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평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다

우연히 광고를 한 편 보게 되었다.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남편에게, 아이에게, 나른한 고양이에게 "갔다 올게"라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들이 연달아 나온다. 다정한 인사의 순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대체 무슨 광고일까 싶어질 때쯤, 광고주 이름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의 보험회사 광고다. 광고는 말한다. "갔다 올게"라는 평범한 인사는 "매일 하는 말이지만 지켜야 하는 말"이라고. 우리가 당신의 일상을 지켜 주겠다고.

30초 남짓한 광고가 지나간 자리에 마음이 멈추었다. 언제나처럼 '다녀올게요'라고 인사하고 문을 나섰을 사람들, 그러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갔다 올게"라는 그 평범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

2014년 4월 15일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을 생각한다. 여느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길처럼 아이들을 배웅 나온 가족들도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집에서 인사를 나누고 홀로 버스에 오른 이들도 있었겠지.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집을 나서며, 운동장을 떠나는 버스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을 것이다. "갔다 올게요."

그날로부터 6년이 지났다. 날수로 헤아리니 꼬박 2367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국회의원들도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알지 못한다. 왜 아무도 구하지 못했는지, 다녀오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 이유를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은 오늘도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아침에 길을 나서며 "갔다 올게"라는 인사를 남겼을 것이다. 저녁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 왔어" 하며 현관으로 들어서겠지. 마땅히 돌아왔어야 하는 이가 돌아오지 않는 일상을 이어 가는 것,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는 현실을 살아가는 것, 생각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진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나 직권남용죄 등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제 세월호 7주기인 2021년 4월 16일까지 채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 참으로 궁금하다. 왜 이 정권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일까? 국회의원들은 왜 이리도 조용한 것일까? 대체 무엇이 이토록 긴 침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나의 평범한 일상을 이유로 깨져 버린 이웃의 일상을 돌아보지 못하는 현실, 이런 세상에서 대체 누가 누구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예쁜 광고를 만든 보험회사는 나의 일상을 지켜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나의 일상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다. 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일 뿐이니까. 나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힘은 서로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당신의 안녕하지 못함이 나의 삶도 머뭇거리게 하는 그 연결이, 그 연결됨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이 재난 같은 세상으로부터 서로를 구원할 유일한 동아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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