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 예배가 4월 15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 예배가 4월 15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저희 아이들을 보낸 지 벌써 7년입니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윤희 엄마 김순길 씨(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가 말했다. 7년 동안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 왔다. 시간은 흘렀지만, 변화는 오지 않았다. 해경은 지난 4월 11일 선상 추모식을 위해 목포에 내려간 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외면한 현장 지휘선 3009함을 내놓았다. 윤희 엄마는 반성하지 않는 해경의 태도에 아프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 예배가 4월 15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예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예배 담당자들만 참여하고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바람 부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몇몇도 예배당에 자리했다. 예배당 곳곳에는 노란 국화와 초, '다시, 세월호'라는 팻말이 놓였다. 현장에는 예배를 주관한 세월호참사를기억하며연대하는그리스도인을 포함해 60여 명이 모였다. 온라인에서는 150여 명이 실시간으로 참석했다.

세월호 가족과 연대해 온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가 노래로 예배를 열었다. 노란 영대를 걸친 위원들은 지난 7년을 기억하며 제단 위에 놓인 7개의 초에 불을 붙였다. 초에 불을 밝히는 동안, 떼제 노래 '주여 주 예수여(Jesus remember me)'가 울려 퍼졌다.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매월 첫째 주 일요일 '4·16 생명 안전 공원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은 4·16 중창단으로 예배에 참여했다. 마스크를 쓰고 강단에 오른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 지성 엄마 안명미 씨, 시찬 엄마 오순이 씨, 순영 엄마 정순덕 씨, 창현 엄마 최순화 씨, 임재옥·조미선 집사는 아이들을 기억하며 노래했다.

세월호 가족·연대인으로 구성된 4·16중창단이 7년 전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 노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가족·연대인으로 구성된 4·16중창단이 7년 전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 노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선원, 일반인, 교사, 단원고 2학년 아이들 등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이름도 한 명 한 명 불렀다. 호명하던 예배위원들은 감정이 북받쳐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고 좌중에서도 연신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중보 기도 순서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상 규명 촉구 릴레이 단식에 참여한 그리스도인들이 현장에서 녹음한 기도가 전해졌다. 3월 20일 단식에 참여한 한백교회 심영민 씨는 "기도를 드리는 마음이 기쁘고 설레야 하는데 참담한 마음과 애끓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있다. 그날의 검푸른 바다, 해맑았던 아이들, 비겁했던 어른들이 생각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3월 26일 단식에 참석한 숭실대 기독교학과 '함께했나'도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수없는 기대와 좌절의 반복으로 긴 시간 지치고 다쳤을 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봐 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설교는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가 맡았다. 김 목사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원점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시대 골고다 사건, 생명의 꽃봉오리가 꺾이고 기쁨의 원천이 말라 버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의 '빈 무덤'이며, 그 빈 무덤에서 부활의 진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의 '빈 무덤'이며, 그 빈 무덤에서 부활의 진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부활은 종교의 해묵은 주장에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부활은 진실을 위한 수난의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손에 역사가 쥐여 주는 약속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성공과 승리의 약속은 아닙니다. 부활의 약속이 주는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부활절 아침에 있던 침묵과 초라함과 두려움을 봐야 합니다. 빈 무덤은 고요했고 제자들은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고요한 부활절 아침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은 오직 말 없는 빈 무덤뿐이었습니다. 부활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침묵의 무게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보지 못하면 천사의 모습도 환상이요, 심지어 예수조차 유령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약속은 어디에 있습니까. 말이 없는 녹슨 배. 별이 된 사람들. 세월호가 우리 역사의 빈 무덤입니다. 그 빈 무덤에서 부활의 진실, 부활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보는 것이 오늘 우리의 부활입니다. (중략) 우리는 어디에서 참사 7년 이후를 살아갈 약속과 응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믿음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믿음의 사람들, 그들의 심장과 발걸음에 하나님의 응답이 새겨지고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서 그 부활의 시대를 걸어갑시다."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내일이면 7주기다. '기억·약속·책임' 그렇게 우리가 외쳤던 다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언제나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곁에서 든든한 벗이 되어 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스도인들이 있어 가족들이 지치지 않고 다시 신발끈을 묶고 달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 진상 규명, 약속 이행,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노숙 기도와 행동을 직접 실천해 주신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그리스도인들이 계속 함께해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4·16가족협의회 김순길 처장은 "가족들은 우리만의 아픔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적 참사와 재난으로 피해 입은 사람과 연대하고 있다.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 청소년이 마음껏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게 끝까지 움직일 것이다. 오늘 세월호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미안하다,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말한 것처럼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억, 책임, 약속 그리고 응답. 세월호 가족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계속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억, 책임, 약속 그리고 응답. 세월호 가족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계속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는 계속된다. 4월 16일 오후 3시에는 안산 화랑 유원지에서 세월호 7주기 기억식이 열린다. 4시 30분에는 4·16 생명 안전 공원 선포식이 진행된다. 국제 설계 공모 중인 4·16 생명 안전 공원은 지난 4월 5일 본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이 선정됐다. 당선작은 6월 30일 발표되며, 7월 중 설계 용역을 계약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은 10주기 내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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