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강남교회(최명우 목사)는 고 조용기 목사가 세운 여의도순복음교회 지교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하기 전 출석 교인 수 1만 명, 재적 교인 수 3만 명에 달했다. 조용기 목사는 자신의 제자 최명우 목사를 이 교회 담임으로 앉혔다. 최 목사는 조 목사의 '오중 복음과 삼중 축복'을 바탕으로 교회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인은 줄어들었고, 여기에 최 목사의 가짜 박사 학위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최근에는 최 목사의 사기 사건 연루 및 재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회가 시끄럽다. 장로회·안수집사회·권사회 등은 최 목사의 자진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한때 조용기 목사의 '1등 제자 교회'로 불렸던 순복음강남교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조용기 목사가 세운 순복음강남교회가 분쟁을 겪고 있다. 교인들은 최명우 담임목사의 재정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2월 13일 주일예배 시간 한 교인이 두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조용기 목사가 세운 순복음강남교회가 분쟁을 겪고 있다. 교인들은 최명우 담임목사의 재정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2월 13일 주일예배 시간 한 교인이 두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2020년 8월, 한 장애인이 서울 역삼동 순복음강남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내건 플래카드에는 "달콤한 언변과 미끼로 영세 서민들 유혹…빨리 돈 내놔라", "○○○ 집사 4억 3900만 원 갚아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대부 업체를 운영하는 순복음강남교회 A 집사에게 돈을 떼였다면서 한 달간 예배당 앞에서 시위했다.

이 시위를 기점으로 순복음강남교회 감사윤리분과위원회(감사윤리위)에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로 A 집사의 권유로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가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윤리위는 2021년 6~7월 진상 조사를 벌였고, 교회 안에 10여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을 파악했다. 감사윤리위원장 김 아무개 장로는 <뉴스앤조이>에 "실질적인 피해자는 더 많다. 개인 간에 일어난 거래이다 보니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는 분도 있더라. 우리가 파악하기로 피해 금액만 20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2021년 8월 최명우 목사에게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사안이 심각하니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고 한다. 김 장로는 "목사님이 '개인 간 거래이니 교회가 어쩔 수 없다', 'A 집사가 잘해서 갚으면 될 일이다', 'A 집사를 출교하면 성도 한 사람 잃는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도 목사님은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SBS는 2021년 9월 29일, 강남 대형 교회에서 수백억대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스 보도로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최명우 목사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최 목사는 2021년 10월 30일 서신에서 "(사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회 안팎에 충격을 준 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교회 차원에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문제 당사자(A 집사)도 이미 2020년도에 출교 처분을 하는 등 담임목사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결과도 지방회와 교단에 보고했다"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신에 담겨 있는 "문제 당사자를 2020년에 출교 처분했다"는 내용이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만 가중됐다. 복수의 교역자가 A 집사의 출교는 SBS 보도 이후 이뤄졌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한 교역자는 올해 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 이후 총무국장 등이 A 집사를 긴급하게 출교해야 하니 출교 요청서를 출력해 달라고 하더라. 나중에 출교 요청서를 보니 연도가 2021년 10월이 아니라 2020년 8월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 목사가 측근 총무국장 등을 동원해 A 집사의 출교 날짜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기하성 총회, 최명우 목사 '기소'
교인들은 지지파·반대파 나뉘어 갈등
최 목사, 총무국 사수하기 위해 용역 고용
"교회 재정 굳건히 하려 통장·카드 교체"

순복음강남교회 장로들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이영훈 대표총회장)에 최명우 목사의 '사기 사건 협력 및 방조 혐의', '사문서 위조 혐의' 등을 조사해 달라고 탄원했다. 기하성 기소위원회는 11월 5일,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며 최 목사를 교단 특별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동시에 최 목사의 치리권도 정지했다.

이후 순복음강남교회는 다른 분쟁 교회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교인들이 담임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다. 최 목사 측은 총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 엄진용 목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반대 측은 최 목사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맞섰다.

