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강남교회(최명우 목사)는 고 조용기 목사가 세운 여의도순복음교회 지교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하기 전 출석 교인 수 1만 명, 재적 교인 수 3만 명에 달했다. 조용기 목사는 자신의 제자 최명우 목사를 이 교회 담임으로 앉혔다. 최 목사는 조 목사의 '오중 복음과 삼중 축복'을 바탕으로 교회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교인은 줄어들었고, 여기에 최 목사의 가짜 박사 학위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최근에는 최 목사의 사기 사건 연루 및 재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회가 시끄럽다. 장로회·안수집사회·권사회 등은 최 목사의 자진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한때 조용기 목사의 '1등 제자 교회'로 불렸던 순복음강남교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2020년 8월, 한 장애인이 서울 역삼동 순복음강남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내건 플래카드에는 "달콤한 언변과 미끼로 영세 서민들 유혹…빨리 돈 내놔라", "○○○ 집사 4억 3900만 원 갚아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대부 업체를 운영하는 순복음강남교회 A 집사에게 돈을 떼였다면서 한 달간 예배당 앞에서 시위했다.
이 시위를 기점으로 순복음강남교회 감사윤리분과위원회(감사윤리위)에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로 A 집사의 권유로 거액의 돈을 투자했다가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윤리위는 2021년 6~7월 진상 조사를 벌였고, 교회 안에 10여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을 파악했다. 감사윤리위원장 김 아무개 장로는 <뉴스앤조이>에 "실질적인 피해자는 더 많다. 개인 간에 일어난 거래이다 보니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는 분도 있더라. 우리가 파악하기로 피해 금액만 20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2021년 8월 최명우 목사에게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사안이 심각하니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고 한다. 김 장로는 "목사님이 '개인 간 거래이니 교회가 어쩔 수 없다', 'A 집사가 잘해서 갚으면 될 일이다', 'A 집사를 출교하면 성도 한 사람 잃는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는데도 목사님은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SBS는 2021년 9월 29일, 강남 대형 교회에서 수백억대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뉴스 보도로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최명우 목사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최 목사는 2021년 10월 30일 서신에서 "(사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회 안팎에 충격을 준 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교회 차원에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문제 당사자(A 집사)도 이미 2020년도에 출교 처분을 하는 등 담임목사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결과도 지방회와 교단에 보고했다"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신에 담겨 있는 "문제 당사자를 2020년에 출교 처분했다"는 내용이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만 가중됐다. 복수의 교역자가 A 집사의 출교는 SBS 보도 이후 이뤄졌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한 교역자는 올해 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 이후 총무국장 등이 A 집사를 긴급하게 출교해야 하니 출교 요청서를 출력해 달라고 하더라. 나중에 출교 요청서를 보니 연도가 2021년 10월이 아니라 2020년 8월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 목사가 측근 총무국장 등을 동원해 A 집사의 출교 날짜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기하성 총회, 최명우 목사 '기소' 교인들은 지지파·반대파 나뉘어 갈등 최 목사, 총무국 사수하기 위해 용역 고용 "교회 재정 굳건히 하려 통장·카드 교체" |
순복음강남교회 장로들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이영훈 대표총회장)에 최명우 목사의 '사기 사건 협력 및 방조 혐의', '사문서 위조 혐의' 등을 조사해 달라고 탄원했다. 기하성 기소위원회는 11월 5일,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며 최 목사를 교단 특별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동시에 최 목사의 치리권도 정지했다.
이후 순복음강남교회는 다른 분쟁 교회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교인들이 담임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다. 최 목사 측은 총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 엄진용 목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반대 측은 최 목사가 물러나야 한다면서 맞섰다.
