 허락을 받아 여천은파교회(담임:고요셉 목사)를 개척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소식이 실렸다.

분립 개척은 기본적으로 본교회에서 돈과 교인을 지원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생존률도 높다. 이런 기회는 '보통 목사'들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들 목사가 아버지 목사 교회에서 분립 개척을 하는 것 자체가 변칙 세습의 하나인 '지교회 세습'이다.

여천은파교회는 '페이버 처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 출처 예장통합 여수노회 홈페이지
여천은파교회는 '페이버 처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 출처 예장통합 여수노회 홈페이지

③ 2021. 12. 26. 여수은파·여천은파교회 합병, 고요셉 목사 청빙

여수은파교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어서' 세운 여천은파교회를 설립 6개월 만에 '합병'했다. 그리고 '교회 안정과 성장을 위하여' 고요셉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아직 노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수은파교회는 이와 상관없이 '개교회법'에 따라 합병·청빙이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고요셉 목사가 여수은파교회 부목사직을 사임하고 담임목사가 되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여수은파교회 출신 교역자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법을 피하기 위해 고만호 목사가 (아들 목사를) 사임시키고, 교회를 세워 주고, 6개월 만에 합병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여수노회 소속 B 목사는 "(고만호 목사가) 이렇게 무리수를 둬 가면서 세습할 줄은 몰랐다. 그래 놓고 '하나님 뜻인데 핍박한다'고 하고 있으니 같은 목사로서 부끄럽다. 본인은 동성애 옹호자 금지하는 총회법까지 만들어 놓고, 정작 총회가 정한 법을 어기고 있다.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다. 노회가 열리면 무조건 (세습)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은파교회 부자 세습 방식은 이미 여러 대형 교회가 시도했던 것이다. 교단법이나 세간의 비판을 피해 가려는 목적으로 아들 목사에게 분립 개척을 해 줬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두 교회를 합병하고 아들 목사를 본교회 담임으로 세우는 '변칙 세습'은 교단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가장 최근 사례는 명성교회다. 명성교회는 2014년 3월,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새노래명성교회를 분립 개척해 줬다. 김하나 목사는 불과 몇 개월 전 "세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지교회 세습'을 감행한 것이다. 3년 뒤 명성교회는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정하고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담임으로 청빙하기로 했다. 새노래명성교회 분립 개척은 세습을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었다. 교계 안팎의 반발로 새노래명성교회는 합병되지 않았지만, 김삼환-김하나 부자는 결국 세습을 이뤄 냈다.

왕성교회는 2003년 당시 담임목사였던 길자연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에게 과천왕성교회를 분립 개척해 줬다. 9년 뒤인 2012년 왕성교회는 과천왕성교회와의 합병 및 길요나 목사 청빙을 결의했다. 과천왕성교회는 처음에는 합병을 거절했으나, 왕성교회과 평양노회의 강행으로 합병을 받아들였다. 왕성교회가 속한 예장합동에는 세습금지법이 없어 길자연-길요나 부자 목사의 세습이 불법은 아니었지만, 당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에서 주요 교단 최초로 세습금지법을 제정하며 교회 세습의 문제점이 부각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습금지법을 시행 중인 감리회에서도 교회 합병을 통한 '변칙 세습'이 있었다. 인천 영복교회 이재현 목사는 아들 이정규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만수동산교회와 2017년 9월 합병하고, 이름을 영복비전교회로 변경했다. 원래 이정규 목사는 영복교회 부목사였는데, 교단이 세습금지법을 제정하자 이를 피해 가기 위해 2016년 장소와 이름만 있는 만수동산교회 담임으로 적을 옮겼다. 행정상 만수동산교회 담임목사일 뿐 실제 사역은 영복교회에서 했다. 이정규 목사는 "교인들이 나를 후임으로 원했다. 예배당 건축으로 빚이 많아 내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