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이 2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이 2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사순절 집중 행동의 일환인 '그리스도인 목요 기도회'가 2월 25일 저녁 7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렸다. 세월호 가족 및 그리스도인 15명은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도회에 임했다.

이날 기도 순서를 맡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현아 집행위원은 "하나님도 아들을 잃어 보셨잖아요"라고 기도했던 어느 세월호 가족의 기도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 비통한 심정으로 서 있는 당신의 사람들을 도와 달라.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외쳐 왔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주님께서 우리 소리를 들어 달라. 이곳에 모인 사람을 신원하고 이 땅에 정의를 세워 달라. (집중 행동 기간)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분명해지는 부활의 의미를 계속 되새기며 이 자리에 함께 서겠다"고 기도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창현 엄마 최순화 씨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는 제단 위에 놓인 노란 리본 십자가를 보며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예수님께 떠넘기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우리는 왜 이리 무능한가' 하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을 가장 우선시해 온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느 곳에서든 싸움을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나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규명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오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모두를 위한 마스크 착용'에 빗대며, 이는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 않나. 세월호 진상 규명도 마찬가지다.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일이다.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면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연대해 온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감사를 전하면서, 앞으로도 기도하며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독인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도 잊지 않고 청와대 앞 이 자리에 와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예배하고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설교 본문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다룬 마태복음 14장 19~21절 말씀이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련) 상임대표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가 '우리가 아는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수천 명의 배고픈 민중 앞에서 제자들은 사람들을 마을로 보내 빵을 사 먹도록 하자고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말고 제자들이 가진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라고 말씀하셨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오병이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적다고 여기지 않고 내놓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적,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기적, 우리에게 정말 의미가 있는 기적, 그러므로 우리를 위한 기적을 말해 준다. 각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자기 몫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것, 비록 미약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미약하지 않게 여기는 믿음으로 나눔과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 세월호 진상 규명이라는 큰일을 이뤄 내는 우리를 위한 기적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가난한 이들, 슬퍼하는 이들, 억압받고 빼앗기고 억울하게 갇힌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참사 7주기 전까지 정부가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 주님의 정의가 드러나게 해 달라고 했다.

사순절 집중 행동 그리스도인 목요 기도회는 매주 목요일 열린다. 3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교회·단체별로 신청을 받아 매일 릴레이 단식기도도 진행한다. 기사련 집행위원장 전남병 목사(선한이웃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끝까지 잊지 않고 진상 규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도하는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 뉴스앤조이 여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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