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이정은 씨(가명)는 아들 명수 씨(가명)를 최근 9년간 한 번밖에 못 만났다. 먼 나라로 유학을 떠난 것도,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것도 아니다. 고신대학교 신학생이던 아들은 부산 ㅇ교회 출석한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학교도 그만두고 교회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이 씨는 "이전에 내가 알던 아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신앙심이 깊어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들의 행동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씨는 1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집에 한번 들르라고 하면 '목사님에게 허락받아야 한다'면서 오지 않았다. 사촌 동생이 죽었는데 장례식에도 안 왔다. 처음에 오겠다고 했는데 나중엔 온갖 이유를 들면서 못 온다고 하더라. 친척들이 대체 무슨 교회에 다니는데 동생이 죽어도 안 오냐며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ㅇ교회 다니는 아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부모는 또 있다. 민영식·이선희 집사(가명) 부부는 ㅇ교회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떤다. 아들 창민 씨(가명)도 명수 씨처럼 고신대 신학과에 입학한 후 ㅇ교회를 다녔다. 그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ㅇ교회에 빠져 살았다.

부부도 아들 권유로 한때 ㅇ교회에 출석했다. 김 아무개 목사는 죄와 회개를 이야기하며 다른 교회에는 구원이 없다고 설교했다. 확신에 찬 김 목사의 말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설교와 삶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교회에서 나왔다. 3년 정도 출석하던 부부는 교회를 떠나면서 더는 아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가끔 문자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직접 얼굴을 보는 일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부부는 ㅇ교회를 비판하고 싶어도 이를 들은 아들이 연락을 끊고 잠적할까 두려워 지금까지 숨죽이고 살았다.

ㅇ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는 한 곳이다. 대로 쪽으로 나 있는 이 문은 잠겨 있다. 건물 뒤로 돌아가야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ㅇ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는 한 곳이다. 대로 쪽으로 나 있는 이 문은 잠겨 있다. 건물 뒤로 돌아가야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민 씨는 12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들을 찾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들은 성경 말씀보다 김 목사 말을 더 따른다. 학교도 그만두고 그 오랜 시간을 교회 안에 있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다. 목사가 일하라는 곳에서 일하고, 번 돈 대부분을 헌금했다. 지금이라도 기름통을 들고 가서 교회 불 지르고 싶다. 어떻게 목사라는 자가 한 사람의 인생과 영혼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나. 제발 그 안에 있는 젊은이들이 나와서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달라."

ㅇ교회에는 부모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청년이 한둘이 아니다. 전체 교인 50여 명 중에 청년의 비율은 2/3 정도다. 신천지에 빠진 청년들만 교리에 세뇌돼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사는 줄 알았는데, ㅇ교회 행태도 이와 유사했다. 김 목사가 어떤 방식으로 청년들을 세뇌하고, 가족과 단절해 왔는지 알아봤다.

피라미드 구조 정점엔 '김 목사'
위치·생활·재정 등 모든 것 '보고'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 만들어 '통제'

ㅇ교회에는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피라미드 정점에는 김 목사가 있다. 그 아래로 '1세대', '2세대', '청년', '학생'이 계급처럼 분류돼 있다. 이 분류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교회 건물 안에서 합숙하는 이들에게만 적용된다. 주일예배만 참석하는 교인은 이런 시스템이 있는지 잘 모른다.

'1세대'는 교회 개척 때부터 김 목사와 함께해 온 이들이다. 2세대는 2010년 이후 교회에 정착한 부부 혹은 1세대보다 늦게 들어온 이들이고, 청년들은 2세대가 운영을 맡고 있는 매장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명수 씨와 창민 씨는 2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은 합숙 생활을 하거나, 교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며 거의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대안 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다.

김 목사는 1세대와 2세대를 자주 비교했다. 1세대가 교회 개척 때부터 헌신해 왔으니 뒤늦게 합류한 2세대 역시 1세대처럼 열심을 다해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말해 왔다. 김 목사는 한 설교에서 "2세대들에게 분명히 얘기하는데,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주를 위해 (원래) 가족을 포기해 보지도 않고, 제대로 자기 젊음과 물질을 희생해 본 적도 없이 이리저리 눈치 보고 다니는 것을 딱 돌이키라"고 말하기도 했다.

2세대는 항상 1세대만큼 교회와 목사를 섬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2세대에 속한 한 집사는 "목사님과 1세대들이 주님의 교회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젊음을 바쳐 어깨에 상처가 나도록 여기까지 온 것을 기억한다. 저도 동일한 믿음으로 교회와 진리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신자로 살겠다"고 적은 글을 목사에게 보냈다.

피라미드 정점에 선 김 목사는 교인·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 인터넷·TV 등 외부 문화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신앙 지도를 빙자해 사사건건 보고하게 했다. 개혁주의 청교도 신앙을 표방하는 ㅇ교회는 일상 경건을 강조했고, 교인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매일 '신앙 점검표'를 작성해 김 목사에게 보고했다. '신앙 점검표'에는 일어난 시간부터 잠들기까지의 모든 활동 내용이 담겨 있다. 하루 일과 중 언제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했는지, 출퇴근 시각, 목사에게 전화로 보고한 시각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점검표를 작성해서 보고할 수 없는 사람은 때마다 목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렸다.

