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 청년 10명 중 4명은 성경 말씀대로 살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만 19~39세 개신교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사회 인식 및 교회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1월 27일 발표했다.

주최 측은 실천신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 한국교회가 청년 세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색했다. 이날 발제는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와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이 맡았다. 이번 조사는 2020년 12월 30일부터 1월 5일까지 조사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다.

설문 응답자는 성별, 나이, 교회 출석 유무(출석 및 가나안 교인), 본인 경제 수준(상·중·하), 신앙 단계(기독교 입문층, 그리스도 인지층, 그리스도 친밀층, 그리스도 중심층) 등으로 분류했다. <뉴스앤조이>는 1월 27일 발표한 '기독 청년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세미나'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 조사에서, 청년들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라는 데 92.3%가 동의했다. '더 높은 계층으로 상승하는 게 어렵다'는 응답은 86.4%, '착한 사람이 손해 본다'는 응답도 84.7%로 나타나는 등 비관적 인식 비율이 높았다.

사회가 불평등하고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응답 비율은 경제력·신앙심이 낮을수록 높았다. 경제 수준이 낮은 응답자들은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라는 데 93.3%가 동의했다. 반면 경제력 수준이 높다는 응답자들은 8% 낮은 85.4%가 동의했다. 신앙 단계별로 보면, 같은 문항에 기독교 입문층은 93.4%가 동의한 반면, 그리스도 중심층 응답자들은 86.8%만 동의했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스스로 평가하는 문항에는 '우리 세대는 부모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응답이 79%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능력 면에서 기성세대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성차별 인식은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이 57.1%,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응답이 24.3%로 나타났다. 남성은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데 48.6%가 동의한 반면, 여성은 '여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데 85.8%가 동의해 남녀 간 뚜렷한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 사회 미래를 묻는 문항에는 희망이 없다는 응답이 32.6%, 희망적이라는 응답이 56.6%로 나타났다. 이 문항 역시 신앙 단계가 '중심층'에 가까워질수록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리스도 중심층에서는 64.5%가 희망이 있다고 응답해, 평균치보다 10%가량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이 꼽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양극화(36.9%), 일자리·취업(34.3%), 부동산 문제(28.7%)였다. 저출산·고령화(24.6%), 환경·기후(16.6%), 고용 안정성(14.4%), 정치 갈등(11.7%), 이념 갈등(10%), 성평등(6%), 남북 관계(2.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살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 청년이 40.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 별로 없다'는 응답도 61.7%나 됐다.

경제 수준별로 이 문항을 다시 보면, 경제 수준이 높은 청년들은 '성경 말씀을 지키고 살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질문에 19.5%만 동의했다. 이는 경제 수준이 중(41.5% 동의), 하(41.9% 동의)인 청년들과 두 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신앙 정도별로 봐도, 같은 질문에 기독교 입문층은 47.5%가 '성공할 수 없다'고 보았지만, 그리스도 중심층은 22.4%만이 동의했다.

정재영 교수는 "신앙심 깊은 청년들의 낙관적 전망은, '신앙의 힘'이 삶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한편으로는 교회 내에서 부정·비판보다는 은혜와 덕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자는 문화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제력이 낮은 청년일수록 신앙을 삶에서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신앙생활을 착실하게 하기 어렵다. 교회가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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