양측의 갈등은 최명우 목사가 경비 용역을 끌어들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최 목사는 올해 2월 2일부터 8일까지 경비 용역 10여 명을 교회로 불러들여 총무국 사무실을 봉쇄했다. 교회 중요 서류와 헌금 등의 분실을 방지하겠다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최 목사는 7일 직접 은행을 찾아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했다. 다음 날인 8일에도 교회 관련 서류를 가지고 은행을 갔다가 반대 측 교인들에게 발각돼 붙들려 나오기도 했다. 반대 측은 최 목사가 임의로 교회 재정을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명우 목사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경비를 세우고 교회 카드를 교체한 이유는 총무국의 불법 사용을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하성 총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과 관련해 "임시당회장은 인사권이 없다. 회원권이 정지된 장로들을 대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최명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돌아가면서 예배당을 지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명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돌아가면서 예배당을 지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명우 목사의 일방적 조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최 목사의 경비 용역 고용, 교회 통장·카드 교체 시도 등에 분개한 반대 교인 측은 10일부터 예배당에 상주하면서 최 목사의 자진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11일 순복음강남교회에서 만난 김덕환 장로회장은 "혹시라도 최명우 목사가 용역을 데리고 들어올까 봐 교인들이 번갈아 가면서 지키고 있다"면서 "최 목사는 총회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자숙해야 하는데, 인사권과 재정권을 휘두르면서 교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순복음강남교회 장로회를 포함해 원로장로회, 안수집사회, 남녀선교회, 교역자 그룹도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최명우 목사의 사임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날이 갈수록 반대하는 교인이 많아지다 보니, 최 목사는 교회에 발도 못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 목사는 13일 일요일, 교인들에게 설교 영상 링크를 보냈다. 그는 영상에서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한 것은 헌금을 빼돌리려는 게 아니라 교회 재정을 굳건히 하려는 것이다. 횡령, 사문서 위조는 유언비어다.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우 목사의 가짜 박사 학위 문제를 제기해 온 정규석 집사는 기자에게 "최 목사의 말은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교회에 용역을 불러들인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잠자코 지켜만 보던 교인들도 들고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권사는 "거짓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데 최 목사는 회개하지 않고 자기변명만 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교인들이 계속 떠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거짓말 그만하고 자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순복음강남교회 출석 교인 수는 1500~2000명대로 알려져 있다.

이날 최명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 수백 명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설교 영상을 보면서 예배를 했다. 최 목사와 지지 교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장로는 "우리 교인들의 입장은 하나다. 최명우 목사는 물러가고, 새로운 목사님을 세워서 교회를 교회답게 세워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 측 "우리는 전문직 많아 뭐가 옳고 그른지 알아
저쪽은 아쉬울 게 없고, 최 목사 몰아내고 장악하려 해"

<뉴스앤조이>는 이번 일과 관련해 최명우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최 목사는 문자메시지로 교회 대외 협력 담당 박 아무개 장로를 대신 만나 달라고 했다. 13일 기자와 만난 박 장로는 최 목사가 △교회 대표자로서 재정 사고 책임을 막기 위해 경비 용역을 세운 것이고 △사기 사건은 부풀려진 것으로 최 목사와 관련이 없고 △건강상 이유로 예배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장로는 경비 용역을 부른 것과 관련해 "최 목사는 (반대 측이) 통장을 빼 갈 것 같아서, 헌금이 없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니 경비를 세운 거다.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니다. 최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도 ⅔나 된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교인이 더 많은데 왜 용역을 부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지지자들은 좀 점잖다. (주로) 60~70대인데 고위 공무원도 있고, 의사도 있고, 전문직이 많다 보니 뭐가 옳고 그른지 아는 분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법보다 폭력이 앞서지 않나. 그렇다고 저쪽이 폭력과 주먹을 휘둘렀다는 건 아니다. 저쪽은 별로 아쉬울 게 없는 분들이다. 빨리 (최 목사를) 몰아내고 (교회를) 장악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로는 A 집사가 일으킨 사기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근거 없는 말도 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은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무혐의 종결은)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로의 주장과 관련해 반대 교인 측은 "그분은 우리 교회에 출석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최명우 목사가 데리고 온 사람이라 우리 교회와 교단을 잘 알지도 못한다. 자기들끼리는 협동장로라고 부르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 장로가 됐는지 아는 교인이 없다"고 말했다.(계속) 

최명우 목사는 "교회 재정을 굳건히 하기 위해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명우 목사는 "교회 재정을 굳건히 하기 위해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명우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2월 13일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 교인들은 최 목사의 설교를 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명우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2월 13일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 교인들은 최 목사의 설교를 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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