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 장애인 사역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장애인 인권 운동 역사를 소개하며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해 다룹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 중에는 기독교인 또는 교회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장애인을 돕는 것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받아들여 평생을 헌신한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인권 단체는 장애인 거주 시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을 놓고 교계와 장애 당사자 입장이 엇갈려 보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기자 주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익 옹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행동해야 할 시설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피해를 본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 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기장복지재단(김옥진 대표이사) 관계자들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지난해 5월 23일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산하 기관 장애인 거주 시설 '평화의집'에서 일어난 학대 사건에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고,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2016년 5월, 평화의집 사회복지사들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27차례 장애인을 폭행하거나 학대해 온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남원시는 평화의집 폐쇄를 결정하고, 시설장을 교체했다. 폭행 혐의로 구속된 사회복지사 2명은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3년형을 받았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13년 인강원, 2014년 인천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 2015년 마리스타의집, 2016년 평화의집·대구시립희망원 등에서 폭행, 감금, 강제 노역 등 각종 피해 사례가 드러났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장애인 거주 시설 857개를 조사한 결과 91개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 120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인권 단체도 수년째 시설 폐지와 자립 생활 지원 정책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거주 시설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시설 내 수직적인 관계, 틀에 매인 규칙과 시간 통제, 자기 결정권·소유권 부재가 폭력과 학대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인권 단체는 정부에 탈시설 정책 및 자립 생활 지원 정책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애인 사역에 헌신한 사람들
"탈시설은 이론상 맞는 얘기,
하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장애인 인권 단체가 시설 폐지를 외치는 반면, 장애인 거주 시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보건 복지 통계 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 시설(수용인) 수는 2013년 1,397개(3만 1,152명), 2014년 1,457개(3만 1,406명), 2015년 1,484개(3만 1,222명)로 지난 3년간 계속 증가했다.

기독교인과 교회도 장애인 선교를 위해 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한다. 1986년 조직된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한장선·윤형영 회장) 106개 회원 단체에서 40여 곳이 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교단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도 장애인 거주 시설을 산하에 두고 있다. 한기장복지재단에는 산하 기관이 113개 있는데 이 중 장애인 거주 시설이 4개다.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산하 기관 91개 중 장애인 거주 시설 3개가 있다.

전체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기독교인이나 교회가 운영하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계윤 목사(인천보라매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는 어느 종교가 운영 주체인지 파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장애인 거주 시설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과거 고아나 과부, 가난한 자, 장애인 등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도왔다. 먹을 것을 나눠 주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었다. 오늘날 한국교회 장애인 사역의 효시는 외국인 선교사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로 알려져 있다. 홀은 1989년 시각장애인 소녀 오복례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시각장애인 학교를 세우는 등 특수교육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장애인 전문 사역을 펼치는 선교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베데스다선교회, 밀알선교단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장애인 인식 개선, 계몽 사업, 수화 및 점자 교육에 몰두했다.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도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장애인 인권 단체는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리며 살기를 원한다.

장애인 거주 시설 내의 인권침해가 해마다 드러나고 있지만, 모든 시설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기자가 직접 만난 원장들은 장애인과 함께하며 사는 삶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수용인을 가족처럼 여기며 재산과 삶을 다 바친 이들이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장애인 거주 시설 A에는 중증 장애인 25명이 살고 있다. 이 아무개 원장은 33년 전 아들을 낳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살려 줬다고 생각하고 여생을 다른 이를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17년 전부터 장애인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수용인들은 대다수가 오갈 데 없는 이들이다. 이들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시설 운영비에 다 쏟아부었다. 힘들 때마다 나를 버티게 해 준 건 신앙이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장애인 거주 시설 B의 김 아무개 원장도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는 20년째 중·경증 장애인 26명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전도를 하기 위해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만났다. 정기적으로 찾아가 안부를 묻고 생필품을 나눠 줬다. 그러다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가족도 연고도 없는 장애인 10명이 터전을 잃어버렸다. 김 원장은 구리에 건물 한 채를 구입해 이들과 같이 살기 시작했다.