양측의 갈등은 최명우 목사가 경비 용역을 끌어들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최 목사는 올해 2월 2일부터 8일까지 경비 용역 10여 명을 교회로 불러들여 총무국 사무실을 봉쇄했다. 교회 중요 서류와 헌금 등의 분실을 방지하겠다는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최 목사는 7일 직접 은행을 찾아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했다. 다음 날인 8일에도 교회 관련 서류를 가지고 은행을 갔다가 반대 측 교인들에게 발각돼 붙들려 나오기도 했다. 반대 측은 최 목사가 임의로 교회 재정을 사유화하려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명우 목사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경비를 세우고 교회 카드를 교체한 이유는 총무국의 불법 사용을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하성 총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과 관련해 "임시당회장은 인사권이 없다. 회원권이 정지된 장로들을 대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명우 목사의 일방적 조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최 목사의 경비 용역 고용, 교회 통장·카드 교체 시도 등에 분개한 반대 교인 측은 10일부터 예배당에 상주하면서 최 목사의 자진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11일 순복음강남교회에서 만난 김덕환 장로회장은 "혹시라도 최명우 목사가 용역을 데리고 들어올까 봐 교인들이 번갈아 가면서 지키고 있다"면서 "최 목사는 총회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자숙해야 하는데, 인사권과 재정권을 휘두르면서 교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순복음강남교회 장로회를 포함해 원로장로회, 안수집사회, 남녀선교회, 교역자 그룹도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최명우 목사의 사임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날이 갈수록 반대하는 교인이 많아지다 보니, 최 목사는 교회에 발도 못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 목사는 13일 일요일, 교인들에게 설교 영상 링크를 보냈다. 그는 영상에서 "교회 통장과 카드를 교체한 것은 헌금을 빼돌리려는 게 아니라 교회 재정을 굳건히 하려는 것이다. 횡령, 사문서 위조는 유언비어다. 시간이 흐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우 목사의 가짜 박사 학위 문제를 제기해 온 정규석 집사는 기자에게 "최 목사의 말은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교회에 용역을 불러들인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잠자코 지켜만 보던 교인들도 들고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권사는 "거짓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데 최 목사는 회개하지 않고 자기변명만 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교인들이 계속 떠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거짓말 그만하고 자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 순복음강남교회 출석 교인 수는 1500~2000명대로 알려져 있다.
이날 최명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 수백 명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설교 영상을 보면서 예배를 했다. 최 목사와 지지 교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장로는 "우리 교인들의 입장은 하나다. 최명우 목사는 물러가고, 새로운 목사님을 세워서 교회를 교회답게 세워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 측 "우리는 전문직 많아 뭐가 옳고 그른지 알아 저쪽은 아쉬울 게 없고, 최 목사 몰아내고 장악하려 해" |
<뉴스앤조이>는 이번 일과 관련해 최명우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최 목사는 문자메시지로 교회 대외 협력 담당 박 아무개 장로를 대신 만나 달라고 했다. 13일 기자와 만난 박 장로는 최 목사가 △교회 대표자로서 재정 사고 책임을 막기 위해 경비 용역을 세운 것이고 △사기 사건은 부풀려진 것으로 최 목사와 관련이 없고 △건강상 이유로 예배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장로는 경비 용역을 부른 것과 관련해 "최 목사는 (반대 측이) 통장을 빼 갈 것 같아서, 헌금이 없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니 경비를 세운 거다.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니다. 최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도 ⅔나 된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교인이 더 많은데 왜 용역을 부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지지자들은 좀 점잖다. (주로) 60~70대인데 고위 공무원도 있고, 의사도 있고, 전문직이 많다 보니 뭐가 옳고 그른지 아는 분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법보다 폭력이 앞서지 않나. 그렇다고 저쪽이 폭력과 주먹을 휘둘렀다는 건 아니다. 저쪽은 별로 아쉬울 게 없는 분들이다. 빨리 (최 목사를) 몰아내고 (교회를) 장악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로는 A 집사가 일으킨 사기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근거 없는 말도 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은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무혐의 종결은)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장로의 주장과 관련해 반대 교인 측은 "그분은 우리 교회에 출석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최명우 목사가 데리고 온 사람이라 우리 교회와 교단을 잘 알지도 못한다. 자기들끼리는 협동장로라고 부르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 장로가 됐는지 아는 교인이 없다"고 말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