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월 5일 혜화역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 현장에 방문했다. 교계는 이동권과 탈시설을 위해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이 확대되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월 5일 혜화역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 현장에 방문했다. 교계는 이동권과 탈시설을 위해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이 확대되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류영모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가 1월 5일 혜화역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서울 혜화역에서 투쟁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지지하면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및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예산 지원 등에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매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 이동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5일 기준 23일째를 맞았다. 12월 31일 국회에서 교통약자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한 걸음 진전을 이뤘지만, 저상 버스 도입 의무화에도 예외 규정을 뒀고, 정부가 의무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들어간 수정안이 통과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탈시설 지원 예산은 24억 원이 책정된 데 비해 '거주 시설 예산'은 259배에 달하는 6224억 원이 책정되는 등 탈시설 요구에 역행하는 예산안이 반영되기도 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 운동 단체는 혜화역 투쟁 이외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집과 정부청사 등지에서 기획재정부 규탄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로 열차 지연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3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투쟁 중인 장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동권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형숙 대표(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불편과 폭언을 감수하며 시위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끈길기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투쟁 중인 장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동권 보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형숙 대표(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불편과 폭언을 감수하며 시위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끈길기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는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위를 시작하며 사람들에게 '육갑 떠네', '집에 가만히 있지', '아침부터 나와서 이러니까 도와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다' 등 어마어마한 욕을 먹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아침에 나올 때 준비하는 시간이 2~3배 걸린다. 그래도 매일 8시에 나오는 것은 끈질기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할 수 없으니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노동을 할 수가 없다. (장애인에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누구나 장애를 입는다. 장애인의 90%가 후천적 장애다. 우리가 외치는 이유는 재수 없이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외친 결과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졌지만, 한 대밖에 없으니 서로 타려고 밀치는 상황이다"라며 열악한 이동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했다.

류영모 목사(왼쪽 두 번째)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만나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왼쪽 두 번째)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만나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와 공동회장 고명진 목사(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김기남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총회장), 이상문 목사(예수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교회협 이홍정 총무와 정광서 목사(교회협 장애인소위원회) 등도 현장에 참석했다.

현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류영모 목사는 "이제야 와서 대단히 죄송하다. 예수님은 언제나 아파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셨고, 언제나 장애인들의 친구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하나님나라고, 전장연 식구들의 애끓는 아우성은 우리의 목소리다. 출근길에 불편을 끼친다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내 가족과 자식들이라면 여러분들은 어찌하겠느냐"고 말했다.

류 목사는 "여러분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이 일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 한교총과 교회협이 함께하겠다. 이후에도 당국자들과 위정자들을 찾아 면담하고 여러분들의 아픔과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홍정 총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힘써 오신 전장연의 희생과 헌신에 깊이 공감하고 연대한다. 장애인을 특별한 시공간에 격리하고 수용해서 관리하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일상의 삶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공유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요소"라면서 "한국교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의 신앙 의식을 깨우고 교회의 장애인 시설도 당사자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교총과 교회협은 활동가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즉각 제정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 버스 100% 도입 및 도시 철도역사에 엘리베이터 1대 이상 설치 △장애인 자립 생활을 위한 지원 제도와 예산 마련 △서울교통공사 부당 손해배상 청구 취하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 등 단체들은 23일째 매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이동권 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전장연 등 단체들은 23일째 매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이동권 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다음은 성명서 전문.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

한국교회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이동권과 자립 생활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음을 목도하면서 국회와 정부, 지자체를 향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장애인과 여성, 이주 노동자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많은 정책과 법률을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약자들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당국에서는 2022년까지 모든 도시 철도역사에 1동선 1엘리베이터 설치, 2025년까지 저상 버스 100% 도입 등의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이 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도시 철도 차량과 승강장 사이의 단차가 차별이라는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승소를 판결하자 재판비용 등 3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한국교회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이들의 외침과 함께하며, 아래와 같이 관계 당국의 의미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첫째, 장애인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즉각 제정하라.

둘째,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저상 버스 100% 도입하고 모든 도시 철도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대 이상 설치하라.

셋째,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한 지원 제도와 예산을 마련하라.

넷째, 서울교통공사는 부당한 손해배상 청구를 즉각 취하하라.

2022년 1월 5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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