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진눈깨비가 내린 12월 14일. 최저기온은 영하 7도를 기록했다. 올겨울 들어 최저온도다. 버스를 타고 불광역에 내려 서울혁신파크를 향해 걸었다. 초입에 천막 두 동이 보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박경석 상임대표) 임시 사무실이다. 이들이 길거리 생활을 한 지 49일째다(12월 14일 기준).

바람이 불자 천막은 휘청거렸다. 임시 사무실 환경은 좋지 않았다. 환기가 안 돼 목은 텁텁했고, 조잡하게 설치된 전등 탓에 눈은 금방 피로해졌다. 얼마 전 강풍으로 모니터가 파손되기도 했다.

전장연이 임시 사무실을 설치한 곳은 서울혁신파크 관할이다. 서울혁신파크는 전장연이 천막을 친 다음 날 "빠른 시일 내에 철거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혁신파크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전장연 정다운 기획실장은 "아직까지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계속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혁신파크에 정식으로 입주하거나 다른 사무 공간을 마련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2007년 9월 출범했다. 900여 개인·단체 회원이 가입해 있다.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은 평균 800만 원 정도. 상임 활동가 7명의 임금과 운영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매달 적자만 200~300만 원씩 발생한다.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데 경제 악화로 수익마저 줄어 경영난이 더 심각해졌다. 결국, 사무실을 비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경영난으로 사무실을 비우고 천막 사무실을 차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거리 생활이 처음은 아니다. 전장연은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1,576일째 농성 중에 있다. 40여 개 장애인 인권 단체가 함께한다. 활동가들은 순번을 정해 농성장을 24시간 내내 지킨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때는 2012년 8월 21일. 당시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국내 장애인의 장애 정도를 의학적 기준에 따라 6등급으로 구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애인에게 등급을 부여해 낙인을 찍는다는 점과 의학적 기준으로 구분한 장애 등급만으로는 다양한 서비스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했다.

부양의무제는 수급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이 의무적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제도이다. 부양의무제는 이론상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애인 빈곤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 장애인 고용 정책 부재 등으로 장애인이 자립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그 부담을 오로지 가족에게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전장연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고속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들이 거주 시설을 의지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립생활권도 촉구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말했다. "사람답게 살게 해 달라."

광화문역 지하도에서는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5년 째 농성 중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 개인·단체 후원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각종 실태 조사, 정책 연구 사업, 지역 조직 사업, 각종 토론회 및 공청회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후원자를 모집한다.

후원: 국민은행 009901-04-017158(예금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의: 02-739-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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