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에 가면> /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지음 / 이학영 옮김 / 학영 펴냄 / 244쪽 / 1만 3000원
<로마서에 가면> /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지음 / 이학영 옮김 / 학영 펴냄 / 244쪽 / 1만 3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도서출판 학영이 내놓은 두 번째 책. 세계적인 성서학회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회장을 역임하고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20년 넘게 가르쳐 온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명예교수가 쓴 로마서 입문서다. 저자는 독자들이 죄·구원·성화 등 교리 개념에 대한 집착으로 쉽게 놓치는 로마서의 '우주적 지평'(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와 죽음의 권세로부터 '모두'를 해방하는 하나님의 '바로 잡으심')을 강조하며 바울의 편지를 찬찬히 살핀다. 본문에서 편협한 교리적 해답을 도출한 후 곧바로 윤리적 규범으로 건너뛰고자 하는 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윤리(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의 유일한 토대로서 '예배'의 지위를 복권한다. "로마서에 가면" △지평을 살펴보세요 △아브라함을 떠올려 보세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세요 △서로를 받아들이세요 등 4개 장으로 구성돼, 로마서가 담고 있는 복음의 광대한 의미를 탐구한다. 학계에서 논쟁돼 온 '하나님의 의', '피스티스 크리스투'의 의미, '9장~11장의 위치' 등에 관한 저자의 창조적 해석과 함께 최근 바울 연구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2020년 영국 국립아카데미가 성서학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낸 사람에게 수여하는 '버킷 메달'(Burkitt Medal)을 수상했다.

"제가 생각하기로 이처럼 (회개와 용서에 대해) 눈에 띄는 침묵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울이 인간의 문제를 각 가앤의 회개나 용서의 차원보다 더 큰 맥락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마서 6장의 노예와 관련된 용어를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노예는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 회개할 수도 없고, 용서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노예는 오직 해방될 수만 있을 뿐이며, 이것이 곧 바울이 사용한 용어입니다. 바울에게 구원은 단지 죄(sin)에 대해 용서받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에게 구원은 죄(Sin)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1장 '로마서에 가면 지평을 살펴보세요', 92~93쪽)

"다르게 말하자면, 바울에게 있어 예배와 (인간의) 행동의 관계는 명확합니다. 예배를 그만두는 것 - 바울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지도 않고 감사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것을 가리킵니다 - 은 왜곡된 수많은 행동들의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비록 따로 서술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당연한 귀결은 곧, '하나님을 마땅히 찬송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을 위한 조건 - 사실상 유일하게 가능한 조건 - 이다'라는 것입니다.'" (3장 '로마서에 가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세요',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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