김 목사는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교인들을 쥐락펴락했다. 예배 때 일어서서 찬양하는 교인들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목사는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교인들을 쥐락펴락했다. 예배 때 일어서서 찬양하는 교인들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명수 씨와 창민 씨가 가족과 단절된 이유가 있었다. 김 목사는 교인이 교회 외부 사람과 만날 일이 있으면 모두 보고하게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교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미용실에도 못 가게 했다. 경희·경우 엄마 서진숙 씨(가명)는 기자를 만나 "파마하러 가는 것까지 김 목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목양'이라는 이름으로 훈계가 이어졌다. 짧으면 한 시간, 길게는 몇 시간씩 계속됐다. 목양을 받은 교인은 끝난 뒤 목사에게 감사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 참으로 감사하다. 지난날의 허물을 회개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더 간절히 기도하고 더 주님의 교회를 위해 땀 흘리고 눈물 흘리는 신자로 살겠다", "존경하는 목사님, 몸이 편찮으신 중에도 늦은 시간까지 저와 식구들을 목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식인데, 꼭 김 목사에 대한 감사 표현이 들어가야 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끼리 서로를 감시·보고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교회를 나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거나, 목사가 지시한 대로 하지 않거나, 새벽 예배에 빠지거나, 대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졸거나 할 때마다 김 목사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그러면 김 목사는 당사자를 불러, 역시 '목양'이라는 이름으로 훈계 또는 폭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엄마·아빠는 육신의 부모라며
'집사'로 부르게 해
각종 교리로 찍어 누르며
ㅇ교회만 참된 교회라고 가르쳐"
김 목사 "교인들 스스로 실천,
강요한 적 없어"

김 목사는 청교도신학을 강조하며 성경에 나온 초대교회 모습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민영식 씨는 기자를 만나 "우리도 처음 들어 보는 거라 새롭게 느꼈다. 유무상통하는 공동체를 추구한다면서 교인들에게 가계부를 써서 보고하게 했다. 그달 번 돈 대부분을 헌금하는 구조다. 집단생활을 강요하면서 명절에는 집에도 잘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희·경우 아빠 김동명 씨(가명)는 "예수님이 '누가 네 형제요 자매냐'고 물어보신 말씀에 빗대어 부모나 형제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육신의 가족에 대한 정을 버리고 진정한 영적 가족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가르쳤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 진정한 영적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 목사는 육신의 부모를 엄마·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고 대신 '집사님'이라 부르게 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이들은 교회를 나온 후에야 '엄마', '아빠'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었다.

청년들이 집에 다녀오려고 하면 김 목사가 온갖 신앙적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도 이러한 교리에서 비롯했다. 장익준 씨(가명)는 1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에 가려고 하면 목사가 불러서 목양을 시작한다. 너의 신앙 수준에 외부 사람들, 육신의 가족을 만나면 영적 상태가 위험해지는데 집에 갈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교인들은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기자가 찾아가자 "경찰 조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 목사는 기자가 찾아가자 "경찰 조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실제 김 목사는 가족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자주 설교했다. 그는 "육신의 가족을 버리라", "교회에서 우리와 함께 얘기하지 않은 것을 집에 가서 따로 하는 짓거리를 하면 안 된다. 이 신뢰를 깨는 즉시 그 사람은 더 이상 우리의 가족이 아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게 선악을 알게 하는 금단의 열매"라고 했다.

김 목사는 평소 설교할 때마다 ㅇ교회만이 참된 교회고 자신은 진리 교사라고 강조했다. 또,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ㅇ교회를 떠나 복음주의 교회로 돌아가면 편히 살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복음주의로 다시 돌아가는 게 더 힘들다. 진리를 저버리고 거기로 가서 육신의 편안함을 가지고 살아 봤자, 죽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양심의 자유함 가운데 살지 못한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하나님이 나를 심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못 벗어난다"며 ㅇ교회를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경희 씨는 기자를 만나 "김 목사는 훈계하기 전에 항상 'ㅇ교회가 참된 교회고 내가 진리 교사임을 믿느냐'고 물었다. 여기에 아니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우 씨 역시 "평소 설교할 때 교회를 나가면 죽는다고 가르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성장하면 나중에는 나가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목사가 나가라고 할 때 살려 달라고 매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ㅇ교회만이 참된 교회고 ㅇ교회에만 구원이 있다는 주장으로 교회를 나간 사람을 깎아내렸다. 참된 교회를 박차고 나간 사람은 영적으로 타락했으며, 그들과 닿으면 같이 타락하기 때문에 연락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과거 6년간 ㅇ교회에서 생활하다 나온 이진영 씨(가명)는 "ㅇ교회에만 구원이 있다고 가르치기 때문에, 나간 사람들을 욕하고 연락하지 못하게 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교인의 삶을 통제하고 그릇된 교리를 가르치고 있는 김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1월 12일 전화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김 목사는 "그렇게 가르친 적 없다"면서 "평소 청교도 신앙을 강조하며 경건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니까 교인들이 이를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지, 내가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라고 강요한 게 아니다"고 말하며 더 이상의 해명은 거절했다. 기자는 1월 17일 김 목사를 찾아가 다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김 목사는 "지금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너무 심적으로 지쳐있으니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자리를 피했다.(계속)

[반론 보도] 부산 ㅇ교회 담임목사 관련
2021년 3월 2일 오전 10시 48분 현재.

<뉴스앤조이>는 지난 1월 22일 '개혁주의 청교도 신앙 지향하는 부산 ㅇ교회 김 목사, 아동·청년 상습 폭행 의혹' 및 후속 기사에서 해당 교회의 목사가 교인인 청년들과 아동들을 상습 폭행하고, 청년들을 세뇌시켜 가족 및 다른 사람들과 단절시키고 감시하는 한편, 교인들에게 수입의 대부분을 헌금으로 내게 하고 목사는 억대 수입차를 탄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산 ㅇ교회는 "보도 및 이단 사이비라는 영상의 내용은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며 본 교회의 목사는 교인들을 폭행한 적이 없고, 청년들을 가족 등과 단절시키거나 감시한 바는 없으며,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낸 교회 헌금은 목사의 개인 재산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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