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애는 죄인가>(동연)를 펴낸 이단 전문가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가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대전서노회 재판국(심만석 재판국장)은 재판국원 9명 만장일치로 8월 19일 허호익 교수에게 면직·출교를 선고했다.

조직신학자로서 이단 연구에 천착해 온 허호익 교수는 그동안 저서 및 여러 강연에서 동성애는 '이단'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속 교단 예장통합이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지정했을 당시, 신학적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라며 기존 이단 논쟁과는 결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허호익 교수는 <동성애는 죄인가>에서 마냥 동성애가 옳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는 저서에서 "동성애가 자기 의지로 변화 불가능한 성적 지향이라 할지라도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이 불가능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지금처럼 반동성애 진영 주장만 진리로 받아들이고 그 외 주장은 모두 이단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주장해 온 허호익 교수는 올해 3월 5일 기소돼 노회 재판에 회부됐다. 기소위원회 전제준 위원장 명의로 된 기소장에는, 허호익 교수가 저서 및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를 비롯한 공개 강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했다고 적혀 있다. 이는 교단 헌법 및 시행 규정에 정해진 중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허호익 교수는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동연)에서 동성애 문제는 이단 논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허호익 교수는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동연)에서 동성애 문제는 이단 논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재판국은 기소위원회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국은 판결문에서 허호익 교수의 행위는 "성경 말씀 레위기 20장 13절, 로마서 1장 24·27절에 반하는 주장임을 부인할 수 없는 죄과"라며 동성애 옹호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또 "신학자로서 동성애를 연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교단 목사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성경 말씀 안에서 연구해야 했다"고 했다.

"허호익 교수가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행보를 보여 다른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추종하게 만들었다"는 기소위원회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는 교단 헌법 권징 제3조 9항 '타인에게 범죄케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면직·출교는 목회자를 향한 가장 엄중한 처분이다. 게다가 허호익 교수는 이미 대전신대 교수직에서 은퇴하면서 목사직 역시 조기 은퇴했다. 현직 목사도 아닌 사람에게 왜 이렇게까지 중한 처벌을 내려야 했는지 재판국에 물었다. 재판국원이면서 이번 사건 대변인을 맡고 있는 고백인 목사(성민제일교회)는 허 교수가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지 않은 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했다.

예장통합 101회 총회 헌법위원장을 지낸 고백인 목사는 8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허 교수가 재판국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고 목사는 "이유야 어찌 됐든 기소가 됐으면 학자로서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펼쳐야 했다. 재판국이 방어할 기회를 두 번이나 줬지만 허 교수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항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직·출교라는 최고형을 주문한 데는 이 같은 상황을 참작한 것이라고 했다. 고백인 목사는 "동성애는 민감한 부분 아닌가. 우리는 최대한 신중하게 재판에 임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허 교수가 재판 절차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 불리한 것들이 100% 다 인용이 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직 아닌데 무리하게 최고형
법적 근거 빈약해"

이와 관련해 허호익 교수는 "대응할 가치가 없는 발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허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소장에 대한 답변서에 나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냈다. 그런데 한 달 뒤에 '허호익 교수 동성애 위법성에 대한 처벌에 관한 소환장'을 만들어 보냈더라. 이미 기소장에서 기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기소 철회를 요구했는데,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처벌하겠다고 하는데 뭐하러 참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동성애는 죄인가> 책을 펴낼 때 문제가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노회가 나서서 은퇴한 사람에게 면직·출교라는 최고형을 선고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허 교수는 "'동성애 옹호자는 교회나 신학교 직원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이미 직원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징계하는 건, 앞으로는 어떻게든 동성애 옹호자를 색출해서 내쫓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오히려 한국교회를 걱정했다. 허 교수는 "지금 전광훈 목사 때문에 기독교가 크게 욕먹고 있다. 동성애를 사랑의 한 형태로 보는 국민 비율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데, 동성애에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내쫓아 버리는 기독교를, 젊은 세대나 비기독교인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 지금 이런 판결을 내린 자들은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교회가 얼마나 시대에 뒤처지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했다. 허 교수는 "성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동시대에서 가장 앞선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교회가 초기 정착기에는 앞서 나갔다. 지금은 아니다. 예수님은 시대를 앞서 약자 편을 든 선구자다. 무차별적 사랑을 보여 주셨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시대에 뒤떨어져 욕먹는 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총회 상소 여부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는 "이미 총회 재판국은 정치적 판결을 내리는 곳이 됐다. 명성교회 문제를 제대로 치리하지 않고 오락가락할 만큼 자정 능력이 없다. 법적 투쟁을 해 봐야 총회 재판국의 권한과 책임만으로 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대응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