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가족들이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에 전방위 수사를 요구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더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임관혁 단장)은 지금까지 해경 수뇌부를 수사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올해 초 특수단이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특수단은 출범 당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가족들은 특수단에 조사가 시급한 사항을 공식 문서로 만들어 전달했다. 단원고 희생자 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2월 2일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열린 예배 시간, 지금까지 가족들이 밝히지 않았던 수사 요청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한 것은 참사의 모든 의혹을 둘러싼 그야말로 전방위적 수사였다. 해수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 중 하나인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 기록 진위 여부와 세월호 CCTV 저장장치(DVR) 수거 과정 및 영상 조작 여부 등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

해경 구조 과정에 제기된 의혹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은 아빠는 "경빈이 경우에 대한 수사는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수뇌부를 위한 의전을 넘어서 해경이 왜 추가 생존자를 찾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는지 이유와 배경을 밝히는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 출동한 목포해경 소속 123정이 세월호 선원들과 사전에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정확히 조타실·기관실 선원만 구조하게 된 과정과 이유,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사고 신고 후 구조까지 약 1시간 동안 배 안에서 한 일 등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침몰 전후 국정원과 청와대의 묘연한 행적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예은 아빠는 "4월 17과 18일 사이 국정원이 선원들을 직접 심문한 거 같다. 선원들과 가족들이 직접 증언한 내용이다. 정말 국정원이 참사 직후 선원들을 조사했다면 왜 그랬고 무엇을 물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예은 아빠는 "당시 NSC 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한 글자도 드러나지 않았다. 가족들은 NSC 관련 기록을 모두 찾고 내용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당일 청와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수사 과제가 이것만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많다"며 "앞서 언급한 것들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수사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만한 중요한 사안들이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별이 된 아이들, 2반 희생자 25명 이름을 불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세월호 예배에는 진상 규명과 생명안전공원 무사 건립을 바라는 가족들과 기독교인 5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별이 된 아이들, 2반 희생자 25명 이름을 불렀다.

"아르바이트에 댄스 동아리 활동까지 뭐든 야무지게 잘하고 웨딩드레스디자이너를 꿈꾸는 강.수.정.

축구 관람을 좋아하고 복지관에서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강.우.영.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고 선생님, 개그우먼, 연예인 등 꿈이 많은 길.채.원.

'볼링부의 우상'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김.민.지.

만화가가 꿈이고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김.소.정.

저널리스트를 꿈꿔서 전국 규모의 영상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한 김.수.정.

예의 바르고 남에게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며 광고디자이너가 꿈인 김.주.희.

교회에서 배운 성경 말씀과 찬송을 엄마에게 전해 주는 걸 좋아하는 김.지.윤.

백 일 기도 끝에 낳은 소중한 딸, 무언가를 배우며 열중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남.수.빈.

가족들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막내, 다른 사람을 돕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남.지.현.

성격이 밝고 활달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국 PD를 꿈꾸는 박.정.은.

이름에 담긴 뜻처럼 주님이 기뻐하시는 딸이 되려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성실한 박.주.희.

늘 엄마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방송작가나 국어 선생님을 꿈꾸는 박.혜.선.

쪽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고 소설가가 꿈인 송.지.나.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로 새벽 기도회에서 반주를 했고 음악심리치료사가 꿈인 양.온.유.

편지를 잘 쓰고 글씨도 예쁘게 써서 '유사임당', 제빵사가 되어 '오! 유정' 빵집을 열고 싶은 오.유.정.

아이들 돌보는 게 좋아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은 윤.민.지.

'나는 아빠를 닮았으니 언제나 아빠 편'이라는 막내, 경찰이 되는 것을 꿈꾸는 '이쁜 솔' 윤.솔.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어 엄마의 주름살을 펴 주는 것이 꿈인 '긍이' 이.혜.경.

세계 곳곳에서 봉사와 구호 활동을 하는 국제 구호 활동가가 꿈인 전.하.영.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 주고 시와 소설을 쓰는 정.지.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분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들려주는 수화통역사를 꿈꾸는 조.서.우.

태어나면서부터 아빠만 보면 방긋 웃었고 식성부터 체형, 성격 소소한 취향까지 아빠를 빼닮은 한.세.영.

엄마와 아빠를 제일 좋아하는 재롱둥이 막내, 웃는 모습이 예쁜 '깜비 누나' 허.다.윤.

역사와 세계사, 신화에 관심이 많고 엄마랑 언니 셋이 나란히 누워 마스크 팩 하는 것을 좋아하는 '토끼' 허.유.림."

참석자들은 조속한 진상 규명과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이어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와 특수단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진상 규명이 조속히 이뤄지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거리에 나와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예은 아빠는 참석자들에게 가족들과 계속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수단과 세 차례 만나면서, 검찰이 가족들의요구를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하면서도 다음 총선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예은 아빠는 "총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이달 안에 가족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한 새로운 행동과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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