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 자유주의신학의 재구성에서 포스트모던 해체까지> / 로저 올슨 지음 / 김의식 옮김 / IVP 펴냄 / 968쪽 / 4만 5000원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 자유주의신학의 재구성에서 포스트모던 해체까지> / 로저 올슨 지음 / 김의식 옮김 / IVP 펴냄 / 968쪽 / 4만 5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이 책은 진정한 의미에서 교과서다. 이름은 익히 들어 왔지만 사실 잘 모르거나 파편적 지식만으로 어쭙잖게 아는 척해야 했던 현대 신학자들, 이제는 이 책과 더불어 제대로 살펴볼 때가 됐다. 스탠리 그렌츠(Stanley J. Grenz, 1950~2005)와 함께 <20세기 신학>(IVP)을 저술했던 로저 올슨이 출간한 개정판 <the Journey of Modern Theology>(2012)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계몽주의 이래로 피할 수 없는 현대성(modrenity)의 도전에 직면한 모든 신학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적응·회피·돌파를 시도하며 자신의 사상을 개진해 나갔다. 저자는 책의 부제처럼 '자유주의신학의 재구성에서 포스트모던 해체까지' 350여 년에 걸친 현대 신학의 여정을 안내하며, 각 시대·상황·방법론을 대표하는 현대 신학자들의 생애·사상·의의를 탐구한다. 총 12장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현대 신학 개론서에서 흔히 간과된, 하지만 한국 주류 신학의 모체인 보수주의·복음주의신학의 대응(적절했는지는 독자의 판단이다)을 다루고, 가톨릭 사상가들과 비교적 최근 부상한 탈자유주의신학자들까지도 망라한다. 각 신학자들의 저술에서 가져온 풍성한 인용구에 저자의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탄탄한 개론적 지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의 결론부에서 신학의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헛수고라고 단언한다(952쪽). 신학은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독자라면, 질문에 앞서 현대성과 씨름해 온 거인들의 어깨 위에 발부터 디뎌 봐야 할 것이다.

"슐라이어마허의 신학적 방법은 신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불리는데, 권위적 계시가 아니라 인간 경험을 신학적 기획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학을 인간의 하나님 경험에 대한 숙고라고 봄으로써, 경직된 교조주의적 특징을 지닌 전통적 정통 신앙과 개성 없는 자연종교인 이신론의 함정을 피하려 했다. 그래서 그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며 인간이라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여긴 종교적 경험은 신학적 숙고의 참된 원천이 되었다. 계시의 무시간적 진리들이라는, 그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종교적 경험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2장 '자유주의신학들이 현대성에 비추어 기독교를 재구성하다', 181쪽)

"본회퍼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에 따르면, 성인이 된 세상이라는 상황은 '성경적 어휘를 비종교적으로 해석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교회 안에 널리 퍼진 잘못된 신학적 개념들이 하나님을 '우리의 삶 한가운데 있는 초월'로 보는 이해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것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성인이 된 동시대의 세상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세상에서 약하고 힘없는 존재로, '자신이 세상 밖으로 밀려나서 십자가에 달리도록 허락하는' 존재로 보아야 한다. 오직 이런 방식으로만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를 도울 수 있다." (7장 '디트리히 본회퍼와 급진 신학자들이 종교 없는 기독교를 구상하다', 574~5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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