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통일교·하나님의교회·신천지·구원파·큰믿음교회·다락방…. 기독교인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곳은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얼핏 보면 일반 교회와 비슷한 구조에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특정 인물이 더 부각되고 중심이 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중은 한국 사회 만연한 사이비 종교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최태민이 '영세교'라는 종교 교주였다는 주장도 있고, 최순실이 최태민의 영적 후계자라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 당명은 특정 이단 종파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묘하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두 개신교계 이단이다.

대부분 기독교인은 이단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관심을 갖고 일부러 찾아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름만 듣고 흘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신교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이단 종파를 갖게 됐을까. 여기에 명쾌한 해답을 주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의 이단 기독교> / 허호익 지음 / 동연 펴냄 / 600쪽 / 2만 2,000원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조직신학)가 쓴 <한국의 이단 기독교>(동연)는 개신교 주요 이단의 계보를 짚고 교리를 비판한다. 한국 기독교 주요 이단 뿌리부터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허호익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 이단 분석 전문지 <현대종교>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허호익 교수는 "100개가 넘는 '이단 기독교' 집단들이 경쟁적으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기성 교회 신도들을 미혹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미 이단이 교회에 깊게 침투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교리와 전도 전략을 분별할 수 있도록 해 경건한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한국의 이단 기독교>는 주요 이단의 공통 사상인 '피가름'을 소개한다. 책에는 문선명·박태선·박윤식·정명석 등이 피가름 교리를 사용한 바 있다고 나온다. 피가름은 원죄를 갖고 태어난 하와의 후예인 여성이 교주와 성관계를 통해 더러워진 피를 씻어 내고 깨끗한 피로 정화된다는 교리다. 허호익 교수는 익히 알려진 통일교 합동결혼식과 피가름 교리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1955년 7월 4일에는 문선명 교주가 병역법 및 사회 혼란과 간통 죄목으로 피검됨으로써 통일교 문선명 교주의 혼음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통일교 초기의 피가름 교리와 혼음 행위가 사회적 물의를 빚게 되자 이를 종교적 의식으로 정교하게 체계화하여 공개적으로 시행한 것이 합동결혼식이다." (104쪽)

허호익 교수는 한국 기독교 주요 이단의 계보를 정리해 소개했다. 각 장 구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연혁을 소개하고 어떻게 한 사람을 신격화했는지 보여 준다. 주요 교리로 삼고 있는 부분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 교리가 기독교 기준에서 볼 때 왜 이단인지 오류를 짚는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가운데).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다른 이단과 달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는 두 장을 할애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연대기를 자세히 짚고, 단체에서 그가 단체 내에서 예수를 대신할 보혜사라 불리는 사실을 상기한다. 또 허호익 교수는 신천지가 어떤 방법으로 기성 교회 교인들을 파고드는지도 알려 준다. 방대한 자료를 모아 신천지의 포교 대상자 섭외와 전략, 무료 성경 신학원 교육의 주제, 위장 포교와 가출 사례 등을 소개한다.

책 뒷부분에는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성희 총회장)에서 특별사면받았다가 취소된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구 큰믿음교회)도 등장한다. 허호익 교수는 변승우 목사가 주장하는 주요 교리, 교회 내에서 행하는 무분별한 예언과 치유 사역의 문제점을 짚는다. 사랑하는교회와 변 목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꿈·환상·예언·입신·쓰러짐 등이 성령께서 교회 안에 일어나게 하시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말 성경에는 '입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종교학적으로는 의식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정지되고 자아가 신적 존재에 의해 인도되며 지배받는 샤먼의 엑스타시 현상을, 접신 상태에 익숙한 한국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적인 개념으로 수용하여 성령에 사로잡힌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415쪽)

마지막 장은 현재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최태민과 최순실 부녀를 소개한다. <교회와신앙>에 보도된 기사를 토대로 최태민 씨가 구국 기도회와 새마음봉사단을 이끌었다는 점,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씨 관계를 소개한다. 허 교수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작성했다는 '최태민 비리 자료' 일부를 뒷받침 자료로 사용했다.

<한국의 이단 기독교>(동연)은 600쪽의 두툼한 책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이단인 통일교·하나님의교회·신천지부터 변승우 목사의 사랑하는교회까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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