두 원장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수용인이 연고가 없거나 가족에게 버림받는 이들이기 때문에, 시설 없이는 혼자서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A 시설은 전체 수용인 중 8명이 무의탁 장애인이다. 한 지적장애인은 12세 때 버려져 여러 시설을 전전하다 현재 A에서 살고 있다. 다른 이들도 시설에 오게 된 경위는 비슷하다.

가족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닌 경우도 있다. 중증 장애가 있는 ㄱ 씨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자 조부모 밑에서 컸다. 조부모는 ㄱ 씨가 자라면서 몸도 커지고 힘도 세지자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손자를 시설에 보냈는데, 그 뒤로 연락 한 번 하지 않는다. 한 수용인 아들은 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고 3년째 생활비를 보내지 않고 연락도 안 하더니, 끝내 어머니 임종도 지키지 않았다. 이 원장이 말했다.

"이들이 혼자서도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입소 초기에는 아침마다 침대가 난리가 아니었다. 어떤 친구는 나중에 청소나 빨래도 혼자 할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탈시설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혼자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 원장은 수용인 열에 아홉은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그는 "자립을 원하는 이들이 있으면 내보내기도 한다. 현재 수용인 4명이 그룹홈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경증 장애인이다. 중증 장애인은 자립 생활이 어렵다고 본다. 이론상 탈시설이 맞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론이다"고 했다.

거주 시설 폐지만으로는 한계 
자립 지원 정책과 예산 확충 필요
교회, 인적·물적 자원 쏟아야

두 원장의 이야기처럼 장애인 거주 시설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치다. 지난해 평화의집 폐쇄를 결정한 남원시는 올해 7월 폐쇄 방침을 철회했다. 시설 문을 닫으면 수용인이 갈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장애인 거주 시설은 모두 포화 상태다. 현재 수용인 23명 중 4명만이 남원시가 마련한 아파트에서 자립 생활을 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 거주 시설을 폐지해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탈시설은 어렵다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 시설 운영 지원은 장애인 관련 3대 사업 중 하나다.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장애인 거주 시설 운영 지원은 4,551억 원으로, 장애인 연금 및 장애 수당 예산이 약 6,831억 원,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이 약 5,165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증가율(4.1%)은 3대 사업 중 가장 높다.

반면, 탈시설 및 자립 생활 지원 정책과 관련 있는 중증 장애인 자립 생활 지원 예산(50억 원)과 중증 장애인 직업 재활 예산(182억 원)은 전년 대비 각각 5%, 1.5% 줄었다. 장애인 인권 단체는 점진적으로 장애인 거주 시설 지원 예산을 줄이고 자립 생활 지원 예산은 늘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인권 단체가 자립 생활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장애인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운영하는 이의 사명과 헌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거주 시설을 확충하는 것보다 장애인이 자립하는 데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신학>(한국장로교출판사) 공저자 김옥순 교수(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는 "오늘날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장애인을 격리시키는 것은 그들을 더욱 더 사회 주변부로 몰아갈 수 있다. 복지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사회에서 격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들을 도움을 주는 객체가 아닌 함께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주체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해 온 정중규 위원장(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장애인 복지 추세가 사회 통합과 자립 생활을 지향하고 있는데도, 아직 한국 장애인 복지는 거주 시설 중심이고 장애인 복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시설에 쏟고 있다. 교회는 시설 위주의 장애인 사업을 지양해야 한다. 장애인들의 권리 즉, 자기 결정권과 자기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장애인 복지에 교회가 기여한 바는 지대하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는 주체가 아니라 수혜자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교회가 장애인과 연대해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물적·인적 자원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이사 이만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도 교회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자립 생활 지원 센터나 주간 보호소, 특수 학교가 지역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교회가 예배당을 지역 장애인에게 내놓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장애인에게 예배당을 내놓기만 해도 큰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과거 한국교회는 연고가 없고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밥과 잠자리, 교육을 제공했다. 앞서 소개한 두 시설장 역시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전과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고용·교육 보장을 외치던 장애인은 시간이 지나 이동권·참정권 등 인권을 요구했다.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교회가 지향해야 할 장애인 사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시민계·학계·교계 등에서 장애인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독교인이 바라는 교회 모습과 역할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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